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문화연구자 지현 인터뷰

 최근 거리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모습.  사진=박김형준 제공
최근 거리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모습. 사진=박김형준 제공
아직 사회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으로 가득하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소개하면 '남자를 증오하는 여자' 혹은 '여성운동을 하는 투사'라는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많다. 여성 운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사회적인 공감대가 부족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년간 '페미니스트 가수'로서 외길을 묵묵하게 걸어온 가수가 있다. 바로 가수 '지현'이다. 그녀의 노래는 여성은 물론, 사회에서 소외받는 약자, 상처받은 이라면 누구나 치유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마력을 지녔다. 가수이자 문화연구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 지현을 이메일 인터뷰로 만나봤다.

지현은 여성 운동계에서는 이미 스타로 꼽히고 있는 가수다. 1997년 여성밴드 '마고' 활동을 시작으로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종묘 아방궁프로젝트, 월경 페스티벌 등 각종 여성 행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공연을 펼쳐왔다. 지난 2002년에는 직접 작사, 작곡한 11곡이 수록된 1집 앨범 '逅 [hu:] 만나다'를 자체 제작, 발매했다.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하는 남성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아저씨 싫어', 여성의 자위를 당당하고 건강하게 그린 '마스터베이션' 등 남성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깨는 곡들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지현 씨는 거리집회 및 게릴라성 문화제에서 공연을 펼치는 동시에, 문화와 젠더를 연구하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달 중 발매 예정인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준비 작업에 몰입하기도 했다. 18명의 여성 뮤지션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해 제작하는 이번 음반에는 여성의 몸과 삶, 성폭력, 전쟁과 평화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 2006년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진행했던 '자줏빛 수를 놓다' 프로젝트를 통해 위안부 피해여성들과 탈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노래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수업을 하며 생긴 고민과 그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등을 가사로 써놓은 것 중 하나를 이번 앨범에 실었어요. 저에게는 오랜만의 음반작업이었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이라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훌륭하고 반짝반짝한 여성 뮤지션들과 자주 어울리며 작업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죠."

지현 씨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질문들에 대해 대답하고 싶어 최근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에게 페미니스트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물었다. 그녀는 단번에 '권력이 만들어낸 소수자(약자)의 위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권력이 행사하는 폭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그녀 자신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가부장제 권력이라면 여성과 아이들이 소수자가 되고, 자본주의 체제라면 노동자 빈민이 약자가 되겠죠.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부당함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아닐까요?"

국내에 '페미니스트 가수'를 표방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가수는 지현과 안혜경 둘 뿐이다. 하지만 음악의 내용이나 개인의 정체성으로 그런 태도를 갖는 국내 여성 뮤지션은 꽤 많다.

"'이야기해 주세요'를 함께 준비한 여성 뮤지션들도 페미니스트 가수라는 타이틀을 걸지 않았지만 그들의 작업, 활동 자체는 그런 감수성을 다분히 갖고 있지요. 누군가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최근 하고 있어요." 지현과 대전의 인연은 2000년대 초 진행했던 전국 순회 공연인 '수다콘서트'가 처음이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대전에서도 그녀의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제가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음악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정민아 기자 mina@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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