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Zoom in) 전세시장 '암울'
가을 이사철 매물 늘었지만 고가에 거래 뜸해
계약갱신청구 만기 되는 2022년 전세난 우려

전셋값 상승과 매물 잠김 현상, 연일 오르는 대출금리와 높아진 가계대출 문턱으로 대전지역 전세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전세난으로 덩달아 월세 수요도 커지면서 월세시장 가격이 급등하는 등 지역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대전 서구 갈마동 한 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문승현 기자
전셋값 상승과 매물 잠김 현상, 연일 오르는 대출금리와 높아진 가계대출 문턱으로 대전지역 전세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전세난으로 덩달아 월세 수요도 커지면서 월세시장 가격이 급등하는 등 지역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대전 서구 갈마동 한 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문승현 기자
대전 주택 임대차 시장이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만연한 주택 공급 부족으로 품귀를 빚어온 전세시장은 가을 이사철 이례적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매매·전세가격 급등과 맞물려 호가는 떨어지지 않고 거래는 뜸하다. 집값 고점론에 기반한 혼조세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임대차법 시행 2년 만기가 도래하는 2022년 전세시장이 또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대전지역 전세 물건은 3402건으로 10월 들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달 전(2590건)에 견줘 31.4%, 두 달 전인 8월(1886건)에 비해선 80.4% 전세물량이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68건)과 비교하면 무려 3배가 넘는다. 이사가 많은 가을철에는 전세수요가 넘쳐 물량이 바로 소진되고 공급이 달리는 통상의 시장원리와 정반대인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신규 아파트 집들이에 따른 전세매물 증가 이른바 `입주장`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갑천3블록 트리풀시티(1762가구), 동일스위트리버스카이1단지(1757가구), 대전아이파크시티1단지(1254가구), 대전아이파크시티2단지(1306가구) 등 모두 6079가구로 오는 11월 나란히 입주 예정이다. 새집으로 가면서 빠지는 헌집 물량, 새집 입주 대신 자의반 타의반 임대를 택해 생기는 물량이 뒤섞여 많게는 1000건가량 전세물건이 시중에 풀린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여파로 중도금대출이나 집단대출이 막히자 여윳돈 부족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어 토해놓은 물건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5억원대에 분양된 30평대 한 단지의 전세 호가가 4억 중반에서 7억 중반까지 다양하다는 것만으로 자금사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가격차가 크니 실제 거래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세 매물 잠김이 고착화 기조에서 풀림으로 급격히 전환한 것과 달리 전세물건은 좀처럼 소화되지 않은 채 적체 양상으로 흐르는 건 수요와 공급의 격차 때문이다. 대전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이 최근 3년 폭등 수준으로 동반상승하면서 임대인은 전셋값을 내려받을 유인을 찾지 못하고, 오를 대로 오른 전세가의 상투를 잡을지 모른다는 임차인의 두려움이 맞물려 호가만 높은 거래절벽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신축 대단지 아파트의 본격적인 입주시기엔 전세가가 조정을 받아 내려가는 `반짝장`이 열릴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장을 길게는 6개월까지 보는데 마지막으로 잔금을 치러야 하는 때가 되면 급매가 나오기 시작한다"며 "현 시세에서 최대 1억원 정도 빠진 선에서 전세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전세가 하락세는 급매가 소진되면 사실상 반짝하고 끝난다"며 "이후엔 완만하게 가격이 오르며 시장은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는 `짝수 해`의 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임대차계약에서 투플러스투(2+2)를 가능케 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법 시행 만 2년을 맞는 2022년 8월 전후 매물잠김과 가격급등으로 인한 전세난 심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제 활용으로 전세기간이 연장된 물건들의 만기가 내년 차례대로 도래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고 전세가 상승은 불보듯 뻔하다"며 "전셋값 인상이 차라리 집을 매수하겠다는 내집 마련 수요마저 자극한다면 결국 매매·전세시장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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