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판막증
'판막' 혈액 역류 막고 방향잡는 밸브
가슴통증·숨가쁨·두근거림 증상 의심
약물·수술치료…95% 이상 예후 좋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도 불리는 심장판막질환. 판막 이상을 가급적 조기에 발견하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호흡곤란과 가슴통증, 두통,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느꼈을 때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하면 더 큰 위험이 올 수 있다.

심장의 혈액이 역류하거나 공급이 줄어들면 심부전과 부정맥, 뇌졸중 등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막아주는 것이 바로 심장판막인데, 최근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년층의 심장판막질환 발병률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류한영 건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심장판막질환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원인=심장에는 승모판막, 삼천판막, 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이라고 불리는 4개의 판막이 있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운동을 통해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준다. 이때 판막은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해주는 밸브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판막이 손상을 받아 판막을 통한 혈류 이동이 제한을 받게 되거나, 판막이 닫혀야 할 때 닫히지 않아 혈류가 정상적으로 순환되지 못하는 것을 심장판막질환이라고 한다.

혈류가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으면 심장은 혈액을 온 몸으로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증상이 심해질 경우 심장 효율이 떨어져 심장 기능이 저하되는 심부전증이 발생하게 되며,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손상된 판막에는 세균이 달라붙기 쉬워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퇴행성 질환에 의한 심장판막증 발병이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이외에 과거에 앓은 감기 등 질병이나 외상 때문에 류마티스성 판막질환 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증상과 진단=심장 판막 질환은 판막 기능이 약해지면서 충분한 심박출량을 달성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데 가장 흔한 증상은 활동 시 숨이 가쁘거나 가슴이 아프고, 두근거리거나 자주 피로를 느끼는 것이다. 또한 어지럽거나 정신을 잃을 수 있고, 더러는 가래를 뱉었을 때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흉부방사선촬영을 한다든지 청진을 해서 1차적으로 검진할 수 있으나 가장 정확하고 간편한 방법은 심장초음파 검사다. 이 이외에 심장조영촬영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장판막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이 비대해진다. 또한 팔다리와 얼굴이 붓고 전신에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심장이 고르게 박동하지 않는 부정맥이 생기거나 응고된 혈액이 머리혈관이나 다리혈관으로 이동해 중풍이 생기고, 다리에 혈관이 막히는 허혈이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심장판막에 세균이 달라붙어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치료=심장판막의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우선 약물치료를 시도해본 뒤 증상이 지속되거나 합병증이 유발되면 수술적 치료를 하는 방식이다. 요즘 수술 치료가 크게 발달하면서 위험이 적고 결과도 매우 우수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수술 방법에는 성형수술과 치환수술이 있다. 성형수술은 환자 판막을 그대로 유지한 채 치료하는 것이고, 치환수술은 너무 심해서 판막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도려낸 다음 인공판막으로 치환하는 수술법이다.

요즘은 수술술기와 수술 후 치료가 많이 발달돼 예후가 상당히 좋다. 치료가 어려운 경우는 보통 5% 이하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이처럼 심장판막질환은 전문의와 상담해서 치료만 잘 받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이유없이 숨이 찰 때, 다리가 부을 경우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장판막증 환자들 대부분이 증상을 일찍 발견하지 못하고 넘기거나, 알게 되더라도 나이 때문에 수술치료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환자들의 우려와 달리 국내 심장판막질환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매우 신뢰할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고령이라고 수술을 무조건 주저하기 보단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한 노후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김소연 기자·도움말=류한영 건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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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영 건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류한영 건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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