가와사키병
고열·전신 발진·복통 등 증상
제때 치료 안 하면 협심증 발생
발병 유전자지도 가진 소아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환자는 대부분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층에서 발생하지만 건강한 젊은 사람도 뜻하지 않게 위중한 상태로 빠지기도 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소 50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불리는 스페인 독감도 희생자의 70% 이상이 25-35세였는데 `사이토카인` 과잉으로 인한 면역 폭풍 때문이었을 거라는 의견이 많다. 천은정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말로 가와사키병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증상=`사이토카인`이란 바이러스, 세균 등 외부 침입자가 몸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를 자극해 병원체와의 싸움을 시작하게 하는 중요한 면역 단백질이다. 말하자면 나의 면역 군대가 적군인 병원체와 잘 싸우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척후병이자 동원 명령인 셈이다. 문제는 이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상황이다. 필요 이상으로 분비된 사이토카인은 사람의 정상 세포를 공격해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발생하는 전신성 혈관염인 가와사키병도 이러한 사이토카인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건강하던 어린이가 갑자기 고열이 지속되면서 발병한다. 발열은 여느 때의 감기와는 다르게 해열제나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으며 하루하루 지날수록 눈이 충혈되고, 입술이 빨개지며 혀가 딸기 모양으로 충혈되고 전신에 두드러기로 보기 어려운 발진이 생긴다. 손바닥과 발바닥이 붉게 붓기도 하며 목 주변 임파선이 부어 혹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린 영아에서는 결핵을 예방하는 BCG 접종 자국이 빨개지기도 하며 다리가 아파서 잘 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장에도 염증이 생겨 복통, 설사, 구토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신의 혈관이 모두 부어오르고 염증이 생기므로 아이는 점점 보채고 잘 못 먹으며 이로인해 전신상태가 나빠진다.

◇치료=가와사키병을 잘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심장 합병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20-30%, 치료가 잘 되더라도 5% 정도에서 관상동맥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관상동맥의 지름이 8㎜ 이상 늘어나는 거대 관상동맥류가 생기면 평생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훗날 젊은 나이에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필요한 과도 면역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고용량의 면역글로불린을 주사로 주입하면 하루 이틀 정도 후에 열이 떨어지면서 호전된다. 80% 이상 환아들이 면역글로불린 치료에 반응하지만 병세가 심해 해당 치료가 한번 더 필요한 경우도 있고 드물게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아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스테로이드나 infliximab(인플릭시맵), cyclosporin(사이클로스포린) 등 등 다양한 면역억제 치료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가와사키병은 초기에 흔히 열감기 등으로 증상이 시작돼 다른 열성 감염 질환과 감별이 쉽지 않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계적으로 일본, 우리나라, 대만 등에서 발생률이 높은데 우리나라 소아과 의사들은 가와시키병에 대한 임상 경험이 풍부해 가와사키병 진단과 치료에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소아과학 교과서와 국제 진료 지침엔 발열이 5일이 넘어야 한다고 돼있지만 우리나라 소아과 의사들은 2-3일만 돼도 벌써 알아차린다. 아기가 혹시 가와사키병이 의심될 땐 혼자 걱정하기보다 가까운 소아과 의원을 찾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진단을 받으면 보호자가 꼭 질문하는 것이 `이 병이 왜 걸리는 가`이다.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하는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염려는 내려 놓아도 된다. 아직 연구 중이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다. 유전병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가와사키병이 잘 걸리는 유전자 지도를 가진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이 최근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몇몇 유전자(ITPKC, ORAI-1 등) 이상이 가와사키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천은정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천은정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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