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월 부지 최종 확정 예정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멈춰 세웠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일상이 정지된 듯 정적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전쟁 통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칠흑 같은 터널도 끝은 있기 마련. 코로나19가 일상을 멈춰 세웠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국 4곳의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유치전을 펼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현재 다수의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열을 올리는 사업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신규 구축 사업`이다.

현재 이 사업은 충북 청주(오창),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 등 4곳의 지자체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사업이 미래 100년을 이끌어갈 신성장산업의 동력이 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확신에서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방출되는 고속의 빛을 활용해 초미세 세계를 분석하는 장비다. 신약 개발, 미세로봇 제작 등 기초과학은 물론이고 응용과학, 공학,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최첨단 실험장비다. 지난해 일본의 對(대) 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원천기술 개발에도 꼭 필요한 시설이다.

정부가 방사광가속기 신축을 서두르는 이유는 현재 운영 중인 포항 방사광가속기가 이용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포화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포항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에 정부가 시급성을 고려해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달 중 전국 광역시도 지자체를 대상으로 유치계획서를 받은 후 5월 초 최종 평가를 거쳐 같은 달 7일 부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1조원대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국책 사업이라는 점에서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지자체간 유치전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정한 부지 선정을 위해 유치 공모 계획 평가 항목과 기준을 공고한 상태다. 평가 항목은 기본 요건(25점), 입지 조건(50점), 지자체의 지원(25점)으로 구성했다. 일찌감치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뛰어든 충북도의 경우는 오창이 과기정통부의 부지 선정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부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총 배점 50점이 부여된 입지 조건 중 부지의 안전성, 시설 접근성 및 편의성, 자원의 활용 가능성 등 세부 평가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창이 접근성과 편의성이 뛰어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창은 전국 어디서나 2시간대에 접근이 가능하다. 중부고속도로 서오창 IC에서 5분, KTX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편리한 교통망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지질학적으로 단단한 암반지형이어서 지진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거의 없다는 점도 안정된 가속기 입지의 최적지로 꼽는다.

활용 가능성 역시 타 지자체에 비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방사선과속기의 주요 활용분야인 반도체산업의 84.9%, 의약품의료기기산업의 58.4%, 화학물질산업의 63%가 충북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과 수도권에 집적돼 있기 때문이다. 방사광가속기 활용도가 높은 판교테크노밸리가 50분 거리에 위치한 것도 활용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오창 인근에는 오창과학단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입지하고 있으며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판교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반도체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소 등 선도적 기초 원천 연구지원 시설들이 집적돼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특히 다목적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오창 유치에 한 목소리로 힘을 싣는 도민들의 결의야 말로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간 유치전이 가열되면서 지역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어 후폭풍이 우려된다. 정부는 지자체들이 소모적인 분쟁과 예산 낭비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 정치권의 힘의 논리가 아닌 부지의 안전성, 접근성, 편의성,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한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서.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