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는 일본 경제보복에 대항하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뜨겁게 전파되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각 연령층이 소비하는 물품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점검하고 그 제품에 대하여 재고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일본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사용금지를 장려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곳에서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을 외치면서 정작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시나브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본말에 대해서는 관대한 듯하다.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에서는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으라고 내주었다. 기름진 음식과 고추냉이의 알싸함에 매료되어 더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7번에 와사비(わさび) 추가요.`란다. 또 얼마 전 여행으로 다녀온 지역에서는 `회전교차로`가 꽤 많이 있어 운전하는 데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이를 두고 동행한 이가 `아직도 로타리(Rotary)가 많이 있네.`라는 혼잣말에 괜스레 낯이 뜨거워졌다.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필자의 단상은 흐름에 맞지 않는, 견문이 좁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사회 형편을 잘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것은 나처럼 경제에 문외한 사람도 알 수 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일본 제품은 모두 버려야 한다는 의견과 사태 이전에 제품 구매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전자의 입장은 강력하게 대항한다는 의견을 주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한편, 후자의 경우는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구매한 수천만 원의 차를 버려야 하나? 혹은 일본 요리를 하는 곳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가? 등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관한 결정은 개인의 주체적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양측에게 나지막이 그리고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말은 돈이 들지 않으니 얼마든지 바꾸셔도 좋습니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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