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약국에는 동네 어르신들의 손발이 돼 주시는 76세 막내 할머니가 한 달에 한 번 장을 보러 나오신다. 도시 같으면 어르신 대접을 받을 연세지만, 시골에서는 막내로 각종 심부름을 자처하시며 대활약 중이시다. 여느 때와 같이 수첩에 큰 글씨로 동네 할머니들의 장보기 물품을 써오셨는데 파스 이름이 심상치 않다. 옆집에 암수술 받고 얼마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쓰시던 파스인데 만병통치약으로 소문이 났단다. 아뿔싸. 이름을 보니 연수교육 때 반복적으로 들었던 마약성 진통제가 함유된 패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삭신이 아픈 할머니가 남
"약사님 제가 관절염 3기라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 콘드로이친 먹으면 도움이 될까요?" 49세 남자 단골 환자분께서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가셨다가 진단을 받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을 했다. 골관절염은 관절을 지탱하는 뼈, 인대, 연골 등이 노화로 인해 닳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엑스레이를 찍어봤을 때 관절 간격이 살짝 좁아지면 1기, 관절 간격이 좁아지면서 골 변형이 나타나면 중기 단계인 2기로 구분된다. 관절 간격이 좁아져 뼈와 뼈가 거의 붙으려는 3기와, 관절이 완전히 붙은 4기는 말기 단계다. 보통 65세 이상이면서 관절염 3-4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27만 6930명으로 전체 사망의 74.3%를 차지했으며, 만성질환 환자도 2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늘면서 이에 대한 관리 또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오늘 설명할 드럭머거(drug muggers)는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영양소의 문제를 다루는 용어다, 'Drug muggers'는 '약도둑' 이라고도 해석되는데,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이 흡수, 대사, 분포, 배출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필수적 영양소를 빼앗아가는
명절을 전후에서 늘어나는 질환이 있다. 특히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여성분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단순포진과 대상포진이다. 두 질환은 모두 피부에 물집, 즉 수포가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어 환자분들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단순포진은 '단순포진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HSV)'의 감염과 재활성화로 인해 발생하며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의 재활성화에 의해 나타난다. 두 질환 모두 한번 감염된 바이러스는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
한동안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무섭게 비가 내리더니 이제는 폭염이 기승이다. 아스팔트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히는 날들의 연속이다. 어김없이 태양이 내리쬐던 날, 머리에 썬 캡을 두르고 한 손에는 양산을,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부채를 연신 부치며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한눈에 봐도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말투로 못 살겠다는 말씀만 연거푸 뱉어내셨다. 젊어서 세상 고생을 다 하고 이제 좀 살만해지니 갱년기가 와서 한밤중에도 뛰쳐나가야 속이 뚫리고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달아오르더니 밤잠까지 설치게 돼 갑자기 눈물이
아파트 단지에 산책만 나가도 여기저기 만발한 꽃들의 향연에 감탄사가 쏟아져 나오는 계절이다. 꽃나무 밑에서 나만의 포즈를 취하며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계절이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를 가진 분들이다.알레르기란 우리 몸의 면역계가 특정 알레르기 유발 항원에 반응해 과도한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 특정 종류의 음식이나 환경 등에 대해 알레르기 유발이 일어나며 본인이 스스로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는 현상이다. 단순히 기분이 나빠지거나 가렵거나 피부에 뭔가 나는 정도부터 시작해서 심하게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기침에 대한 부정적 느낌이 크게 남은 것 같다. 하지만 기침은 우리 몸의 중요한 방어 작용의 하나이며, 가스, 세균 등의 해로운 물질이나 다양한 이물질이 기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흡입된 이물질이나 기도의 분비물이 기도 밖으로 배출되도록 해 항상 기도를 깨끗하게 유지시키는 작용을 한다. 기침은 후두를 포함한 기도의 자극에 의해 반사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연기, 먼지, 이물 등의 외부물질의 흡입에 의한 기도 자극, 가래나 콧물, 위산 등의 내부 분비물질에 의한 자극으로도 유발 될 수 있
