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훈 전 아산교육장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 출간
시집 '장항선' 이후 8년 흘러, 깊고 넓어진 장항선 미학 선 보여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을 출간한 이심훈 전 아산교육장이 장항선의 폐역 가운데 한 곳인 아산시 배방읍 세교역 기념 공원 조형물 앞에 서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을 출간한 이심훈 전 아산교육장이 장항선의 폐역 가운데 한 곳인 아산시 배방읍 세교역 기념 공원 조형물 앞에 서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직선화로 옛 모습을 잃은 장항선 정취가 한 문인의 발끝과 손끝에서 되살아났다.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을 최근 펴낸 이심훈(63·천안시 쌍용동) 전 아산교육장이 주인공이다. 이 전 교육장은 2013년 시집 `장항선`을 출간하며 세간에 장항선 미학을 알렸다. 이번 책에서는 느림과 기다림으로 상징되는 장항선 미학의 세계가 더 깊고 넓어졌다.

이 전 교육장은 책을 쓰기 위해 지난 수 년간 장항선 역들을 직접 답사했다. 신설 역은 물론 세교역처럼 지금은 사라진 폐역들까지 총 33개 역을 조명했다. 책에 나오는 장항선 역들의 변천사는 그곳을 왕래한 사람들이나 물산의 흐름과 맞물려 교통사는 물론 생활사 기록으로도 손색이 없다. 매 장마다 장항선 관련한 자작시도 실었다. 부여 태생으로 판교역을 지나는 장항선 기차의 기적 소리를 들으며 자란 이 전 교육장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기까지 장항선과 쌓은 추억을 회고하고 다듬는 기회가 됐다.

이 전 교육장은 "부여와 서천의 경계쯤에 있던 고향에서는 함박눈 내리는 새벽이면 판교역의 기적소리가 아련하게 들렸다"며 "아버지가 서울 나들이라도 하시는 날이면 기적 소리를 들어보려고 새벽부터 가슴 설레고 그런 날은 자고 새면 함박눈이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교직생활에도 장항선은 늘 동반자였다. 장항선상의 천안, 아산, 당진 등지 학교에서 근무했으며 장항선을 이용해 출퇴근 하기도 했다. 요즘도 글이 잘 안 써지거나 사색이 필요할 때면 장항선 시발역인 천안역에서 탑승해 종착역인 익산역까지 장항선 탐방을 계속한다.

이 전 교육장은 올해 6월 개통 100주년을 맞는 장항선이 인문학 보고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빠름과 효율만 추구하다 보면 전경만 보일 뿐 배경을 볼 수 없어 근본을 놓치게 된다"며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은 단순한 체험에서 인문학적이고 철학적 사유까지 이르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항선이 지나는 고장의 특징과 장항선 역사를 함께 묶어 뜻 있는 기관, 사람들과 `열차 강의` 등 교육과 탐방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준비할 계획이다. 장항선 여러 역들 중에는 과거와 현재가 젓갈처럼 곰삭은 광천역을 답사 1번지로 추천했다.

한편 한국시인협회 회원인 이 전 교육장은 1998년 시집 `못 뺀 자리`로 문학 활동을 시작해 만해한용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8년 교육서 `절기마다 웃는 얼굴 참살이 공부`도 발간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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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훈 전 아산교육장이 최근 펴낸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 표지 모습.
이심훈 전 아산교육장이 최근 펴낸 `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 표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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