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불국사에서 삼층석탑(석가탑)을 보수하던 중 신라 경덕왕 때인 서기 751년 불국사가 중창될 때 봉안된 것으로 알려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조성된 지 1200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식되고 산화돼 결실된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견되어 한지의 보존성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한지의 우수성은 옛날 문헌기록에도 많이 언급돼 있다. 대표적으로 한치윤(1765-181년)의 해동역사와 서유구(1764-1845)의 임원경제지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럼 이러한 한지는 언제,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한지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경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들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중국 후한서(後漢書) 채륜전(蔡倫傳)에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당시 궁중에서 도서 관련 일을 하던 채륜이라는 사람이 종이를 값싸게 많이 만들고 품질을 개량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때가 AD 105년이다. 고대 한국과 중국, 일본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웠기 때문에 다방면에서 많은 교류가 있었는데, 고구려 영양왕 21년(서기 610년) 승려 담징이 종이와 먹을 만드는 기술을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이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나와 있으니 적어도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종이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한지를 만드는 과정은 보통 1년생 닥나무의 껍질을 벗겨 인피섬유를 만들고 천연재(볏짚, 콩대, 메밀대, 고춧대, 깨대 등을 태운 재)를 넣고 삶는다. 이렇게 삶아진 닥섬유를 지통에 넣고 천연 물질인 황촉규 뿌리 점액과 잘 섞어 준 후 외발로 흘림뜨기하여 만든다. 얼핏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닥나무 채취에서부터 닥나무 찌기(닥무지), 백피 만들기, 세척하기, 잿물 내리기, 닥섬유 삶기, 세척 및 일광표백하기, 섬유 두드리고 해리하기, 닥풀 만들기, 초지하기, 압착 및 탈수하기, 마지막으로 건조까지 한 장의 전통한지를 만드는 데만 여러 단계의 공정과 약 2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다가 한지 특유의 밝고 깨끗한 상태의 종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각 공정마다 세척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상당히 고되고 힘든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한지는 우리 고유의 문화를 대표하는 산물인데, 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저품질의 값싼 중국산 종이가 유입되면서 저평가 되고 있다. 각종 공예품이나 옷, 양말 등에 이르기까지 한지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활용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한 한지공방에서 제작된 한지가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로부터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재료로서 적합하다는 인정을 받았다. 성분 검사, 산성도 검사, 물리화학적, 생물학적, 기술적 검사를 거쳐 한지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검증된 것이다. 이번 한지 인증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한지가 문화재 복원 분야 이외에 일상생활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선화 한국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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