며칠전 눈이 펑펑 내리던 추운 날 백발의 어르신이 약국에 방문하셨다. 요며칠 손발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발목에 양말자국이 심하게 남을 정도라 걱정스럽다는 말씀이셨다. 붓기가 며칠 전부터 나타났다고 하시니 만성질환보다는 최근의 변화를 찾아야 했다. 소변을 잘 보시냐 물으니 아주 건강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약먹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최근 소변을 못 보신다 하셨다. 혹시 감기약 드시는 것 있냐 여쭈어보니 코감기와 몸살이 와서 병원약을 드셨다고 한다. 옳거니! 답이 나왔다. 감기약 성분이 전립선에 문제를 일으켰고 소변이 저류되면서 몸이
"오전에 오지 않았어요? ""현우가 독감이래요. 오전에는 검사해도 안 나왔는데 약을 먹어도 열이 안 떨어져서 다시 왔어요."약국이 끝날 시간 급히 아이를 데리고 엄마가 방문했다.3년 만에 독감(인플루엔자)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소아와 청소년들의 독감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아직 5만 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더욱 단단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독감과 코로나19는 비슷한 증상이 많으며 독감은 38℃ 이상의 갑작스러운 고열과 근육통,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코로나19는 일반적인 호흡기 증상 외에 후각이나 미각
소화란 섭취한 음식물을 체내에서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작게 분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소화에는 기계적 소화와 화학적 소화가 있다. 기계적 소화는 입으로 씹는 저작운동, 음식물과 소화액을 섞는 분절운동, 음식물을 아래로 이동시키는 연동운동이 있다. 화학적 소화는 영양소가 소화효소에 의해 작은 알갱이로 분해되는 작용을 말한다. 이때 소화액의 분비증가를 유도하거나 소화효소제의 작용을 직접 함으로써 화학적 소화를 돕는 제품을 소화제라 부른다.크게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나뉘는데 탄수화물은 입안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아제에 의
"약사님 내가 요즘 이상해요. 전과 같이 않게 무기력하고 피곤해요" 코로나 확진된 아들의 약을 사러 온 50대 남성분이 심각한 모습으로 하소연한다.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거의 20년 단골인 이 환자분의 말이 남의 말 같지 않은 것은 나도 또한 그런 나이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갱년기 증상이다.갱년기는 대개 40대에서 50대에 가장 많이 나타나며 노년기로 들어가는 시기로 신체적 기능이 저하 되기 시작한다.우선 여성의 갱년기는 생식기능이 없어지고 월경이 정지되는 폐경 이후 급속히 나타나며 초기는 안면홍조, 식은땀
처음 TV광고에 피임약이 나왔을 때 괜히 함께 있던 가족들을 의식해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예전에는 금기시했던 주제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교육의 목적으로 방송되는 것을 보며 새삼 시대가 바뀌었음을 느낀다. 피임약의 사용범위도 단순 피임의 목적이 아니라 생리 주기를 맞추는 등 다양해지면서 나에게 맞는 성분과 함량의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피임에는 자연주기법, 기초체온법, 자궁내 장치, 수술, 경구피임약 복용 등의 방법이 있다.이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경구 피임약의 복용이다. 경구 피임약은 난포의 성숙과 배란
"저한테 맞는 비타민 추천해주세요."20대 여성분이 피로와 피부질환으로 인해 비타민을 복용하기를 원해서 질문을 했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영양제라면 단연 비타민이다. 아로나민, 임팩타민. 비맥스, 벤포벨. 삐콤씨 등 광고를 통해 알려진 많은 제품 중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몇 주에 걸쳐 비타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비타민(vitamin)은 20세기 초에 카지미르퐁크가 '생명에게 꼭 필요한 유기화합물', 즉 vital(생명의)+amine(아미노기가 있는 유기화합물)이라는 뜻으로 불리기 시작했으
