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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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과거보다 사춘기가 빨리 오는 편이지만, 너무 빨리 오는 경우 성조숙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최근 성조숙증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연간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어린이는 지난 2016년 8만 6000여 명에서 지난해 13만 6000여 명으로 4년 사이 1.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조숙증은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해 최종 키를 작게 만들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아이의 성장 속도와 사춘기 증상을 꼼꼼히 확인하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성조숙증에 대해 오준석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증상과 원인=성조숙증은 만 8세 미만 여아에서, 만 9세 미만 남아에서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보통 여아에서는 가슴 몽우리 발달을 통해, 남아의 경우 고환의 크기가 4㎖보다 커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음모가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질 분비물 발생, 머리 냄새, 여드름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조숙증 원인은 뇌, 고환·난소 또는 부신 등 종양을 비롯한 병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경우와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으로 나뉜다. 최근 나타나는 성조숙증은 대부분 특발성이다. 환경적인 요인인 비만의 유병률 증가, 내분비 교란 물질의 노출 증가, 전자파, 시각적인 자극, 스트레스 등이 성조숙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여아가 만 8세 이전에 젖멍울이 만져지거나 아파할 때 △남아가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질 때 △최근 키가 급격하게 자랐을 때(6개월에 4㎝ 이상).

◇치료=4주 간격으로 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 호르몬 작용제를 예방접종 하듯이 주사해 사춘기 진행을 억제함으로써 사춘기 발달을 또래와 맞추고 최종 성인 키의 손실을 최소화한다. 약제 투여 후 사춘기 진행에 따른 급성장 정도가 감소되고 뼈 나이 증가도 저지된다. 일부 2차 성징 쇠퇴가 일어나기도 한다. 치료가 계속되는 동안 성호르몬은 억제돼 있다가 적당한 시기에 치료를 중단하면 사춘기가 다시 진행하게 된다. 간혹 부작용을 걱정해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 호르몬은 치료제로서 전 세계적으로 40여 년 이상 투약해 왔으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입증된 약물이다.

◇예방=성조숙증은 비만, 특히 지방세포와 연관이 있다. 식사는 골고루 건강한 식단을 적당량만 먹도록 하고 되도록 천천히 하는 게 좋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최대한 피하고, 열량이 많으면서 영양가가 적은 패스트푸드는 가능한 먹지 않아야 한다. 야식과 음료수도 피하는 게 좋다.

이어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성장기 소아나 청소년이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줄넘기와 스트레칭 등을 규칙적으로 하면 키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운동은 적어도 일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하고, 한 번 운동할 때 한 시간 이상 하는 게 좋다.

또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성조숙증 발생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내분비 교란 물질이 연관돼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용기 등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늦게까지 자지 않고 깨어 있으면 몸 안의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돼 성호르몬 억제 작용이 줄어들게 된다. 밤 10시 이후에는 주변 환경을 어둡게 해 잠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반드시 치료해야 할까=성조숙증이 있으면, 또래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커진다. 이런 경우 아이가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성호르몬 조기 분비로 인해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판이 일찍 닫히게 돼 최종적으로는 키가 작아질 수 있다. 치료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그만큼 치료 효과도 낮아지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확인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 평상시 아이의 가슴 몽우리나 고환 크기를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소아내분비 전문의를 찾아 성장과 성조숙증 평가와 상담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오준석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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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석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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