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췌장염

류기현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류기현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술자리가 잦아지면 급성 췌장염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급성 췌장염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쉽게 회복이 가능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췌장이 손상돼 호르몬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당뇨병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과음 뒤 나타나는 복통이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껴지거나 몇 달 이상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면 췌장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평소에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음주 후에 등이나 옆구리에 통증이 생기거나, 오심과 구토가 자주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류기현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급성 췌장염에 대해 알아본다.

◇원인= 췌장은 위장의 뒤에 위치한 길이 20㎝ 정도의 장기로 주된 역할은 소화액을 만드는 것과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등 여러 호르몬을 만든다. 급성 췌장염이란 술이나 담석을 포함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췌장에 갑자기 염증이 생겨 췌장 및 주변 조직의 손상을 일으키는 병을 말한다. 췌장염이 생기면 정상적으로 위장관내로 분비되는 효소들이 세포 내에서 췌장 조직 내로 새어 나오면서 주변 췌장조직에 추가적인 손상을 주게 된다. 췌장이 붓고 염증을 일으키면 더 많은 효소들이 주위 조직과 혈관으로 분비돼 통증을 유발하며 소화가 되지 않고 여러 신체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췌장염이 심하거나 반복되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을 유발하는 여러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췌장 분비 소화효소의 장관 내 배출에 장애를 줄 수 있는 담석이다. 췌장에서 소장으로 소화 효소를 운반하는 췌관은 간과 담낭에서 나온 총담관과 합쳐지는데, 이곳이 담석으로 막히면 소화 효소들은 흘러나가지 못하고 췌장 내로 역류해 염증을 발생시킨다. 또 다른 대표 원인은 과음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술을 대사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많은 췌장액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십이지장으로 충분히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으로 역류해 췌장세포에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증상= 복통이 급성 췌장염의 주증상이다. 통증의 강도는 가벼운 정도부터 극심할 경우 꼼짝 못할 정도의 통증이 발생한다. 윗배와 배꼽 주위의 복통 통증으로 시작해 등쪽이나 가슴, 아랫배 쪽으로 뻗어 가는데 가만히 누워 있으면 더 심해지고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통증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구역질, 구토, 복부팽만감, 미열, 빈맥, 저혈압 등의 증세도 있고 드물지만 쇼크에 빠지기도 한다. 심한 췌장 괴사가 있으면 배꼽 주위나 옆구리에 피멍처럼 붉고 푸르스름한 피부변색이 나타나기도 하고 상복부에서 딱딱한 덩어리처럼 부은 췌장이 만져질 수도 있다.

◇진단 및 치료=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이학적 검사, 특정 검사들을 통해 할 수 있다. 혈액검사로는 2가지 췌장 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와 리파아제(lipase) 등의 수치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췌장이 부어있거나 복부에 물이 고여 있는지, 담석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CT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급성 췌장염의 치료는 증상에 따른 요법이 주로 행하여지는데 이것은 췌장액의 분비를 감소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통증은 진통제를 놓고, 정상적인 혈액량을 유지하기 위해 수액을 충분히 보충한다. 소화 효소의 분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식하고 튜브를 위에 삽입해 췌장을 편안히 쉬게 만들어 준다. 증세가 조금 가라앉으면 음료수 등을 통해 수분을 공급하도록 하고 식사요법을 시작한다. 증세가 가벼운 경우에는 약 1주 전후로 증상이 사라지면서 검사치도 정상적으로 돌아오지만, 환자의 10-20%는 급성신부전, 쇼크, 호흡부전, 패혈증 등의 심한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사망률이 30% 가량 되는 응급상황이다. 담석에 의한 급성 췌장염일 경우 내시경을 이용해 담도와 췌관에 있는 담석을 제거하는 시술(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ERCP)을 받아야 한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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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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