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레겐스부르크의 관광 중심은 도시를 관통해 흐르는 도나우 강에 12세기에 축조된 슈타이네르네 돌다리(Steinerne Bruecke)다. 독일 최초 석교인 이 다리는 중세시대 교량건축공학의 독특한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900여 년 전에 물살이 센데다가 수량이 많고 강폭도 100m 이상이나 되는 도나우 강을 가로질러 다리를 건설한 건 불가사의다. 무엇보다도 제2-3차 십자군이 이 다리 덕분에 도나우 강을 건너 성지 탈환에 나설 수 있었다. 아울러 당시 레겐스부르크는 이 석교 축조를 계기로 보헤미아·러시아·비잔틴까지 이어지는 교역로의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중동 및 인도까지 진출하는데 탄력이 붙게 됐다. 그 결과 레겐스부르크는 막대한 부를 축적해 독일 남부지역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레겐스부르크 구시가지에는 전성기인 11-14세기에 들어선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첨탑의 도시`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이곳 구시가지에는 수 백 년 이상이나 된 로마네스크·바로크·고전주의 양식 등 다양하고 독특한 양식의 1200동에 이르는 옛 건축물들이 위용과 문화적 향취를 뽐낸다. 오랜 기간에 걸쳐 당대의 장인들이 대대로 물려받은 건축 노하우를 살려 건립한 그 문화재들의 디테일을 살펴보는 것도 이곳 관광매력의 묘미다.

구시가지 곳곳을 거닐다 보면 현지인들의 생활양식은 마치 지중해 일대 거주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여느 독일인들과는 달리 그곳 시민들은 보다 활발하고 즐겁게 그들만의 삶을 즐긴다. 역사적으로 독일 여러 도시 중 가장 먼저 외부세계와 국제교류의 지평을 넓히다 보니 이방문화에 대한 수용태세가 우수해 외국인 여행자에 대한 환대정신이 남다르다.

구시가지 관광의 상징인 돔 상트 피터 대성당에는 세계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이 대성당은 10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돔 슈파첸(대성당의 참새들)` 소년 합창단으로도 더 유명하다. 일요일 오전 10시 미사에서는 그들의 꾀꼬리처럼 영롱한 합창을 들을 수 있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울려 퍼지는 파이프오르간의 장엄하고 성스러운 선율은 천상의 소리와도 같다.

레겐스부르크의 주요 건축물로는 고딕 양식의 대성당 외에도 로마 시대의 성문인 포르타 프라이토리아(Porta Praetoria), 12세기에 지어진 쇼텐키르헤(Schottenkirche)성당, 7세기에 세워진 베네딕트수도원 `상 엠머람 수도원(St. Emmeram)` 등이 있다. 그리고 화가 알브레흐트 알트도르퍼(Albrecht Altdorfer)와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가 이곳에서 활동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레겐스부르크의 북동쪽으로는 유럽 최대의 숲이자 `유럽인들의 녹색 지붕`으로 잘 알려진 `바바리안 숲`이 펼쳐진다. 또한 레겐스부르크는 도나우 강 유람여행의 기점이기도 하다.

레겐스부르크 여행길에는 900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히스토리쉐 부르스크퀴헤(Historische Wurstkueche) 레스토랑을 꼭 들르자. 슈타이네르 석교 바로 옆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구운 소시지 전문으로 석교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전용식당으로 1140년에 오픈했다.

겉보기에는 초라해도 유구한 역사를 지닌 그릴에 구운 짭짜름한 소시지를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이곳 레스토랑은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아 문전성시를 이룬다. 모차르트와 괴테도 이곳을 찾아 식사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메뉴판이 없다. 그릴에 구운 소시지 브랏부어스트(Bratwurst)를 빵에 끼워주거나 독일식 김치 격인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와 함께 접시에 담아주기도 한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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