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습관적으로 `다르다`와 `틀렸다`를 별다른 구별 없이 혼용해서 쓰곤 한다. 피부색이 다른 것을 틀린 색이라고 하고, 남자와 여자는 틀리다고 말하며, 아이들은 `다른 그림 찾기`를 `틀린 그림 찾기`라고 한다. 영어로 쓰면 `different`와 `wrong`의 차이인데,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언어를 `존재의 집`으로 표현했던 것처럼 다르다와 틀렸다를 혼용함으로써 은연중에 다른 것은 `틀렸다`, 즉 `옳지 않다`는 인식의 프레임에 갇히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식물과 동물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며 오른쪽과 왼쪽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사회적 요구와 욕구가 다양화되고 그에 따른 문제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정치, 종교, 지역, 세대 간의 욕구에 따라 정책을 입안하고, 사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붉어지는 사회적 갈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남북문제, 경제운용 방법 등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갈등 당사자들끼리는 말할 것도 없고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회 구성원들까지도 계속되는 갈등으로 인해 피로감과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사회 전체가 불안정한 상황으로 이동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갈등의 어원을 살펴보면 갈등(葛藤)에서 `갈(葛)`이란 칡을, `등(藤)`이란 등나무를 의미한다. 신기하게도 두 나무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자란다. 칡은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 쪽으로 감고 올라가니 서로 다른 수종이 얼기설기 뒤엉킨 모습을 통해 개인이나 집단이 상호간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적대시하고 화합하지 못하는 모양새를 이르는 말일 것이다.

갈등은 이제 `이념`과 `지역`을 넘어 `일자리`나 `세대`, `남녀`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산되고 서로 뒤얽혀 정파갈등, 빈부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는 줄어드는 일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대 간 갈등, 젠더 간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2017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OECD 가입국 사회갈등지수 TOP5 안에 들었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Social Conflict Index)는 1.88점으로 3위였고, 멕시코가 3.92점으로 갈등지수가 가장 컸으며 이어 터키 2.46점, 미국 1.05점, 호주 0.86점, 뉴질랜드 0.76점 순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비용이 연간 최대 246조 원이라고 하니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방법의 강구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회갈등이 세계 최고 또는 최저 수준인 자살, 이혼, 출산 등 한국의 사회문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보고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충족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욕구들의 충족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지게 되면서 갈등에 직면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회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 나아가느냐 하는 `갈등 해결의 과정`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공정한 경쟁이나 양보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회만이 진정한 국민대통합도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진정한 소통`이 출발되는 것이 아닐까. 즉, 시민사회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다름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등나무와 칡넝쿨이 서로 공존하는 것처럼 말이다. 시민사회 스스로 갈등 조정과 통합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대화하고 진정으로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상호이해의 시간이 필요하다.

갈등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정답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해답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정부와 정치, 경제, 종교, 시민단체 등 각계가 스스로 역지사지의 시각과 마음으로 다 같이 잘사는 대한민국의 갈등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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