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때부터 이어온 명절풍습 효사상 등 한반도 특유의 문화 남북 공동 전통가치 재조명을
남북한은 공히 조상숭배의 효 사상, 공동체적 질서, 미풍양속의 명절 풍습을 가지고 있다. 21세기 나눔, 배려, 소통, 화합의 동양정신의 가치가 부상되는 이 시기에 미래 지향적인 세계화의 자산으로 키울 수 있다. 특히 추석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운동을 추진할 수 있다.
추석은 1년 중 가장 보름달이 밝은 날로, 처음으로 수확한 햇곡식으로 송편과 각종 음식을 만들어 다례를 지내 1년의 풍년을 하늘과 조상께 감사하고 가족과 이웃 간에 화합을 다지는 날이다. 이는 여름 내내 땀 흘리며 일하던 것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앞으로 올 본격적인 추수기에 대비하여 잠시 일손을 놓고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계절도 가장 알맞는 시기라 그래서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추석의 유래는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왕도를 6부로 나누었는데, 둘로 크게 편을 갈라 각각 왕녀가 대표가 되어 부내의 여인들을 인솔하여 7월 15일부터 8월 14일까지 한 달 동안 두레 길쌈을 하였다. 추석날 그 성과를 심사해서 진 쪽은 이긴 편에 술과 음식을 내고 `가배`, `가배` 축하하며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했는데, 이를 `가위`라 하며, 오늘날 한가위의 어원이 되었다.
한편 추석날에는 여러 민속놀이가 행해지는데 소놀이, 거북놀이, 줄다리기, 활쏘기 등을 함께 어울려 즐기는 축제의 날이기도 하였다. 특히 대표적인 놀이로는 강강수월래를 들 수 있다. 강강수월래 놀이는 해마다 음력 8월 한가윗날 밤에 추석빔으로 곱게 단장한 부녀자들이 수십 명씩 일정한 장소에 모여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만들어 뛰놀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민속 고유의 놀이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치는데 활용했다는 일화도 있다.
추석날은 여성들이 음식장만 하느라고 고달프기도 했지만 옛날에는 `반보기`라 하여 친정 식구들을 만나는 시간이 허용되어 고달픈 시집살이를 위로 받기도 하였다. 추석을 전후하여 사람을 보내 만날 시간과 장소를 연락하여 중간쯤에서 만나 서로 장만해 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담을 나누다가 저녁에 헤어졌다. 겨우 한나절 정을 나눌 수 있다는 데서 `온보기`가 못되고 `반보기`라고 한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유네스코 세계유형문화유산으로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석굴암·불국사, 창덕궁, 수원화성,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경주역사지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하회와 양동마을,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12개 등재되어 있다. 인류무형유산으로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처용무, 강강술래 등 12개 등재되었다. 세계기록유산으로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하권,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조선왕조 의궤. 동의보감, 일성록,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 11개가 등재되어 있다. 그에 비해 북한은 개성역사유적지구, 고구려 고분군 단 2개뿐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세계유산등재는 유구한 역사 속에 새겨져 있는 창조적 문화콘텐츠와 그 안에 담겨진 정신을 널리 세계에 알려 우리나라의 품격과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그동안 미처 주목하지 못한 우리 안에 내재된 인류 보편적이면서 한민족 특유의 전통유산의 보석을 잘 다듬어 세계인과 공감하는 통로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문화리더 국가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중 설날, 추석 등의 세시풍속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조사, 연구하여 그 원형과 변화 양상을 탐구하여 세계화하는 작업도 사회문화교류를 통한 진정성 있는 통일의 시대를 여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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