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가 제시한 현대건축의 이 두 가지 금언을 문화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문화재는 가능하면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다. 옛 장인의 솜씨를 보여주는 세부적인 모양과 세월의 흔적을 유지한다. 이렇게!
문화재를 생각할 때 `보존`이라는 말이 항상 떠오르는 것은 문화재가 가지는 물리적 화학적 취약성 때문이다. 문화재는 오래되어 존재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할 만큼 퇴락한 경우가 많다.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만 더 이상 일상적인 관리만으로 불충분한 경우 계속적인 `생존`을 위해 `수리`라는 수술적인 조치를 취한다. 이때 문화재가 탄생한 후 변화와 진화의 과정을 거친 역사적인 맥락 속의 모습을 이해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문화재는 탄생한 당시의 시대적 산물이다. 그러나 문화재를 수리하는 현재는 전혀 다른 시대적 상황이기에 당시의 모습으로 문화재를 수리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현대는 예전에 비하면 없는 것이 없고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할 만큼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문화재에 관해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전 재료를 못 구하는 것이 다반사고 옛 장인의 솜씨는 사라져 버렸다. 물론 나무와 흙, 돌 등 천연재료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지만 기와, 종이, 안료와 접착제 등 이것을 가공한 이차재료는 예전 같지 않다. 그저 비슷할 뿐이다. 아니! 눈썰미 있는 사람에게는 비슷하지도 않다. 예전보다 기술적으로 진보된 오늘날 이들 재료를 못 만드는 것이 의아하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발로 밟고 손으로 이겨 만든 옛 기와와 자동화된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현대 기와가 같을 수 없다. 기와의 물성은 물론이고 색상과 질감도 다르다. 자세히 보면 모양조차 다르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면 결과물도 다른 법이다. 단청 접착제로 쓰이는 아교는 소가죽을 꼬아 만드는데 비싸고 사용하기 번거로워 더 이상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수리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멀쩡한 부분을 뜯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수술 시 의사가 환자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멀쩡한 부분까지 메스를 대는 경우와 같다. 이때 문화재는 손상되기 십상이므로 수리의 득실을 계산하고 필요한 경우라도 수리범위를 최소화 한다. 또한 문화재는 옛 장인의 솜씨와 시간이라는 자연의 합작품이니까 수리 시 세월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다. 최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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