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ETRI 책임연구원
신성식 ETRI 책임연구원
샴페인의 역사에 돔 페리뇽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 마담 클리코( Clicquot)입니다. 1805년 27세에 과부(Veuve/뵈브)가 되어 평생을 샴페인 제조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1810년 최초의 빈티지 샴페인, 1816년 현재의 크리스탈처럼 맑은 샴페인 생산을 가능케한 리들링 테이블 발명, 1918년 최초의 블렌딩 로제 샴페인 등 혁신을 이끌어, 라 그랑드 담(La Grande Dame, 위대한 여인)이란 칭호를 받았습니다.

뵈브 클리코는 1909년 렝스 남동쪽에 위치한 쌩니캐즈(Saint-Nicaise) 언덕의 482개 크라예르(crayeres, 백악질 채석장)를 매입해 셀러로 활용하여, 현재 이곳에는 방문객 센터와 생산부지가 있습니다. 근처에 때땡저(Taittinger)와 뽀므리(Pommery) 등의 유명 샴페인 하우스도 위치합니다. 뵈브 클리코의 지하 24km에 펼쳐진 이 백악질 터널이 포함된 쌩니캐즈 언덕도 유네스코의 샴페인 문화 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뵈브 클리코는 색깔을 활용한 디자인에도 탁월합니다. 일찍이 1877년 엘로우 라벨을 상표 등록하였고, 하우스의 부티크에 들어서면, 온통 노란색 소품들이 방문객의 눈길을 끕니다. 로제 샴페인에는 옅은 분홍색으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연필이나 과슈(물감튜브) 모양의 샴페인 케이스와 다양한 형태의 버켓이 매력적입니다. 건물 앞에 배치된 노란색 야외 테이블·의자·차양막 옆의 국기 게양대에 프랑스 국기 외에 미국 국기와 태극기 나란히 걸려 있어서 의아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뵈브 클리코에도 주요 고객이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우스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여 1972년에 프레스티지 퀴베인 `라 그랑 담`을 출시하고, 마담 클리코의 기업가 정신을 기리는 뵈브 클리코 여성 기업인상을 제정했습니다. 현재까지 약 50년 동안 27개국에서 350명의 여성이 영예를 안았습니다. 한국 여성 기업인은 2018년 색조 화장품 회사 클리오의 한현옥 대표가 비즈니스 우먼 어워드를, 2019년에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볼드 우먼 어워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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