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범 건양대학교병원 홍보실장
정인범 건양대학교병원 홍보실장

47세 남자. 본인이다. 평소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했는데, 그날도 용감하게 야식으로 라면에 밥까지 말아 먹고, 가슴이 쓰려 거실 소파에서 반쯤 앉은 자세로 잠을 자던 중, 등허리가 아파서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 등 쪽으로 욱신욱신한 통증이 상당했다. 소파에서 잠을 자서 허리에 무리가 왔나? 허리를 두드려보고, 일어서서 몸을 움직여 보는데, 평소 허리 아프던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등에 불이 붙었나 착각이 들 정도이고, 신음이 절로 나오는데, 앓는 소리에 안방마님도 잠에서 깨어 무슨 일이냐 묻는다. 약간 추운 느낌도 들어 이마에 손을 데 보니,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진단이 떠올랐다. 이게 그 통증으로 유명하다던 요로결석인가보다.

핸드폰으로 택시도 불렀다. 팔다리는 멀쩡하게 움직이지만, 아파서 제대로 운전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택시는 일찍 도착했다. 목적지를 입력해놔서, 내비게이션은 병원 응급실로 안내하고 있었고, 본인은 뒷자리에 앉아서 식은땀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기사님이 힐끗힐끗 룸미러로 상태를 살피는 듯한데,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 염려와 측은함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기사님이 코로나 걱정하실까 봐 말씀드렸다. "기사님…. 요로결석이에요. 이거 무지하게 아프네요…." 기사님은 덤덤하게 끄덕끄덕하시는데, 신호가 바뀌자 택시는 한결 가볍게 질주했다.

응급실은 다행히 오랜 대기시간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아픈 곳에 손을 대고, 부자연스러운 걸을 걸이와 표정을 본 당직 의사는 "요로결석인가 봐요…." 라는 환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통제를 기다렸다. "많이 아프세요? 이제 곧 진통제 드릴게요" 간호사의 미소가 마스크 너머로 느껴졌다. 진통제를 준비하는 간호사의 숙련된 손놀림이 왜 이렇게도 느리게 보이는지, 진통제를 맞고 10분쯤 지나니, 정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정말 날아갈 듯했다. CT를 촬영해 보니 5㎜ 도 안 되는 작은 돌조각이 보였다. 겨우 저 것이 이렇게 아팠단 말인가?

결석의 크기가 다소 작아서, 먼저 자연 배출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자연 배출은 온전히 환자 본인의 몫이다. 평소 잘 마시지 않던 물을 수시로 마셨다. 냉수는 속도 쓰리고 마시기 힘들어서, 따뜻한 물로 하루에 3 리터는 족히 마셨다. 하지 않던 운동도 했다. 달리기와 줄넘기를 한 것이 중학교 졸업 후 처음이었다. 10분 이상 달릴 수가 없었고, 줄넘기도 100개를 하기도 힘들었다. 평소에 얼마나 운동을 안 해놓으니, 요로결석 배출을 위한 운동도 제대로 못 하는구나. 자책감이 들었다. 뱃살이 많으면 쇄석술에도 좋지 않다고 하여, 야식은 끓고, 저녁 식사량도 줄였다. 1주, 2주, 한 달이 지나도 결석은 배출되지 않았고,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염려와 스트레스가 들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나도 배출되지 않자, 염려는 커지고, 스스로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하고 등 노력한 게 다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이젠 자연 배출을 포기할 즈음, 마지막으로 2주만 열심히 해보자 다짐했다. 먼저 약을 정성스럽게 먹었다. 복용 시간과 복용 방법은 정확히 지키고, 단 한 번도 놓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수분 섭취도 전용 물통을 가져다 놓고, 수시로 양을 기록하며 마셨다. 달리기, 줄넘기도 매일 30분을 했다. 3개월하고 보름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소변을 보는데 `툭` 하면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오랫동안 기다린 반가운 것이었다.

요로결석의 자연 배출을 기다리면서,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였고, 30분 이상 운동을 하다 보니, 다리에도 근육이 붙었다. 야식을 끊었더니 역류성 식도염 증상도 많이 좋아지고, 아저씨 뱃살도 많이 줄었다. 여러 가지로 많은 건강의 이득을 보았다. 건강한 습관이란 한가지 질병에만 용한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몸에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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