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지치고 불편하며 외로워도 절체절명 엄중 상황
고통 나누면 반으로 줄어…'나 하나쯤' 생각 버려야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 준수, 백신접종 동참해야

대전 지역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대전 지역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시민이 함께 하면 이깁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을 통제받는 대전 시민들은 극도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고, 매출 감소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계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환자 치료와 방역관리에 구슬땀을 흘리며 연일 헌신 중인 의료진과 방역당국 관계자들도 지칠 대로 지쳐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코로나19 이전 일상의 회복을 간절히 기대하며 품격 있는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본보는 4회에 걸쳐 각자 맡은 영역에서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시민·의료진·소상공인·방역당국의 간절한 희망의 목소리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사태의 조기 종식과 빠른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원해본다. [편집자주]

◇조금 불편하더라도="검사받는 게 아프고 무섭지만, 엄마, 아빠, 동생 아프지 않게 하려면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 최근 대전 서구 도안초에 마련된 임시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한 초등학생이 제법 침착하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 초등학생 곁에는 엄마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동생이 함께하고 있었다. 두 번째 검사라는 이 초등학생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우리 가족도 힘들지만, 학교 친구들하고 친구들 엄마, 아빠도 아플 수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처음 검사를 받는다는 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코로나19 감염을 위해 주로 쓰이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얇고 긴 면봉으로 목구멍 안쪽과 콧구멍 깊숙한 곳을 통해 검체를 채취하기 때문에 한순간 불편함이나 통증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일부는 검사를 받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장례식장을 방문했다가 종사자가 확진자로 알려지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됐다는 김모(31·여) 씨는 "검사하는 분이 `좀 아파요. 곧 끝나요`라고 하더니 코에 긴 막대를 쑤셔 넣었다. 놀랄 틈도 없이 깊숙이 들어가더니 뇌를 건들이는 기분이 들었고 눈물이 흘렀다"면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는데, 주변에 꼬마 아이들도 아무 말 없이 잘 받고 있는 듯해 민망했다"고 멋쩍게 말했다.

호흡기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만큼, 확산 차단을 위해선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무증상 확진자도 상당하기에 확진자 동선과 겹치거나 약간의 우려라도 있다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서구 괴정동에 사는 최정윤(29·여) 씨는 "운이 좋지 않은 건지 확진자들이 다녀간 식당이나 카페와 동선이 겹치면서 수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매번 아파서 눈물을 흘린다"면서도 "비록 검사를 받는 게 유쾌하지 않지만 `나도 감염자일 수 있다`란 생각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참고 있다"고 밝혔다.

◇조금 지치더라도="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죠. 그래도 서로를 위해서 조심해야죠." 충남대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0) 씨는 "비대면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동기들하고도 잘 못 만나고, 친해질 기회도 적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온라인으로 꾸준히 소통하고 마음 맞는 친구도 생겨서 밖에서 가끔 커피도 마시고 잘 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선배들에게 들어 왔던 코로나19 이전의 대학생활을 만끽하지 못하는 데 대해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기쁨은 함께하면 배가 되고, 고통은 반이 된다`고 하던데,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나름 대학생활을 즐기기로 했다"라고 강조했다.

청춘들에겐 코로나 사태가 더욱 가혹한 모습이다. 갓 전역한 한 예비군 대학생은 "일상이 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도, 연애도, 여행도 아무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이 대학생은 "현실에 주저 앉지 않겠다. 이 기회를 이용해 진정한 인간 관계를 뒤돌아보고 자아 성찰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대학생 장모(25) 씨는 "20대 청년들이 술집 같은 데 가서 확진되고, 그런 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확산의 주범이란 오명을 받고 20대들 모두가 도매금으로 취급받는 게 싫다"면서 "친구들과 여럿이 만나서 모임도 하고 이성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야 알겠지만, `나 하나쯤이야`란 생각보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참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조금 외롭더라도=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중인 대전에선 경로당 등 노인시설 대부분이 운영을 멈췄다. 이로 인해 고령층을 위한 유일한 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공간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중구 목동에 사는 한 80대 노인은 "이 나이를 먹으면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도 많고 자식도 다들 바쁘고 갈 데도 마땅히 없다"며 "그나마 경로당에서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 노인은 "코로나 사태가 먼저 끝날지 내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희망 잃지 않고 참고 버티다 보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친구들을 만난다면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할 것 같다. 지금 참 외롭고 힘들지만, 그만큼 일상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모(73·여) 씨는 "부녀회에서 때마다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친목도 쌓고 전국 팔도에 있는 맛있는 거 먹고 멋있는 거 보곤 했는데, 1년 넘게 활동이 멈추면서 너무 아쉬워졌다"면서도 "괜히 우리 욕심에 어디 돌아다니다가 코로나라도 걸리면 그만큼 우리 자식세대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도 없다. 다시 자유롭게 여행 다닐 날을 기약하며 조용하고 차분히 인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진웅·박우경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진웅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