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시실의 해양생물 표어.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시실의 해양생물 표어.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사무실 월간 계획표는 현장조사 일정으로 가득 찬다. 갯벌로, 배를 타고 바다로, 다이빙 장비를 메고 바다 속으로 생태보전연구실의 해양생물 조사가 시작된다.

지난달 선박조사 당시 보이지 않는 수심 30m 바닥에서 생활하는 생물을 채집하기 위한 반빈그랩이 크레인에 매달려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랩에 갇혀 올라온 진흙과 모래를 체에 걸러내자, 가시닻해삼, 아기반투명조개, 거미불가사리류, 버들갯지렁이류 등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이름조차 생소한 바닷 속 생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빛도 비치지 않는 0.1㎡ 좁은 공간에 다양한 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지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에는 지구생물의 약 80%가 살고 있다. 그 중 우리는 아직 1%만 알고 있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24만 여종의 해양생물이 기록·보고됐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발간한 2018 국가해양수산생물종 목록집에는 원핵생물, 무척추동물, 해조류, 해양식물, 척추동물 등 우리나라 해양생물 1만 3356종이 수록되어 있다. 매년 연구자들에 의해 발견되고 처음으로 이름 붙여지는 생물(신종)과 국내에서 출현이 확인돼 처음 기록되어지는 생물(미기록종)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출현·기록되는 해양생물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해양생물들은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작은 플랑크톤부터 바다거북, 고래 등 큰 생물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바위나 다른 생물에 부착하며 살아가는 따개비, 다른 생물들의 산란장, 섭이장 및 피난처가 되기도 하는 잘피 군락, 산호에 부착해 서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미세조류, 생산자와 소비자, 먹이원과 포식자 등 다양한 생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생태적 지위(niche)를 가지며 생태계를 구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근대에 들어 산업화, 운송수단의 발달, 해양 개발 등을 통해 인간은 바다에 점점 가까워지고 바다를 더욱더 이용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인간의 흔적과 영향은 해양생물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쉼터를 잃고 다른 지역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철새, 해파리로 착각하고 폐비닐을 먹은 바다거북, 플라스틱 부유물을 타고 우리나라 해역에 나타난 유령멍게. 어떻게 보면 오랫동안 조상들로부터 이어져온 그들의 관계를 우리가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남획에 의한 수산자원의 고갈, 무분별한 포획에 의한 멸종위기 증가, 해양쓰레기, 해양오염 등의 문제는 특정 생물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며 먹이사슬과 생태적 관계를 통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ecosystem(생태계)`의 eco는 그리스어 oikos에서 유래됐으며 `사는 곳`, `집`을 의미한다. 풍요롭고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단순히 바다와 해양생물의 이용자가 아닌 해양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생물들과 조화롭게 `우리`가 `사는 집`을 잘 가꾸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은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양동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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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빈그랩을 이용한 저서생물 채집.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반빈그랩을 이용한 저서생물 채집.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네트를 이용한 플랑크톤 채집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네트를 이용한 플랑크톤 채집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양동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원
양동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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