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백화점이 들어서는 게 백지화되는 모양이다. 나성동(2-4생활권)에 6만 7400㎡ 규모의 터를 확보했지만 입점이 성사되지 않아 7년째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시피 하고 있다. 급기야 시는 미관상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용도 변경과 함께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키로 해 사실상 백화점 입점이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백화점 업계의 세종시 입점 타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시 출범과 함께 백화점 부지를 마련하고 업계와 접촉을 가졌을 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업체도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질 것 같던 경기가 불황의 늪으로 빠지면서 타진 업체에서도 발을 빼 장기 숙제로 남은 것이다. 백화점 업계의 입점이 늦어지는 사이 대형 유통업체가 세종지역 유통시장을 선점했다. 인구 30만이 조금 넘은 세종엔 현재 홈플러스 2곳과 이마트, 코스트코가 입점 해 백화점이 들어설 공간적 자리를 뺏긴 거나 다름없다. 20-30분 거리에 있는 대전과 청주에 백화점이 있다는 점도 업계의 세종 입점을 망설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전에 초대형 복합시설인 신세계 사이언스컴플렉스가 오픈을 앞두고 있는 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무엇보다 과잉 공급된 세종상가의 붕괴 현상이 일고 있는 점도 백화점 입점을 꺼리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 유치가 성사됐을 때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시와 LH, 행정도시건설청이 백화점 부지 용도변경을 서두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 인근엔 어반 아트리움 등 복합시설이 많아 부지 적절성 시비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곳에 유사한 복합쇼핑몰을 세우려 하는 건 또 다른 유통 상권의 붕괴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다. 전통적인 백화점 형태가 사라지고 온라인 유통이 대세인 건 거스를 수 없다. 차라리 광장 문화를 즐기고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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