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서산시의회 의장
서산공항, 충남 아젠다로 확산 촉매 역할 보람
인사권 독립으로 지방의회와 집행부 견제 기대
현장 주민 목소리 대변·손편지 소통 이어갈 것

한자 한자 정성을 담아 쓴 손편지.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서산시의회 이연희 의장은 지역 현안이 있을 때마다 손편지에 정성을 보탰다. 지난해 3월 서산민항 유치를 바라면서 충남지역 11명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손편지, 5월 서산개척단의 눈물 닦아 달라면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9명에게도 그의 마음이 전해졌다. 8월에도 지역 50개 기업 대표에게 `지역인재 채용에 힘써 달라`는 당부의 손편지를 보냈다. 작은 정성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 그다. 서산시의회 첫 여성의장이라는 타이틀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이 의장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열정`을 오롯이 시의회에 녹여내고 있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아닌 시종일관(始終一貫)의 자세로 용감한 호랑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이 의장을 만났다.

-제8대 후반기 서산시의회의 의정활동 성과는.

"제254회 임시회를 시작으로 정례회 3회, 임시회 14회 등 123일 동안 열일곱 차례의 회기를 운영했다. 의원발의 조례안 152건 등 모두 355건의 조례안을 처리했다. 59건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발전적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저소득층·노인·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조례가 제정돼 포용적인 지역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한 복지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지난해 6월 진행된 행정사무감사는 390건에 대한 자료를 집행부로부터 제출받아 미흡,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등 행정 전반의 실태를 파악하고, 집행부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10월 진행된 시정질문은 80여건의 질문을 통해 행정의 빈틈을 지적하는 한편 시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제안을 제시했다. 대산공단특위는 대산공단 관련 민원 해소에 적극 대응하고,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환경과 안전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등 주민의 환경 및 안전권 증진에 기여했다. 군소음특위는 군소음보상법 피해보상 기준 개정을 촉구하며 전투기 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여의도정책연구원 지방자치의정대상 우수의정단체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장 보람 있었던 활동을 꼽는다면.

"서산공항이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정식 반영되고, 정부 예산으로 설계비 15억 원을 확보했다. 이후 기재부의 예타 대상 사업에 선정되는 큰 성과를 얻었다. 그동안 서산공항 유치를 위해 서산시의회가 한 목소리를 내며 노력했던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서산공항 건립 사업은 2020년 기획재정부 심의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신 이후 계속 답보 상태였다. 서산시의회는 지난해 초 태안군의회와의 서산공항 건설 촉구 공동 결의문 채택을 시작으로 3월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결의문 채택을 이끌었다. 이를 계기로 서산공항이 충남 전체의 아젠다로 확산했고, 이에 호응해 지역 언론에서도 연일 서산공항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힘을 보탰다. 성일종 의원 등 충남지역 국회의원께 손편지를 보내 정치권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고, 기회가 될 때마다 지역방송과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18만 서산시민의 오랜 염원을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 전달하는 것이 시의회의 역할이고 시의회가 그 일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결정권을 가진 분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의 의미와 앞으로 과제는.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른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은 자치분권과 지방자치 역사의 중대한 진전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1월 13일 인사권 독립으로 시의회 사무직원 인사권을 의장이 행사하게 되며, 임면과 교육, 훈련, 평정 등에 대한 권한이 집행부에서 시의회로 넘어왔다. 인사운영과 관련한 사무의 심의·의결을 위해 인사위원회도 구성한다. 의원 정수의 2분의 1 이내에서 정책지원관도 둘 수 있게 됐다. 시의회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후속조치로 인사운영 관련 18개의 조례·규칙 제·개정안을 지난 12월 제269회 임시회에서 심의·의결했다. 지난 7일에는 인사권 독립 조기 정착을 위해 집행부와 인사운영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전문인력 운영으로 지방의회의 전문성 제고는 물론 지방의회의 집행부 견제 및 감시 역할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본다. 의회 고유 업무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해 손편지를 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중용 23장은 작지만 정성을 다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중요 사안마다 정성을 다해 쓴 손편지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두드리고 움직이게 만든다면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다. 한 자 한 자 눌러 쓴 손편지는 18만 서산시민의 하나 된 목소리를 들려주는 정성이다. 4월에는 서산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해 충남 지역 국회의원 열 한 분께 자필 편지를 전달했다. 몇 분 국회의원께서는 편지를 받으시고 직접 전화를 주셔서 공감을 표현하며 화답해 주셨다. 5월에는 서산개척단 피해자분들에 대한 조속한 보상을 요구하는 손편지를 과거사위원회에 보내 서산개척단 사건 조사 결정을 이끌어 냈다. 지역에 50개 기업 대표께 손편지를 보내 지역 인재 채용을 당부하는 등 각 사안마다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손편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작은 정성이 세상을 바꾼다."

-의미를 두고 있는 조례가 있다면.

"`서산시 서산사랑 상품권 관리 및 운영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서산사랑상품권은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토대가 됐다. 작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89억 원이 발행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안정화와 매출 증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산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도 기억에 남는다. 서산시의 정책 결정에 양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 강화와 돌봄, 안전이 구현하는 정책 개발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서산시 비정규직 근로자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리 보호와 근로조건 향상에도 앞장섰다."

-소통에 대한 평소 철학은.

"의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으로 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의원들이 간다고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위임한 권한을 가진 우리 13명 의원들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소통의 시작은 듣는 것에서 시작하고, 소통에 소통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새 해결책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소통은 시민들과의 소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의회 13명의 의원 모두 각 분야의 전문가이시다. 모두 각자의 의정철학을 갖고 있는 그 신념을 바탕으로 시민을 위해 봉사에 매진하고 계신다. 난제에 부딪치면 항상 의장실을 나와 의원들이 계신 사무실로 간다.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대략적으로 뜻이 모인다. 의장의 역할은 해결사나 결정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22년도 세이공청(洗耳恭聽)의 자세로 의정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것이 저의 소통 철학이다."

-시민들에게 한 마디.

"코로나19 상황이 2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보신 분들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다. 일반 시민들의 피로감 또한 심각하다. 시의회는 코로나19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돼 시민들이 속히 일상으로 복귀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8대 시의회 남은 임기동안 당리당략이나 개별 의원의 정치적 유·불리를 뛰어 넘어 오직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불편해 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상호 협치로 고민하는 의회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이끌어 가겠다. 앞으로도 서산시의회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시고 의정에 적극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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