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살아보자 (나태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82쪽 / 1만 5000원)
봄의 생명력·희망 담은 산문집
힘있는 문장들로 지친 마음 위로

"그래, 살아보는 거다. 우선 1년을 살아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더 많은 날들을 살 수 있겠지."

시인 세월, 그리고 인생 예찬 50년 나태주 시인이 삶의 군데군데 끼워둔 풀꽃 책갈피 속에 담긴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말들`을 수록한 산문집으로 다시 우리 곁을 찾았다. 사람과 시, 자연에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갈 생명력을 발견해온 소박한 시인의 힘 있는 문장들 시인을 꿈꾸던 소년에서 수십 년간 성실히 교단에 서며 아이들과 꽃과 시를 가꿔온 초등학교 선생님, 우리 곁 소박한 시인이 되기까지. 동네 어귀, 들꽃밭, 작은 병상, 어디에서든 시 쓰기를 놓지 않았던 그의 인생은 `작은 것들에 대한 예찬`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오랫동안 차근히 집필해온 산문집으로, 일상에서 만난 놀라운 생명력과 회복력에 대한 그의 섬세한 마음이 담겨 있다. 길 잃은 사람 도와주기, 없었던 시절 돼지고기 반의 반 근, 아버지, 시집, 지구님에게 보내는 글, 풀꽃문학관 등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찾은 생명력과 회복력에 대한 섬세한 마음이 담겨 있다.

1부 `사람이 봄인 날이었습니다`에는 소박한 인연에 대한 따뜻한 예찬들이, 2부 `마음을 빨래하듯 시를 쓴다`에는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숙고와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시에 대한 소개가, 3부 `뜨락에서 배운다`에는 작은 풀꽃들에게서 배운 눈부신 회복력과 지혜가 담겨 있다.

저자는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꿈길을 헤매고 있는 것 같은 감회라고 회고하며, 자신을 `연극이 끝난 후에도 무대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서성대는 연극배우`와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낯익고 정답지만, 낯설고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낡은 거리가 꼭 우리의 삶 같음을 떠올린다. 그럼에도 저자는 무정한 세월 앞에서 사랑하며 살 것을 다짐한다. 또, 앞으로 `둔각삼각형` 같은 보편성이 높은 시를 통해 `나` 한 사람과 `모든 너`로 이뤄진 세상에서 후자를 위한 시를 쓰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몇몇 지점들을 이미 통과해 온 기성세대에게는 따뜻한 도닥임과 위로를, 앞으로 가야 할 길 위에 놓인 젊은 세대에게는 생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가 삶의 군데군데 끼워둔 `풀꽃` 책갈피를 따라 시인 세월 50년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 느끼다 보면, 다시 일어나 새롭게 살아볼 마음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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