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가마우지 낚시는 볼만한 구경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물속에서 백발백중 팔뚝만 한 물고기를 잡아내는 가마우지를 보면서 고안된 낚시법이다. 중국 계림이나 일본 기후현에선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가 저 기발한 낚시법을 처음 발명했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시 계림과 기후현 사이에선 다툴 일이 없다. 게다가 배고픈 이웃에게 어장을 독식하겠다고 든다면 뭇매를 맞았을 일이다. 가마우지 때문에 물고기 씨가 마를 일도 없고 그저 생존을 위한 고민이 깃든 문화유산이다.

그렇다고 고대 장인들이 생존과 공유의 틀에만 갇혔던 것도 아니다. 기술에 도통해 비방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장인들 이야기도 허다하다. 장자에는 춘추시대 가문 대대로 실을 빨아 바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던 송나라 장인 이야기가 있다. 손이 트지 않는 비방을 백금에 팔았고 과객은 비방을 갖고 오나라 장수에게 찾아간다. 때마침 오나라는 겨울철 군사를 일으켜 월나라와 수전을 벌였고 월나라를 크게 이긴 공으로 과객은 제후에 봉해진다. 평생 실을 빨아서 바래는 신세를 면치 못했던 장인과 비방으로 횡재한 과객으로 대비된다. 현대판 영업비밀과 기술거래 이야기이다.

황당한 발명 이야기도 있다. 고대 수학자 헤론은 화로 위에 물을 반쯤 채운 구체에 증기관로를 연결해서 도르래로 신전의 문을 작동시키는 기발한 장치를 발명했다고 한다. 최초의 증기기관으로 비유할 만큼 획기적이지만 불을 지피고 한참 지나야 문이 열렸으니 답답했을 것이고 경비병을 두는 게 훨씬 편했을 것이다. 당시 시장상황과 무관한 상상 속 결과물일 뿐이다.

특허제도는 우리의 르네상스였던 세종대왕 시대와 같은 시기에 태동한다. 당시 유럽사회는 중상주의와 규모의 경제를 향해 인재와 자본이 집중되던 시기이다. 양수용 관개장치를 발명한 갈릴레오는 이렇게 하소연 한다. "뼈를 깎는 노력과 많은 비용을 들여 완성했으니 이를 모든 사람의 공유재산으로 하는 것은 견딜 수 없습니다. 특허를 주면 사회이익을 위해 새로운 발명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장인들은 부의 지배에 따라 동업조합이나 도제법, 거주법 등의 굴레에서 기본권을 억압받던 시기였다. 지금의 특허제도를 통해 생산요소의 혁신을 국부창출로 연결할 수 있었고, 이후 증기기관을 필두로 오늘날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에 이르기까지 산업혁명을 견인할 수 있었다.

끝으로 지금을 보자. 시장의 관점에서 기후현과 계림은 바로 곁의 이웃이다. 특허를 매개로 국경을 넘나드는 기술거래와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상상 속 결과물이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는 누구나 장인인 시대, 무엇보다 지금 장인들의 혁신에 대한 하소연이 과거 갈릴레오의 것과 같은지 귀 기울여야 한다. 포스트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한 격동기에 자칫 정당한 자신의 대가를 빼앗기는 가마우지 신세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박창희 특허법인 플러스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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