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부르곤뉴 와인의 수도 본 시내 북쪽에 본사가 위치한 메종 파트리야르슈(Patriarche) 뻬르에피스(Pere et Fils)는 지하에 부르곤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멋진 아치형 와인 저장고를 갖추고 있어서 매년 5만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합니다. 직전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메종 부샤르(Bouchard)에 관리자로 근무하는 삼촌을 따라 부샤르에서 와인업에 입문한 장-밥띠스트(Jean-Baptiste) 파트리야르슈가 1780년 와인유통업체를 설립했고, 프랑스 혁명으로 몰수되어 곡물창고로 사용되던 병자 봉사 수녀원 비지땅딘(Visitandines, 1632년 건축)을 1796년 경매로 인수해서 본사로 삼은 메종 파트리야르슈가 현재까지 이어왔습니다.

파트리야르슈는 타인이 생산한 포도로 와인을 양조하여 유통시키는 전형적인 네고시앙(Negociant, 양조유통업자)입니다. 1941년 이를 인수한 마켓팅의 천재 앙드레 부아쏘(Andre Boisseaux)는 파트리야르슈를 획기적으로 성장시켜 부르곤뉴 최대 메종의 하나로 키웠습니다. 1950년대부터는 지하 저장고를 일반인에게 개방하여 `와인 관광`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수도원 건물 지하에 17세기에 만들어진 저장고 까브드라샤펠(Cave de la Chapelle)에는 110ha에서 생산된 와인들이 저장되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저장고는 도로 밑 좁은 동굴로 다른 건물의 지하와 연결되면서 지하로 가로자르는 길 이름에서 딴 통로 이름까지 붙여 표시했습니다. 4개의 통로로 이어진 지하 저장고의 길이는 샴페인 메종 모에-샹동의 28km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부르곤뉴 최장인 5km에 달합니다.

14세기 저장고 2개와 16세기 저장고 4개 외에도, 1963년에 공로장 `프레스티쥬 드 프랑스(Prestige de France)`를 받은 기념으로 1959년 와인 2천여 병을 봉인했다가 2000년 호스피스드본에서 개봉했다는 2000년 저장고도 있습니다. 1443년 자선병원을 건립한 부르곤뉴 공국의 재상 니콜라 롤랭(Nicolas Rolin)을 기리기 위해, 파트리야르슈가 1994년 호스피스드본에서 경매로 구입한 `뀌베(Cuvee) 니콜라 롤랭` 중에서 1,050병을 350병씩 나누어 봉인해서 각각 2020년, 2050년, 2094년 호스피스드본에 개봉해서 100병은 시음하고 250병은 경매에 붙이기로 했다고 적어놓은 저장고도 있네요.

2011년 세계 3대 메이저 와인 그룹 삐에르 까스텔(Pierre Castel)에 인수된 파트리아슈는 2015년 조명 등 지하 저장고 공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여 현재의 관람 동선(600미터)을 와인과 문화가 결합된 멋진 코스로 장식하였고 50평의 매장도 설치했습니다. 저장고 곳곳에 와인재배와 양조 관련 다양한 사진과 정보를 배치하였고, 명사들의 명언도 적어놓았습니다. 보물섬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문구 "와인은 병입된 시"와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있다"는 파스퇴르의 명언 외에도 "와인 시음을 아는 사람은 와인을 마시지 않고 그 비밀을 음미한다"라고 한 살바토르 달리의 문장도 봤습니다.

파트리야르슈는 대다수 다른 대형 매종들과 달리 예약된 시간에 진행되는 탐방 외에도 자유 관람이 허용되기에, 메종 부샤르 에네에피스와 200여 미터 떨어져 있어서 부샤르 예약 방문 전후에 돌아보는 것도 효율적입니다. 관람 진행 방향이 잘 표시되어 있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제세동기까지 구비되어 있더군요. 시음실에서 비싸지 않은 마을 단위 와인은 자유롭게 맛볼 수 있습니다.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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