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관문 뚫어 법제화 가시권
원팀 정신으로 얻은 결실 값져
대세 잡았지만 긴장 풀면 곤란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법제화가 연착륙 모드다. 지난 24일 국회 운영개선소위 관문을 뚫어 놓은 게 결정적이다. 후속하는 법적 경유 절차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일체의 법안에 대한 생사여탈권은 해당 상임위, 그중 법안심사를 도맡는 소위가 쥐고 있다. 그래서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든 운영소위 허들을 넘지 못하면 계류 상태에서 탈출할 길이 멀어진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승부수를 던진 세종의사당법안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행 법안 발의일 기준으로 1년 넘게 묵혀두었을 정도다.

그랬던 세종의사당법안이 운영소위를 통과하면서 휴면상태에서 깨어났다. 마침내 상품을 출시할 기회의 창이 열렸다. 이 순간을 맞기까지 시간 싸움의 연속이었고 곡절도 많았다. 굳이 짚어보면 정파나 개별 정치인 이해에 우선한 원팀 기조로 대응한 충청 집단지성의 결실이다. 여야 정치권이 전위를 담당한 가운데 충청권 4개 지방정부, 시민사회, 지역민의 후방 지원이 승수효과를 낳았다. 주요 정당의 대선 경선 정국도 상황을 유리하게 견인케 하는 조력자였다. 전통적인 캐스팅 보트 지역인 충청 표심에서 배척되지 않으려면 `세종의사당의 강`을 건너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긴장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재석 의원 절대 다수의 이름이 새겨진 전광판 보드에 녹색 등이 켜지는 것을 헤아린 의장이 의사봉 방망이를 두드릴 때까지 지역 단위에서 미리 표정을 풀지는 말아야 한다. 대신 자신해도 괜찮은 것은 세종분원 열차에 시동이 걸렸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내연기관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는 얘기는 다음 동작인 D(주행) 모드에 기어를 위치시키겠다는 정치 영역의 프로토콜과 다르지 않다. 기어 작동과 관련해 정파적 이해를 대의하기 위해 각론 성격의 사안을 놓고 갈등아 빚어질 소지가 남아있긴 하다. 이는 내선 대선, 지방선거 여론 지형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소음 발생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소모적 내상 파편이 튈 수는 있는 노릇이나 대세는 타격하지 못한다. 정치결사체로서 차기 정권 창출을 욕망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그럴 개연성은 높지 않다.

세종의사당법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사력을 쏟은 충청이다. 법안 활성화 맥박이 뛰기 시작한 것도 그런 간난신고를 무릅썼기 때문이다. 힘겹게 세종의사당 멱살을 부여잡은 것에 비유할 수 있으며 이에 이르기까지 충청은 적어도 권역 밖 세력을 상대로 큰 빚을 지진 않았다. 그간 충청이 보여준 신의칙에 기반한 정치적 선택 내역이 방증이다. 2000년 이후 역대 대선, 총선 때마다 충청은 우호적 표심으로써 선지불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계산서를 엄밀히 살펴보면 공모사업, 인재 기용 분야에서 과소 환급받았을 뿐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세종시에 국회분원이 들어서면 이제까지의 논의 수준과 질이 달라진다. 그만큼 세종분원 존재는 우월적 파급력을 갖는다는 뜻이 된다. 절대 다수 현직 의원들의 활동무대가 세종으로 이동하면 본진 주력 자산의 유입 효과가 상당할 것임은 당연하다. 특히 세종분원을 얻는 입장에서 세종시는 역대급 공적 자산을 품에 안으면서 최대 수혜자로 등극할 게 자명하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선 의회 기능과의 결합이 필요충분조건이고 이를 충족시키면 도시브랜드 파워가 급상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로부터 창출될 직·간접 부가가치 총량 부분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세종분원 설치는 직진만이 정답이다. 지역균형발전, 수도권 1극주의 해체, 행정비효율 문제 해소 등 가성비도 월등하다. 직접 추계비용 1조 4000억 원 투입을 가정했을 때 수익률 대여섯 배 실현도 가능하다고 한다. 세종분원 멱살을 움켜잡고 입법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병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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