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9년부터 동물을 진료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수많은 보호자와 수의사가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오해들이 많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나름 진료실 등에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이게 생각보다 이해가 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목욕을 하는데 어떻게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단 말인가?

어떤 문헌의 발췌나 누군가의 경험이 왜곡되어 마치 고대부터 내려오는 진리의 말씀처럼 `강아지, 고양이 귀에 물이 들어가면 귓병이 난다`라는 명제는 30년이 넘게 우리 반려인의 삶 속에 들어와 굳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귀에 물이 들어간다 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 귀는 자체적으로 대단히 훌륭한 방어 시스템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로 왁스라고도 하는 귀지가 귀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절대 귀를 아프게 할 수가 없다. 귀지는 기름과 같이 귀안에 들어온 물을 다 튕겨내 버리기 때문에 아무리 귀에 물이 많이 들어가도 한 두번 털어내면 귀안에는 물 한 방울 남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러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 원인은 무엇인가? 강아지를 목욕시킬 때 샴푸를 사용하는데 샴푸는 계면활성제이므로 귀지를 녹여 귀지가 물을 튕겨내는 작용을 못하게 한다. 결국 귀는 귀안에 들어온 물을 예전처럼 튕겨져 내지 못하고 오히려 귀안에 머물게 한다. 귀안에 머문 물은 귀의 습도를 올려 귀안에 원래 아주 약간 서식하고 있는 세균과 곰팡이(효모)균의 성장을 촉진해 염증을 일으키게 한다. 또한 계면활성제는 그 자체로도 독성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보호자들이 오히려 귓병을 키운다.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정보를 접한 뒤 목욕을 하면서 귀를 헹구지 않기 때문이다. 목욕을 하면서 귀안에 샴푸가 들어가면 맑은 물로 깨끗하게 제거를 해줘야 하는데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하면서 제대로 샴푸가 제거되지 않아 오히려 귓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귓병을 예방하려면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목욕을 하면서 들어간 샴푸를 제대로 헹구어 낸 뒤 귀전용 세정제를 사용해 추가적인 소독을 해주면 된다.

잘못된 목욕 습관 외에도 귀병의 원인은 알러지와 진드기가 있는데 어떤 귀질환이든 원인을 파악하면 치료가 어렵지 않다. 많은 보호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상식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올바른 반려동물 상식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기를 기대한다.

최재용(대전동물병원/예담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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