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표 대전삼성초 교장 자연물 놀이세트 직접 제작

이건표(가운데) 대전삼성초 교장이 지난 해부터 직접 나무를 구해와 37가지 모양으로 자른 자연물 놀이세트를 학생들에게 만들어주고 있다.  김예지 기자
이건표(가운데) 대전삼성초 교장이 지난 해부터 직접 나무를 구해와 37가지 모양으로 자른 자연물 놀이세트를 학생들에게 만들어주고 있다. 김예지 기자
산과 농장에서 나무를 공수해와 37종에 달하는 자연물 놀이세트를 직접 만들어준 교장 선생님이 교육계에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전 동구 삼성동에 자리잡은 대전삼성초 안에 들어서면 교내 공터나 창고 한 켠에서 한 남성이 작업복을 입고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뒤 나무커터기로 나무를 잘라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손수 트럭을 운전해 나무를 가져온 뒤 직접 나무조각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바로 이건표 대전삼성초 교장이다.

이 교장이 못 쓰는 나무를 가져와 37가지에 달하는 나무 조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부터다.

학교 부장교사가 아이들의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자연물 놀이세트 구매를 건의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교장은 "자연물 놀이세트는 1세트에 37가지 나무조각으로 이뤄져 있는데 고가인 데다가 1개 교실에 한 세트를 구매해주더라도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 같았다"며 "고가의 자연물 놀이세트를 구매하지 않고도 직접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주말농장에서 직접 나무를 싣고와 자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평소 나무커터기를 사용해본 경험이 없던 그에게 나무 가공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미숙한 작업 실력으로 손에 큰 상처를 여러 번 입기도 했다. 하지만 이 교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초 학생들은 그가 만들어준 나무조각을 활용해 미술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마다 틈틈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학년별 교실을 비롯해 복도 구석구석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나무 공예 작품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모양에 머무르던 작품들이 2년차에 접어든 현재는 수준 높은 작품들로 발전하고 있다는 게 이 교장의 설명이다.

이 교장은 "처음에는 단순한 작품 중심으로 만들던 것이 저점 더 수준높은 작품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37가지 모양 외에 버리려고 놔둔 나무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놀라운 창의력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회가 된다면 구청 바자회 등을 통해 아이들의 작품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작품 판매로 얻은 수익은 일부 어려운 이웃 돕기에 사용하고 작품을 만든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운동선수들을 돕는 운사모(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으로도 활동하며 학생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9년 4명으로 시작된 운사모는 현재 412명으로 회원이 늘어났으며 6년 간 40여 명의 학생들을 지원했다.

이 교장은 "40년간 교직생활을 하면서 제자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망설임 없이 몸 바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생활해왔다"며 "삼성초 교사들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신조로 일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참 값지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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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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