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충청 출신 이해찬 의원이 민주당 새 대표가 됐다. 충청의 정치적 입지가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반색하는 지역 표정이 역력하다. 정치 이력, 경륜 등을 따질 때 제도 정치권에서 이 대표에 필적한 만한 인물은 흔치 않다. 그런 이 대표가 집권여당을 2년 간 이끌 선장 자리에 오르자 지역에서 기대치가 증폭되고 있다. 자연발생적인 집단정서로 수렴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가 충청 출신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으로 후광효과를 유도하기에 역부족이 따를 개연성이 짙다면 역설적이다. 이를 실효적으로 극복하려면 이 대표와의 인적 관계망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을 터다. 청와대와 정부를 아우르는 위치에 있는 집권당 대표에게서 독대, 면담 등 어떤 형식으로든 시간을 할애받기가 녹록지 않은 탓이다. 이 대표와의 빠른 연결과 소통 기능이 기대되는 충청권 관계망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 틀을 충청권 시·도에 적용하면 시사점과 방향성이 함께 읽힌다. 세종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세종시는 이 대표 지역 선거구다. 내리 5선을 지낸 서울 관악(을)을 떠나 세종시에서 재선 의원이 된 이 대표다. 지역구를 고리로 한 이춘희 시장과의 관계도 범상치 않다. 지역구 의원과 같은 정당 소속 광역단체장 관계 이상의 수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세종시 주요 정책과 관련해 틈새가 찾아지지 않는다. 두 사람 인연은 노무현 정부 시절 세종시 행정수도 초기 기획·추진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이 대표는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세종시에 둥지를 틀었으며 2년 시차를 두고 이 시장은 민선 2기 시장이 돼 이 대표와 재회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역시 같은 당적의 양승조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 대표와의 관계망 형성 면에서 결이 다른 듯하다. 대전·충남이 중앙당에 비벼야 하는 현안이 걸려있음을 가정할 때 이 시장에 비해 친밀 지수가 열세인 지점이 있고 이를 상쇄시키는 것도 하나의 숙제다. 양 지사는 다소 사정이 낫다고 본다. 4선 의원 출신으로서 정치 밥을 오래 먹어 유연하게 움직이면 이 대표와 접촉면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 시장은 이 대표와 정치 행보 상 겹치는 부분이 옅은 듯해 운신의 폭에 물음표가 붙는 것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연결고리가 증명되는 반전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대표와의 관계망 문제와 관련해 2차 변수는 민선 7기 정무부시장·부지사 라인업이다. 인물 포석 구도를 보면 대강 맥락이 드러나는 직위고 직제다. 세종시는 이 대표 사람을 앉혔음이 확인된다. 이강진 세종시 정무부시장은 이 대표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했고 총리 재임 중엔 공보수석으로 곁을 지킨 인사다. 이 대표와 이 시장간 강력한 메신저로서 손색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충남도는 나소열 전 청와대 자치분권 비서관을 영입했고 대전시는 박영순 전 청와대 비서실 선임행정관을 낙점했다. 이들의 정무역량이 이 대표 진영 어디까지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충북도의 경우 지난해 11월 취임 후 줄곧 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장섭 정무부지사가 눈에 띈다. 20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노영민 주중대사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노 대사는 충청권에서 드문 이 대표 인맥군을 형성한다는 게 정설이다.

이 대표의 여권 전체 인적 네트워크는 층이 두텁고 요로에 포진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30대에 국회에 입성해 7선 고지를 찍은 정치인임을 방증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장관도 지냈고 실세 총리 소리까지 들었으면 말 다 했다. 이 대표 본향이 충청이라는 사실은 정서적 유대감을 공유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대신 실익이 걸린 충분조건은 충청 정·관계가 표 안 나게 모색해나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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