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황금돼지띠 새해가 밝았다. 2018년은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은 한 해였다. 2018년 새해 첫머리부터 묵혀왔던 일이 깔끔히 해결되더니, 연말까지 차근차근 일들이 풀리는 순조로운 한 해를 보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느 해보다 슬픈 일이 많았던 해이기도 하다. 소중한 분을 떠나보내는 일이 많았다. 아직도 슬픈 마음으로 새해를 보내고 있을 남은 가족들에게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고, 조용히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도했다.

주변을 보면 새해 인사를 전하는 방식이 나날이 다양해지는 것을 느낀다. 필자는 대상에 따라 다르게 전하곤 했다. 어른들에게는 손글씨로 꾹꾹 눌러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또래에게는 휴대전화로 담아 보내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웃어른도 많아져서 되려 먼저 신문물(?)을 통해 인사를 보내주시곤 한다. 필자의 부모님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신 이후로 장문의 글을 보내실 때면 제대로 쓴 것이 맞느냐고 넌지시 물어오신다.

이번 새해에도 마치 내용증명을 하시듯 꼼꼼하게 물으셨다. 내용을 봐 드리면서 그 위에 온 메시지를 가만히 보니 `OOO 사장님 귀하`라고 보내왔다. 요즘은 귀하라는 표현을 예전만큼 보기가 어려운 듯하다. 직함 뒤에 귀하를 붙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을 따르면, `편지글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름 다음에 붙여 쓰는 말`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OOO 귀하` 혹은 직함을 붙여야겠다면 `OOO 사장님께`라고 하는 편이 옳다.

또한, 새해 인사에서 작년을 일컫는 말로 `지난 해`와 `지난해`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띄어쓰기에 따라 둘은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2019년의 바로 앞의 해인 2018년은 `지난해`로 붙여 써야 하고, `지난 해`는 지난 모든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새해 인사에서는 `지난해 좋지 않았던 일들은 잊으시고,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처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설 잘 쇠시고, 구정 때 뵙겠습니다.`라는 말도 새해 인사에 포함해 종종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서 `설, 설날, 신정, 구정`에 대한 뜻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설`과 `설날`은 잘 구분하여 쓰지 않는다. 우선 `설`은 새해의 첫날을 가리키며, `음력설`과 `양력설`을 모두 이른다. `설날`은 정월 초하룻날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우리가 구정이라고 하는 것은 `설날`이 된다. 그리고 `신정`이라는 개념이 일제강점기에 들어와서 `구정`이라는 것이 함께 의식적으로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는 사전에 등재돼 있으므로 사용해도 되지만, 음력설로 표현하길 권한다. 그럴 것 없이 설과 설날만 두고 사용하면 될 것을 또 `음력설`, `양력설` 개념까지 더해 더욱더 어지럽게 만든다.

`쇠다`는 지난 칼럼에서 말한 적이 있듯이 `명절, 생일, 기념일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다`라는 `쇠다`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명절 인사는 `설날 잘 쇠고 봅시다.`처럼 사용해야 한다.

얼마 전 한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지인들에게 영상을 찍어 새해 인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건 음성 사서함을 해와서 그런지 감흥이 없었는데, 영상을 찍어 간편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새삼 발전하는 기술에 놀라웠다. 정형적인 새해 인사와 함께 구어, 격식적이지 않은 말투로 말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러움이 좋아 보이면서도, 문자로 보냈을 때 우리말 생활을 의식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아직은 더 나아 보이는 낡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슬슬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지. 국어 생활에 보수적인지,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새해의 `우리말 이야기`는 조금 더 열려있는 국어 문화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다짐을 거듭해본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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