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삼국시대 저잣거리로 들어선 것 같다. 온고지신의 향기 그윽한 옛 골목을 거닐다 보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얼핏 겉보기에 화려한 듯 보이지만 그 속살은 단아하면서도 우아하다.

일본 교토(京都)의 기온(祇園) 일대는 동쪽으로 야사카 진자(神社), 남쪽으로 겐닌지절, 서쪽은 가모가와강(鴨川) 부근, 북쪽으로는 신바시거리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과 거리풍경, 고급 요리 집과 요정들이 즐비하고 게이샤를 볼 수 있는 거리로도 유명하다.

게이샤(藝者) 또는 게이기(藝妓)는 예능에 종사하는 일본의 전통적 기생으로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불리던 기생과는 그 의미와 역할이 사뭇 다르다. 이들은 전통 음악 연주는 물론 전통 무용 공연과 작시 등의 다채로운 일본 예술에 능숙하다. 요정이나 여관에 호출돼 시간을 정해 고객과 이야기 상대를 해주거나 노래나 춤으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간혹 게이샤를 매춘부라고 오해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게이샤는 전통예술계 전문직 종사자로 `예술의 달인`이다. 실제로 게이샤는 일본인에게 존경을 받아 왔는데 정식 게이샤가 되려면 힘든 수련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 관문을 넘기가 쉽지 않아 아무나 될 수 없는 특수직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교토 외곽의 아라시야마 등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면 게이샤 특수화장과 복장으로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20-30대 여행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온 거리 일대에 포진해 있는 레스토랑 중 일부는 대낮에도 문을 열지만, 고급 음식점일수록 저녁이 돼야 문을 연다. 실제로 그곳에 가보면 땅거미가 진 이후에야 비로소 교토 특유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밤이면 게이샤들을 보려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그곳에서 만나는 게이샤들은 고급 요리 집과 요정에서 나오는 일본 중년 남성들과 한데 어우러져 진풍경을 연출한다. 밤에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기온거리는 늘 고즈넉하고 차분하게 가라 앉아 있어 그 특유의 낭만적 옛 거리의 향수에 젖고 싶어 하는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크고 작은 골목길 곳곳에 빼곡히 레스토랑과 선술집 뿐 아니라 기념품점과 전통공연 극장들이 들어서 있어 공연과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다가 기온의 일본 전통 료칸(旅館)에서 하룻밤 묵어 보는 것도 좋다.

이곳 기온에서는 매년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로 잘 알려진 `기온 마쓰리(祇園祭)`가 매년 7월 1일부터 시작돼 한 달 동안 계속된다. 축제 기간에는 서둘러 숙소를 예약하지 않으면 필요 객실을 여유 있게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을 정도다. 특히 축제 프로그램이 절정에 이르는 7월 17-18일을 전후에 교토에 여장을 풀려면 더욱 더 서둘러야 한다.

기온 마쓰리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야마보코순행 행사가 기장 큰 이목을 모은다. 이 행사는 山(야마)라고 불리는 무게 0.5-1t 정도 크기의 가마 23개와 보코라고 하는 야마보다 훨씬 더 큰 7-10t 크기의 가마 9개 등 총 32개의 가마가 각자 개성을 뽐내며 시가지 행렬에 참가한다. 장엄하기 그지없는 이러한 행렬은 7월 17일 오전 8시45분에 1번부터 시작해 오후 2시쯤 마지막 32번이 도착지에 도착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참고로 교토 기온으로의 교통편은 도보로 기요미즈데라를 거쳐 고다이지를 둘러보고 이동하는 경우 야사카 신사에서 서쪽방향으로 나와 기온으로 빠지면 된다. 버스를 타려면 고다이지 앞 히가시야마 야스이에서 206번을 타고 기온 역에 하차하면 된다.

이곳에 정차하는 대부분의 시영버스·교토버스·게이한 버스가 기온을 통과한다. 교토 역에서는 교토 역 가라스마구치에서 100번 또는 206번을 타고 기온 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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