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증후군

임우영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임우영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자녀를 둔 주부 김모 씨는 얼마 남지 않은 개학이 벌써부터 두렵다. 지난해 이맘 때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침이면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호소했다. 달래보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등교하기를 꺼려 김 씨의 속을 태웠다. 많은 아이들이 새학기 증후군을 경험한다. 새학기 증후군의 대표적인 중상은 두통이나 복통, 무기력, 수면장애, 식욕부진, 외출 거부 등이다. 새학기 중후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방치하면 스트레스가 심해져 다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임우영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새학기 증후군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학교가기 싫어요" = 보통 초등학교 신입생은 처음 학교에 가는 것을 어색해하고 불편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금방 적응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해 등교 시간이 되면 어디가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를 `새학기 증후군`이라는 용어로 많이 불리고 있다. 새 학기 증후군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환경에서 나타나는 부적응 양상으로 새로운 환경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새학기 증후군은 단순히 학교에 가기 싫다고만 하는 것을 넘어, 선생님이나 학급 아이들에 대한 불평을 쏟아 내거나, 아침에 유독 일어나는 것을 힘겨워하고 짜증을 잘 내며 잦은 복통이나 두통 등을 호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분리 불안이 원인 = 이러한 아이들은 일단 분리 불안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분리 불안은 학령기 아동의 3-4% 정도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청소년 1% 정도는 분리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학업상에 문제가 있거나, 친구 관계 등 사회적 적응에 문제가 있을 때 학교 가기를 싫어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며칠 이내로 나타나는 것은 분리 불안에 초점을 맞춰야 할 이유가 된다. 가끔 동생의 출생으로 인해 아이가 동생한테 부모의 사랑이 뺏겼다고 느끼는 아이도 학교에 가는 것을 사랑을 박탈당하는 상황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분리 불안의 원인으로는 가장 대표적으로 부모와의 애착 관계를 들 수 있다. 애착 관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으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 모습으로 학교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이 잘 적응해 나가지만, 애착관계가 불안정하고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공감을 받지 못한 아이는 새롭고 낯선 환경에 대해 어려워하며 선생님과의 관계와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위축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분리 불안이 있는 아이들은 부모가 다치거나 눈에 안 보일 경우 지속적으로 지나친 걱정을 하거나, 갑자기 어떤 일이 닥쳐서 부모와 헤어지게 되지 않을까 끊임없이 걱정하고, 그로 인해 집을 벗어나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한다. 부모가 없이 집에 있는 것이나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며,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헤어지는 상황에서 반복적인 두통과 복통을 호소한다. 헤어지는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몹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 마음을 살펴야 = 아이가 학교 가기를 거부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은 좋지 않다. 아이가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치부해 지나치도록 엄하게 혼을 내고 질책해서 학교를 보내거나 반대로 아이가 바라는 대로 즉시 학교를 안 보내고 집에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불안을 더 느끼게 만들거나 아이의 불안이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없다.

학교를 가지 않을 때는 무턱대고 지켜보기보다는 즉시 다각도의 적절한 방법을 찾아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일 학교에 있는 것을 힘들어하면 담임 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1교시까지만 학교에 머무르게 하고 차차 그 시간을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교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에 대해 `규칙을 지켜야 하고 말을 잘 들어야 되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부모님이 아이에게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관을 심어주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학교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는 곳`이라고 언급해줘야 한다. 또한 주말에 가족들이 함께 학교 운동장에 놀러 가서 노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학교라는 건물과 공간에 익숙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에 갈 때 가방이나 필통 등에 가족사진을 넣어두는 것도 아이가 가족의 대체물로서 아이가 마음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작별 인사를 할 때는 꼭 안아준다거나 엄마와의 비밀 인사법을 만들어 조금은 재미있게 인사하는 것도 작별의 상황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만들어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라 엄마가 아이보다 더 일찍 집을 나가야 하는 경우 아이가 작별 상황을 싫어할까 봐 갑자기 사라지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아이의 불안감을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수면 시간을 충분히 하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부모님이 서둘러 학교에 보내느라 아이를 다그치게 되는데, 아이에게 등교시간은 좋지 않은 시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기 때문이다. 등·하교 시간에 가까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갈 수 있게 하는 것도 등·하교를 즐거운 시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 건강과 자신감 증진도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자녀에게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는 칭찬을 자주 해주고 `부모가 정서적으로 항상 곁에 있다`는 안정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아이가 많이 큰 것 같아도 아직은 부모의 사랑과 배려가 많이 필요할 때다.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서는 힘들었던 일이 혹시 있지 않았는지 공감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도록 가정이 재충전이 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장진웅 기자·도움말=임우영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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