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 기지주변의 오로라 (사진제공: 극지연구소 이창섭박사)
장보고 기지주변의 오로라 (사진제공: 극지연구소 이창섭박사)
2주에 한번 과천과학관과 부산 해양박물관을 방문하는 어린이 또는 중고등 학생들과 월동대원들이 화상대화를 한다. 한국에서 오전에 인터뷰하기 때문에 세종기지 시간으로는 밤이다. 월동대원은 매일 양간 당직을 서야 하기 때문에 화상대화 당일 당직인 대원이 화상대화를 하게 된다. 화상대화를 통해 대중들 특히 어린이들이 극지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익한 체험이다. 화상대화 때 마다 매번 비슷한 질문들이 반복되는데,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세종기지 주변의 자연환경에 대한 것이다. 특히 가장 흔히 나오는 질문이 세종기지에는 오로라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로라는 고위도에서만 나타나는 신비한 자연 현상이며 세종기지는 남극에 위치하기 때문에 오로라 현상이 세종기지에 실제로 있는지 있다면 볼 수 있는지 궁금증이 많은 것 같다. 세종기지에 오로라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세종기지에서는 오로라를 볼 수 없다` 이다. 오로라(aurora)는 `새벽`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지구 밖에서 지구 자기권 속으로 유입된 태양풍의 입자(전자 혹은 양성자)가 자기장의 영향으로 극지방의 대기권 상층부와 충돌하면서 빛을 내는 방전 현상을 말한다. 쉽게 얘기해서 네온사인의 발광 원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진공상태인 유리관에 소량의 네온 기체를 주입하고 고압의 전압을 걸어주면 음극에서 전자가 방출되는데, 이 전자들은 고전압으로 인해 양극으로 가속되는 중에 네온 원자와 충돌하면서 붉은 빛을 방출한다. 오로라는 557.7나노미터의 파장인 녹색이 가장 전형적인 색이다. 오로라 활동이 증가하면 오로라는 마치 커튼처럼 움직이는데, 이는 전기방전이 일어나는 장소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태양에서 방출된 입자들은 태양풍을 따라 지구 근처에 왔다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는데, 자극에 가까운 극지역을 통해 지구로 유입되기 때문에 고위도에서만 볼 수 있다. 우주에서 극지방을 내려다보면 지자기극을 중심으로 오로라가 타원 형태로 분포한다. 이를 오로라 타원체라 하는데,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오로라 타원체의 평균 지름은 약 4000킬로미터 정도이다. 즉 우주에서 극지역을 바라보면 오로라가 도넛 모양으로 보인다. 지자기 활동이 활발하면 55도와 70도 사이에서 관측되지만, 반대로 지자기 활동이 약할 때는 극 쪽으로 오로라 수축하여 72도에서 82도 사이에서 관측 된다. 그러므로 오로라는 남극주변에서 관찰이 잘되고 너무 극 쪽으로 가면 관찰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로라 타원체는 태양에 대해서 고정되어 있으며 지구는 그 아래에서 지리상의 극점을 중심으로 하루한번 자전한다. 도넛모양의 오로라 타원체는 그대로 있고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지리상 오로라의 위치는 계속 달라진다. 지상에서 평균적으로 오로라가 가장 빈번하게 관측되는 위치를 오로라 지역 (aurora zone)라 부르며 오로라 타원체와는 달리 지리상으로 고정되어 있다. 즉 오로라 타원체는 오로라의 순간적인 분포를 나타내는 것이고, 오로라 지역은 통계적으로 일년에 2/3이상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그렇다면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와서, 왜 세종기지에선 오로라가 보이지 않을까? 이는 세종기지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즉, 세종기지의 지리적 위치는 남위 62도이지만 오로라가 가장 잘 나타나는 지역의 위도는 대략 남위 65에서 남위 75도 이기 때문에 아주 강력한 지자기 활동이 있지 않는 한 세종기지에는 오로라를 볼 수 없다. 반면에 장보고기지는 세종기지보다 위도가 높은 남위 74도에 위치해 있어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름다운 오로라를 자주 볼 수 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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