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공공기관을 대하는 지역적 감수성은 건조한 편이다. 일찍이 지역에 터를 잡았거나 개별 이전해온 기관들은 예외라 해도 대개 그렇다. 일단의 공기업들, 준정부기관 등을 비롯해 대덕특구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지역민들에게 익숙하고 낯설지 않은 것은 맞다. 다만 이런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전·충남은 공공기관 파이에 관한한 배고픈 입장이어서다.

잘하면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르겠다 싶다. 정부·여당에서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시즌 2편이 나왔고 이후 대전·충남의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도권 이남 시·도별로 혁신도시를 지정해 공공기관들을 1차 `하방`시킨 데 이어, 남아있는 120여 곳에 대해서도 다시 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마지막 기회다. 시·도 수장들부터 목소리를 키우고 있고 지역 정·관계에서도 감을 잡아가는 듯한 모습은 그래서 긍정적으로 읽힌다.

대전·충남은 공공기관들을 배분받지 못했고 그 전제인 혁신도시 지정에서도 배제됐다. 세종시 행정도시 건설만으로 충청 몫은 됐다는 희한한 논리와 사유를 들어 공공기관 지방행 열차가 정차하지 않은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그때 변변한 항변은커녕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은 순하기만 했고 그런가 보다 여겼다. 돌이켜보면 유감천만이고 전략부재였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 유치 문제와 관련해 대전·충남이 역차별을 받은 것은 아픈 과거사다. 이번 만큼은 최소한 등가성 및 손실보전의 원칙에 따라 합당한 몫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자면 지역 정치권에서 선제적으로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공공기관 유치 경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과 같은 것이다. 지역의 정치적 힘의 질량과 역량의 총합 면에서 밀리면 이삭 줍는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음을 각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 입장에서 공공기관 유치는 엄중한 과제다. 대전·충남의 대응력이 남다르게 느껴지고 또 그렇게 나와야 마땅한 이유다. 가능하면 기능이 유사한 공공기관들을 세트로 유치시켜야 한다. 시·도별 배분작업이 확정되면 불가역적인 숫자가 모든 것을 냉정하게 말해주게 된다.

공공기관에 대해 눈 여겨 볼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지역 출신 공공기관 임원의 빈곤이 그것이다. 공공기관 유치가 가까운 미래의 현안인데 비해 공공기관장 배출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수 백개에 이르는 공공기관중에서 지역 출신 임원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 현실이다. 역대 정부마다 별볼 일 없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해도 작금의 사정이 더 후퇴한 듯해 불편한 게 사실이다. 정권 이너써클과의 인적 관계망 빈약을 추정해 볼 수 있겠고 한편으론 데려다 쓸 인재 풀이 상대적으로 옅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공기업 사장, 감사 자리는 주된 교체 타깃이다. 법적인 임기가 보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상당수는 자의반 타의반 물러난다. 그러면 자리 공백을 새 인물로 메워야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지역 인사들에겐 진입 장벽이 높다. 지역 출신이 차지하는 단골 자리가 없지는 않다. 충남대 병원 감사와 대덕복지센터 소장 등이 꼽히며 코레일 상임감사도 지역 지분 비슷하게 돼 있다. 지난 5월 한국행정연구원장에 지역 인사가 발탁됐는데 흔치 않은 사례다.

공공기관과 대전·충남 관계는 보수적으로 표현하면 `미스매치`였다. 지역의 공공기관들을 모두 합쳐봐야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 데다 공공기관장 진출 사례도 표본의 의미가 무색하고 민망해 보인다. 이를 집단정서로 치환하면 소외, 홀대 등 언어가 떠오르지만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궁색하게 비친다. 그보다는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공공기관과 대전·충남과의 미스매치를 `믹스매치`로 전환시킬 묘책을 찾아서 성과로 증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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