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동안 일본 천년 고도 교토(京都)를 헤아릴 수 없이 들렀는데도 전혀 실증이 안 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유명 예술인들 중에는 그곳에서 장기체류 하며 창작에 몰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8세기부터 19세기까지 1100년 동안 일본 왕조의 도읍지로 우리나라 경주처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교토는 언제 가 봐도 나그네의 마음을 사정없이 사로잡는다. 그러려니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오래된 도시의 매력에 휩싸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황홀한 단풍 빛으로 치장하는 늦가을은 물론 순백의 벚꽃으로 단아한 매력을 뽐내는 봄에 찾아가면 가장 멋진 자태에 흠뻑 빨려 든다. 다소 찾는 이의 발길이 드문 여름·겨울에 찾아가도 그 나름의 매력을 뽐낸다.

교토는 전차로 한 시간도 채 안 걸리는 인근의 나라(奈郞)와 함께 일본 내에서 가장 유구한 역사의 숨결을 지닌 옛 도읍지다. 그 결과 오늘날 교토에는 2000여 곳이 넘는 고찰(古札)과 신사 등 옛 문화재들이 곳곳에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교토가 도읍지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당시에 지어진 궁궐과 정원이 옛 모습 그대로 있어 이채롭다.

옛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이 세계적 문화유산 보호 차원에서 교토 시가지를 폭격대상 도시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일본의 거의 모든 도시가 연합군의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지만 교토는 예외였다. 그 결과 옛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전될 수 있었다.

교토의 가장 대표적인 사원으로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와 니시혼간지(西本願寺)다. 오늘날 이 두 절은 교토 시민들의 휴식처로 애용된다. 히가시혼가지는 원래 서쪽에 있는 니시혼간지와 동일한 절이었으나, 1602년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이 절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두 개의 절로 나누면서 오늘날의 크기로 축소되기에 이르렀다. 절의 본당은 목조 건물로는 일본 최대를 자랑하는데 안타깝게도 창건 당시의 건물은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고, 오늘날 남아 있는 건물은 1895년과 1911년에 재건한 거다.

교토의 주요 관광명소 중 하나는 교토 정도(定都) 1100주년을 기념해서 1895년에 축조한 헤이안진구(平安神宮) 신사다. 청록색의 지붕과 붉은 색의 기둥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교토의 필수 관광코스로 기요미즈데라(淸水寺)를 빼놓을 수 없다. 139개의 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는 본당 마루에서는 교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아래에는 맑은 샘물이 떨어지는 앙증맞은 폭포가 있다. 이 사찰로 향하는 언덕길에는 교토의 전통문화의 향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기념품점·전통의상 대여점·찻집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여행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교토의 여러 사찰 중에서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滿) 쇼군이 10년에 걸쳐 완성된 걸작 킨카쿠지(金閣寺)도 꼭 들러보자. 그의 유언에 따라 누각에서 훗날 절로 바뀌게 되었는데, 전체 3층으로 되어 있다. 1층은 헤이안 시대 귀족주의 양식을 따랐고, 2층은 무사의 분위기를 풍기며, 3층은 선실처럼 비어 있다. `금박으로 덮여 있는 누각`을 의미하는 킨카쿠지는 금박으로 보수가 된 후 옛 명성을 되찾게 되었는데 누각 주변의 연못과 정원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다음으로 선종(禪宗) 사원 료안지(龍安寺)의 하얀 모래와 돌로 이루어진 정원도 꼭 들러보면 좋다. 모래와 바위로 유명한 이 정원 안에는 모두 15개의 돌이 놓여 있는데,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15개의 돌을 한꺼번에 볼 수 없다.

이처럼 교토는 오랜 역사 문화적 향취 못지않게 천혜의 대자연 매력을 물씬 풍기기에 더욱 매혹적인 모습으로 나그네의 마음에 다가온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