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의 20대(김내훈 지음)=기성 정치의 실패와 불평등의 심화로 인해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과 우울감은 세계 공통의 현상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미국의 20대는 좌경화하고, 한국의 20대는 우경화한다. 왜일까? 이 책은 그 궁금증을 해소한다. 1992년생인 저자는 오늘날 기성세대의 불공정과 위선에 대해 청년들이 쏟아내는 혐오와 분노가 사실 한국 현대사에서 `부모보다 가난할 최초의 세대`가 호소하는 떨림과 몸부림임을 밝혀낸다. 그렇다면 `가장 위태로운` 한국의 청년세대는 자신들의 요구를 일차원적 분노와 혐오로만 쏟아내는 `과격한 20대`에 머물까, 낡아빠진 체제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대안을 선언하는 `급진의 20대`로 거듭날까? 또 한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2020년대를 정초하는 질문과 모색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서해문집·256쪽·1만 6000원

△덜어내고, 덜 버리고(오한빛 지음)=지속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생활로 더 나은 삶을 만나게 된 사람의 이야기. `제로웨이스트와 웨이스트 그 사이 어디쯤`을 즐겨 쓰는 저자는 완벽한 `제로`를 달성하는 것보다 목표로 나아가는 변화의 장면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게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윤리적 가치를 주입하거나 강박적인 실천을 강요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비우기보다 유연하게 덜어 내길, 그리고 할 수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생활습관을 만들어가는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당장에는 별 거 아닌 일이더라도, 돌아보면 제로웨이스트가 건네는 변화는 꽤 크다. 한 사람이 만드는 하나의 변화는, 모두가 더 나은 곳에 머물게 하는 작지만 소중한 장면들이다. 이제 우리가 변화를 만드는 주인공이 돼 보자. 채륜·212쪽·1만 3300원

△장미의 이름은 장미(은희경 지음)=외국은 인물들이 자신을 둘러싼 기존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점에서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국적, 인종 등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는 요소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개인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는 곳이다.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와 타인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저자는 6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에서 각각의 작품 속 인물들을 느슨하게 연결하고, 공통적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또 하나의 세계를 완성했다. 이 책은 `외국-여행자-타인`이라는 세 점을 교차하며 그에 따른 반응을 관찰하는 정교한 실험이자, 낯선 장소와 타인을 경유해 다시 스스로를 향해 렌즈를 맞추는 아름다운 인간학개론이다.인생의 가장 예외적인 시간이 내게 남긴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문학동네·256쪽·1만 5000원

△이럴 거면 혼자 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최민지 지음)="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결혼도 안하고 애도 안 낳는다" 같은 말들은 청년 세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단골 레퍼토리다. 하지만, 개인주의는 고립이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자를 지키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일은 어렵지도, 불가능하지도 않다. 이 책은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개인`이 처한 위상과 개인주의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살펴본다. 특히 가족주의가 강하고 조직 내 위계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자`는 철없는 천덕꾸러기나 이기주의자로 낙인 찍혀 왔다. 저자는 현대 사회는 `개인`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이제 한국 사회도 관성에서 벗어나 개인 존중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해의봄날·272쪽·1만 5000원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신고은 지음)=일상의 틈을 파고드는 친절한 상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해 나를 가스라이팅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길들여지곤 한다. 저자는 알지 못하면 당할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알아야 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관계와 갈등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과 판단력을 키워야 한단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도록 영화, 소설, 드라마 등 익숙한 콘텐츠를 사례로 차용하여 가스라이팅을 설명한다.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상황들, 가스라이팅과 관련된 다양한 갈등과 연관된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삶에서 스쳐간 관계를 돌아보고 앞으로 함께할 가치를 사유할 수 있다. 샘터·252쪽·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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