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상은 공자에서 시작하는데, 그는 <주역> 계사전(繫辭傳)에서 "일음(一陰)과 일양(一陽)을 도(道)라고 한다. 이것을 계승(繼承)하는 것이 선(善)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사람의 재능을 음양으로 대별하였으니, <계사전> 첫 장에서 "이지(易知)와 간능(簡能)이면 천하의 이치를 통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건도(乾道)가 남자가 되고, 곤도(坤道)는 여자가 된다. 건(乾)은 대시(大始)를 알고, 곤(坤)은 사물을 완성한다. 건(乾)은 잘 알아보고, 곤(坤)은 잘 따라한다"고 하면서, 이지(易知)는 미리 `잘 알아보는` 재능이고, 간능(簡能)은 `잘 따라하는` 재능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음일양에서, `잘 알아보는 것`은 양에 속하고 `잘 따라하는 것`은 음에 속한다고 한다. 공자를 계승한 맹자(孟子)는 이것을 양지(良知)와 양능(良能)이라고 표현했는데, <맹자> 진심상편(盡心上編)에 "사람이 배우지 않고도 능(能)한 것이 있으면 양능(良能)이라 하고, 생각하지 않고도 아는 것이 있으면 양지(良知)라고 한다"는 글이 있다. 그는 사람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지능(知能)을 양지양능(良知良能)이라고 설명하였고, 동시대에 살았던 순자(荀子)도 마음의 작용에 대하여 가지가능(可知可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니, 당시의 유가들이 모두 이지와 간능을 마음의 본성이라고 파악한 점이 서로 같다.

우리가 종사하는 모든 사업은 반드시 기획이 있고, 실행이 뒤따른다. 양(陽)이 만약 `잘 알아보는`재능으로 사업의 승패를 미리 안다면, 모두의 생활이 보다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할 일은 계속 추진하고, 가망이 없는 일은 일찍 포기하면, 국민 전체가 그 삶의 질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 분명하다.

국가의 정치와 경제는 더욱 그러하다. 정치가와 경제인들이 선두에서 방향을 설정하면, 백성들은 그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치가와 경제인들은 양의 이지(易知)에 해당하고, 백성들은 음인 간능(簡能)에 해당한다. 위정자와 경제인의 방향설정이 잘못되면 죄 없는 백성 전체가 도탄에 빠지게 되니, 양의 책임이 아주 무겁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미래를 `잘 알아보는` 이지의 재능을 갖추지 못하면, 정치 경제의 책임자인 군자(君子)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 공자의 주장이다. 공자의 제자들이 위정자가 될 세자에게 군자가 되는 교육을 강조했던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백성들에게는 간능(簡能)과 삼강오륜만을 요구하지만, 위정자가 될 군자(君子)에게는 잘 알아보는 이지(易知)를 요구한다. 유가에서 군자들을 우대하는 것은 장차 그들이 백성의 안위를 책임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공자가 제창한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의 뜻이다. 이때의 이지와 간능이라는 음양은 남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능력을 기준으로 한다.

기업을 예로 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립하는 경영진들은 양이고, 계획에 따라 생산하는 자들은 음이다. 생산자 중에서 아이디어가 출중한 자가 있으면 당연히 기획하는 양의 부서로 옮겨서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이 기업에 유익하다. 이러한 이지(易知)와 간능(簡能)을 근본으로 하는 억음부양(抑陰扶陽)의 원리는 2000년 동안 동양사상의 근간이 되었다.

"시작이 반(半)이다"라는 속담이 가지는 의미는, 시작이 힘들다는 뜻도 있지만, 시작하면 이지라는 양의 몫은 이미 완료했다는 뜻이다. 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도 있는데, 건양(乾陽) 군자가 제 구실을 못하면, 너도나도 군자역할을 하겠다고 덤비기 때문이다.

이지하는 능력은 개인차가 있다. 타고난 천재는 이지가 쉽겠지만, 보통 사람은 예지(豫知)하는 방법인 이지를 배워야 비로소 미래를 잘 알 수 있다. <중용>에는 길흉사에는 반드시 조짐이 나타나고, 예지는 지성(至誠)이라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대학>에는 지성(至誠)은 격물(格物)하여 치지(致知)해야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른바 격물이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통달함을 말하고, 치지는 그 방면에 대가를 이루어 막힘이 없는 것을 말한다. 예지학을 통달하면 이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고대에 나온 대표적인 예지학이 주역과 천문(天文)인데, 그것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황정원(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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