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수 백 명씩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보던 어느 날, 옆에 있던 아내가 "어린이들도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고 있대!"라며 걱정을 한다. 나는 놀라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되물었고 아내는 "아이들이 집에만 있고 활동을 못해서 살이 확찐자들이 늘고 있대"라고 설명을 해준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웃음이 사라지고 머리와 마음이 무거워졌다.

코로나19로 3월 2일 입학을 환영하기 위해 학교에 달아 놓은 현수막의 입학일 날짜가 계속 바뀌고 있고 늦어지는 개학일 만큼 교육현장에서의 불안과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6일 금요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기존 오후 5시까지 하던 긴급돌봄을 7시까지로 연장하고 더불어 점심식사도 제공한다는 코로나19 후속조치를 발표했고 관련 공문이 오후 늦게 학교로 내려왔다. 당장 월요일부터 시행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었지만 학교에 주어진 시간은 주말과 월요일 오전이 전부였다.

학교에서는 우선 가정마다 안내장을 보내 긴급돌봄 추가 수요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월요일에 바로 교육청에 보고해야 했다. 이와 함께 점심제공을 위한 내용 검토도 필요했다. 교육부에서 점심을 제공한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큰 방향의 틀과 범위만 정해줄 뿐 세부적인 사항의 결정은 오롯이 학교 현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도 함께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이 시기에 여러 과정을 거쳐 외부에서 만들어 온 도시락이 과연 안전한가부터 시작해 여러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들에 대한 경우의 수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교육부의 후속조치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점심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좋다"라고 호응하는 의견과, "이 시기에 외부에서 만든 음식을 모여서 같이 먹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라며 거부감을 보이는 의견이 팽팽했다.

학교는 모든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등을 결정함에 있어 늘 학부모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하고자 노력하지만 워낙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수가 공감하는 쪽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하는 일들이 모든 학부모들을 만족시키기 정말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는 물론 교육청, 교육부와 같은 기관으로 갈수록 그 어려움은 더 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운 좋게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지역교육청, 본청, 교육부까지 거의 모든 교육현장에서 근무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최대한 수요자를 고려한 적극행정을 하려 노력하지만 모든 수요자를 만족시키는 행정은 늘 어렵다.

나도 아이들의 교육과 아빠의 역할을 고민하는, 두 아이를 둔 학부모다. 학부모는 교육의 수요자이면서 교육의 한 주체다. 아이들의 교육에 책임을 함께 느끼는 성숙한 교육의 주체로써 바른 소리를 내야 할 때는 바른 소리를 내고 쓴 소리를 내야 할 때는 쓴 소리를 내겠지만 일선에서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를, 또 그 안에서 근무하는 선생님과 여러 직원들을 믿어주고 응원하며 힘을 보태고 싶다. 특히나 이렇게 어렵고 혼란스러울 때는 말이다. 다정초등학교 행정실장 신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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