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데, 세종기지 앞의 빙하도 빨리 녹고 있다. 극지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세종기지 앞의 마리안 소만의 빙하는 연간 30미터 정도 후퇴하고 있다. 세종기지 주변의 빙하가 이와 같이 빠르게 녹는 이유는 뭘까. 이는 결론적으로 온실가스증가에 대한 극지역의 온도 증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크기 때문이다. 2만 년 전 빙하기 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 혁명 이전의 농도보다 약 100ppm 낮은 약 180ppm 정도였다. 빙하기가 끝나고 1만 8천 년 전 부터 기온이 오르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따라 오르면서 남극의 빙하는 다시 줄어들게 되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자연적으로 증감을 반복한 것은 1800년대 중반 산업혁명 이전까지이다. 산업혁명 이후부터 화석연료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온실효과를 부추겨 인위적으로 전 지구적인 온난화를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극지역의 온난화가 다른 곳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이유는 뭘까. 첫째, 극지역은 하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태양 복사에너지를 많이 반사하기 때문이다. 갓 내린 눈은 태양에너지의 70-80퍼센트 정도를 반사하는데, 얼음이 녹으면 색이 짙은 바다나 육지가 드러나기 때문에 얼음이 있을 때 보다 더 많은 양의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눈이나 얼음보다 적게 반사시킨다.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흡수되어 증가한 열은 다시 기온을 높여 더 많은 얼음을 녹이고, 더 많은 양의 태양 에너지가 흡수되는 양의 되먹임 현상이 나타난다. 둘째, 온난화가 진행되어 극지역의 얼음이 많이 사라지면 바다에서 많은 양의 열과 수분이 대기로 빠져 나가고 이는 대기 중 수증기와 구름을 만들어 극지역의 온실효과를 부추겨 온도를 더 올리기 때문이다. 대기 중 수증기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 효과를 만드는 물질이다. 셋째,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저위도에서 많은 양의 열이 극지역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저위도는 태양에너지가 많고 극지역은 적기 때문에 두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극 쪽으로의 열 이동이 생기고 이는 전지구적인 열평형을 만드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온난화와 함께 적도에서 극쪽으로 이동하는 열이 더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앞에서 열거한 극지역의 온난화를 유발하는 원인들 외에도 세종기지의 온도를 높이고 빙하를 녹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산업혁명이후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매로 사용되었던 프레온 가스가 남극으로 이동하여 성층권의 오존 농도를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남극 성층권의 오존농도가 줄어들면 남극 주변을 도는 서풍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고 또 남극 쪽으로 서풍의 중심을 이동시킨다. 서풍의 중심이 남극으로 치우치고 강해지면 저위도와 남극의 열교환이 줄어들기 때문에 남극 내부는 온도가 내려가는데 반해 세종기지가 위치한 남극 반도는 온도가 올라가 빙하를 녹이게 된다. 다행히 1990년대 중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회의를 통해 남극 성층권의 오존을 감소시키는 원인 물질들의 사용을 중지함으로서 현재는 남극의 성층권 오존 농도가 회복추세에 있다. 하지만 1960년대의 오존 농도정도로 회복되려면 앞으로도 수십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와 같이 한번 훼손된 자연은 치유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진행 중 인 온실가스의 증가도 남극의 기온 및 빙하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 온실가스의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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