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변변한 뒷받침 없어
타지역 비교하면 열패감 커
이런 식이면 인내 어려워져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정부 정책상품이 국민 일반은 물론, 지역 광역공동체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의 영역이다.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갖고 공평하고 효율성 있는 배분을 따져야 하는 입장이라면 지방은 지방끼리 경쟁을 불사해가며 정부 정책에 목을 매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일반론적 이론에 입각해 충청 실상을 조망해보면 당혹스러움이 피부에 와 닿는다. 한마디로 화끈하게 되는 일이 드믄 곳이 충청이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충남 서산민항 유치 문제만 해도 공연한 열패감을 자극시켜가며 속을 태우는 사례다. 전국 유일 무공항 지역인 충남의 절실한 희망사항임에도, 정부 당국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경제성, 정책성, 미래 지속 가능성 등 어떤 지표를 동원해 재단해도 충분히 시동 걸 만한 사업인데도 기약이 없다. 정부 재정 소요 500억 안팎 정책 사업을 놓고 왜 그리 인색하게 구는지 까닭을 알 수 없다. 그런 정부가 타 지역 민항 건설엔 특별법까지 만들어 일사천리로 밀어붙인다.

그제 확정 발표된 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도 충청 입장에선 명암이 교차한다. 유연하게 받아들일 부분도 적지 않지만 맥락의 내면을 살펴보면 정책적 포만감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충청권 광역철도망을 구축하는 일을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정책이 성기지 못한 게 흠으로 지적된다. 세종청사-조치원 구간의 일반철도화의 경우 ITX 건설과 맞물려 정책적 다툼의 여지가 남아있고 이 철도의 청주도심 통과 노선에 대해 경합 검토 방향으로 봉합한 것도 현재로선 걸리는 부분이다. 충남쪽은 사정은 더 메마르다. 서해선 서울 직결 노선 확정으로 체면이 섰다면 대산항 인입철도, 보령선 철도,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등은 여지없이 배척된 현실을 말한다.

이번 철도 인프라 정책 경쟁에서 충청은 평년작 수준에 그쳤다고 볼 수 있다. 돌파해낸 것보다 앞으로 감당하고 해쳐나가야 할 과제의 총량이 무겁다고 보면 된다. 비수도권 일부 지역은 정책 폭탄이 터져 들썩인다. 광주 송정-대구 간 199㎞ 구간을 잇는 전철인 달빛내륙철도 사업이 반영된 게 단적인 예다. 이 철도는 사업비만 4조 5000억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경제성이 낮게 나와 4월 초안 발표 때는 탈락한 바 있는 데도 두 달 만에 살아남는 생명력을 발휘했다. 서산 공군비행장 활주로를 이용한 민항 유치 문제로 씨름하는 충남의 현실이 초라해지는 기분이라면 지나칠까. 국토부는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있다는 점, 거점간 횡축 철도망 확대에 대한 정책적 필요성 등을 신규 반영 사유로 밝혔다. 그동안 많이 듣던 소리 같고 특히 같은 잣대가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의아한 것은 철도 구축 분야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충청이 유난히 정책 가뭄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면 타 지역에선 수조원 대 예산이 따라붙는 대형 정책이 잘만 집행된다. 예의 가덕도신공항 유치 사업이 그렇고 나주 한전공대 개교만 해도 충청으로선 딴 세상에서 일어난 일인 양 비칠 따름이다. 충청엔 정책 폭탄이 떨어지는 것은 아득하고 오히려 갖고 있던 공공기관 자산도 잃는 판이니 난처하기 이를 데 없다. 정책 불발탄이 쌓이게 되면 큰 규모의 내수시장이 받쳐주지 않는 한 그 지역이 정체와 퇴보의 길을 걷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다.

정부발 정책 폭탄의 습관성 충청 기피 현상은 공평과 기회 균등의 원칙을 허물 수 있다. 이 폭탄은 단순 발사체가 아닌 국비 지원이라는 예산 탄두와 결합돼 있다. 그래서 이를 실효적으로 요격해내야 지역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간다. 이달에는 정부 예산 2500억 짜리 바이오 랩허브 폭탄이 투하된다. 이것마저 요격 불능이 되면 답이 안 나온다. 지금 지역 정·관계 전략 자산들은 칼날 위에 있다. 나병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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