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20-30대 입당 쇄도
윤석열 후보와 사사건건 마찰
이대로 가면 민심 이반 불보듯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는 0선의 30대 젊은 정치인으로 제1 야당 대표에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40대 기수론에 비견될 정도로 우리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유형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국회에 첫 출근을 하고, `나는 국대다` 토론 배틀로 대변인단을 선출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국민적 인기는 한동안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기존의 여의도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모습들은 당 지지율까지 끌어올렸다. 당 대표 취임 이후 20-30대 청년들의 국민의힘 입당이 쇄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준석 현상`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랬던 이준석 신드롬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제는 신드롬이 아니라 리스크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은 부메랑이 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 주장,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와 번복은 논란의 출발점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야권의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다. 둘의 갈등은 한 달이 넘었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요 며칠 사이에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통화에서 "저거 곧 정리된다"고 말한 부분이 화근이 되고 있다. 원 전 지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전 총장은 곧 정리된다는 의미이다. 충격적이다"고 말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갈등(저것)이 곧 정리된다"는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둘의 갈등은 당내 진영 간 낮 뜨거운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권력욕 부추기는 하이에나", "탄핵 가능성" 등 거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당 대표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갈등을 빚다 보니 경선준비위원회가 예고한 18일과 25일 후보 토론회도 취소됐다. 돌고래급인 윤 전 총장이 없는 고등어와 멸치만 참석하는 토론회를 열게 됐다는 말이 나오더니 결국 판이 깨져 버렸다. 국민의힘은 경선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내부 총질을 하며 자중지란에 휩싸인 꼴이 됐다.

야권 통합이 불발된 것도 이 대표의 리더십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상대를 압박하며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 제1 야당의 대표로서 작은 정당을 끌어안는 모양새를 갖춰야 하는데 갑질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제3지대 지분을 갖고 있는 대선 주자 중 한 명이다. 이런 안 대표가 `요란한 승객` 취급을 받았으니 야권 통합이 성사될 리 만무하다.

이 정도면 이준석 신드롬이 아니라 이준석 리스크다. 이 대표가 당을 대표해 싸워야 할 상대는 집권 여당인데 오히려 야권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백신 수급 불안정, 여권의 언론중재법 일방 처리 등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의외로 별 말이 없다. 불과 두 달 전 정치권에 돌풍을 몰고 왔던 이 대표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민의힘이 4·7 재보선에서 압승했지만 결코 스스로 잘해서가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이 정권 유지론을 앞서는 것도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조국 사태, 집권당의 내로남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 대표와 야권은 대선을 6개월 여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이전투구만 하고 있다. 마치 이대로 가면 정권 교체가 저절로 되는 듯한 환상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준석 돌풍이 리스크로 변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듯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도 한순간 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은현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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