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까이 두고 기회되는 대로 읽는 책이 있다. `정관정요(貞觀政要)`이다. 정관정요는 중국 당 태종이 신하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언행록이다. 이 책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군주의 도리, 인재 등용, 간언의 중요성, 도덕의 표준, 조세 등 가장 번영했던 시대의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사료로 꼽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고려와 조선에서는 과거 시험을 위한 필수 도서였으며 일본에서도 지도층의 필독서였다고 한다. 그만큼 동양권의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여 국가경영에 끼친 영향이 크고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수시로 읽곤 한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에는 당 태종이 신하들에 대해 한탄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진 신하들을 등용해 나라를 세웠으나 어째서 전과 달라진 게 없느냐는 태종의 한탄 섞인 말에 신하 위징은 이렇게 답한다. "신하가 처음 기용되었을 때는 모두 군주를 보좌하고 시국을 구제하려 하였으나 자신이 부귀해졌을 때는 관직과 직위를 보존하려고만 하니 충성과 절개를 다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제왕과 신하의 시종여일(始終如一)한 마음가짐이 국가의 번영과 백성의 안위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우는 말이다.

시종여일이라는 말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순자(荀子)가 "모든 일의 끝은 시작할 때처럼 신중히 하여 시작할 때와 끝날 때가 한결같아야 한다(愼終如始, 終始如一)"고 한 말에서 유래했다. 즉, 처음과 끝이 하나같은 일관성을 의미한다. 군주와 신하의 백성에 대한 시종여일함에 대한 기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요구되는 행함의 덕목일 것이다.

엊그제 보도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현 정부의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50%대 아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첫 한 달째에 조사한 직무수행평가에서 역대 최고치였던 84% 지지율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우하향된 곡선이다. 역대 정권 중에는 국민의 지지율이 83%까지 올라갔다가 퇴임 직전 6%까지 지지율이 하락했던 대통령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정권 초반에 고공행진을 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정권 말기까지 유지된 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그만큼 모든 정부가 시종여일한 자세를 견지하거나 정책을 펼치기가 어렵고 또한 그리하지 못했던 것이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부에 채찍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반증이다. 어찌 되었건 정치권은 집권의 여부를 막론하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원인을 진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한번 쯤은 초심으로 돌아가 무엇이 어디에 원인이 있는가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현 정부 출범 당시 약속했던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하여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에 국민들은 믿음을 보냈던 것이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이 비전들이 단지 거대 구호나 담론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보다 촘촘히 살펴보고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으로 가시화 시켜야 한다. 사회 전반의 민생 관련한 사안들을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근 3주 동안의 내림세를 멈추고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다분히 희망적이다. 왜냐하면 지도자의 철학과 공적에 따라 민심은 마치 생물처럼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정관정요에 기록된 군주신수(君舟臣水)와 같은 이치다.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여서,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夫水所以載舟 亦所以覆舟).` 는 말로서 요즘 정치상황에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지했던 국민들의 염원을 되새겨 보며 이제 처음 그때로 돌아가 보자. 지금부터라도 현재를 되짚어보고 어긋난 것은 바로잡아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면 시종여일토록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국민들이 성공한 정부를 원하는 것은 바로 국민들의 행복을 그를 통해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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