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사용 제한 정책이 시행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카페는 매장 내 고객에게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 / 사진=김성준
일회용 컵 사용 제한 정책이 시행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카페는 매장 내 고객에게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 / 사진=김성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카페는 매장 내 고객에게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등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특히 카페 직원들은 일회용 컵 사용 제한으로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8) 씨는 고객이 몰리는 점심시간만 되면 곤란을 겪는다. 커피를 일회용 컵에 담아 달라고 요구한 뒤 매장 내 테이블에 앉아 마시는 손님들이 잦은 탓이다. 점심시간은 주문이 밀려 분주하기 때문에 일회용 컵에 주문한 고객이 매장 내에서 커피를 마시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씨는 "의례적으로 머그잔 사용 여부를 묻기는 하는데 대부분의 고객들이 일회용 컵에 달라고 한다"며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우리도 바쁘고 손님들과 실랑이하기 싫어서 그냥 일회용 컵에 준다. 가끔 이러다 단속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대전 지역 카페 5곳 중 4곳이 매장 내에서 마시고 갈 것이란 의향을 밝혔음에도 커피를 일회용 컵에 담아 제공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제한 정책을 철저히 지키는 카페들도 곤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둔산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곽모(21) 씨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제한 정책이 시행된 이후 일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단순히 설거지해야 하는 머그잔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머그잔과 일회용 컵 둘 다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르바이트생 1099명 중 87.2%가 일회용 컵 사용 정책이 시행된 후 일이 더 힘들어졌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 씨는 "매장 내 고객께는 머그잔에 커피를 드리고 있지만 점심시간 고객들은 대다수가 직장인이기 때문에 잠깐 머무르다 간다"며 "나갈 때 남은 커피를 테이크아웃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 결국 머그잔과 일회용 컵 둘 다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다.

직장인 A씨는 "일회용 컵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우리도 점심시간이 짧다 보니 마시던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머그잔과 일회용 컵 둘 다 쓰는 셈인데 그럼 오히려 환경오염이 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해당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윤교(56)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대전·충남·세종 지회장은 "머그잔 세척 시 물과 세제가 사용되는데 일회용 컵은 그것대로 사용되니 친환경이 아니라 반환경이 아니냐는 소리들이 카페점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선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성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