바야흐로 노출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동안 정들었던 지방들과 산뜻하게 헤어져야 할텐데 왜 이리도 질척거리며 떨어지지를 않는지…. 행복했던 추억만 남겨두고 이제 제발 이별했으면 한다.성인의 하루 섭취 권장 칼로리는 남성 2500kcal, 여성 2000kcal 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대사속도가 떨어져 필요량은 남성 2000kcal, 여성 1600kcal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 끼로 환산해 보면 평균 700-800kcal를 섭취하는 것인데 무더운 여름철 생맥주 한 잔(190kcal)에 치킨 두 조각(600kcal)이면 800k
"잇몸이 아픈데 인사돌과 이가탄 중 어떻게 더 좋아?"약국에서 매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두 제품 모두 광고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으나 무엇이 본인의 증상에 맞는 약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치주질환에는 우리가 흔히 잇몸이라 하는 치은에 염증이 생긴 치은염과 잇몸과 잇몸을 잡아주는 잇몸뼈(치조골) 주변까지 염증이 퍼진 치주염이 있다.치은염은 치아에 생기는 '플라그'라는 세균막이 원인이다. 잇몸이 빨개지고 양치질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며 염증이 진행되면 입 냄새가 날 수 있고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생긴다. 치주염은 보통 풍치라
우리 약국에는 웬만큼 더운 날이 아니면 반짝반짝 윤이 나는 백구두에 중절모를 쓰고 위아래 색을 맞춘 정장을 입고 오는 70대 후반 멋쟁이 어르신이 계시다. 그런데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며 무더위가 시작되던 어느 날 멋쟁이 어르신이 나를 조용히 구석으로 불렀다. 어르신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처음엔 발가락 사이에 물집이 한 두개 생기더니 이젠 (물집이) 벗겨지면서 냄새도 나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자꾸 손으로 긁다 보니 스타일이 구겨져 너무 속상하다"고 말씀하셨다.어르신의 스타일을 구긴 무좀의 원인은 곰팡이균이다. 표재성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최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여름철 여행 시 사용약물과 상비약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먼저 멀미약이다. 멀미는 불규칙한 움직임에 대한 신체반응으로, 우리 몸이 불규칙하게 움직일 때 위장에 연결된 부교감신경(미주신경)이 과다하게 흥분하면서 아세틸콜린과 히스타민을 지나치게 많이 발생시켜 연수의 구토 중추를 자극해 발생한다.이 때문에 멀미약은 부교감신경차단제와 항히스타민제가 주로 사용된다. 부교감신경차단제의 대표적인 성분은 스코폴라민인데, 붙이는 패치제 '키미테'가
피곤한 아침, 요란한 기상 알람에 간신히 눈을 뜨고 기지개를 쭉 켜는 순간 숨도 안 쉬어질 만큼 극심한 통증이 종아리에 꽂혔다.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뭉친 근육을 풀어보려 마사지를 할수록 통증이 더 심해지는 기분이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쭉 흘렀다. 거실에 나가있던 남편을 애타게 불러 필드에 쓰러진 축구선수처럼 응급처치를 받았다. 간신히 정신이 들었으나 하루가 지나도록 경련이 났던 다리는 뭉근한 통증이 계속됐다.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았거나 갑자기 근육에 무리가 가는 일·운동을 했을 때, 커피나 탄산음료를 물처럼 마시는 습관이 있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는 `팍스로비드`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팍스로비드는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 알약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단백사슬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효소인 3CL 프로테아제아 형성을 억제해 바이러스의 RNA 복제 및 바이러스성 단백질 합성을 차단함으로써 효과를 나타낸다.그러나 코로나 확진자 모두가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방 대상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40세 이상의 기저질환(당뇨, 심혈관질환, 만성 신질환, 만성 폐질환, 신경발달장애, BMI 30
일교차가 심해지고 오미크론 변이의 폭발적 확산과 감기, 비염 등이 섞이면서 감기약을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단골손님 중 한 분도 만성비염에 의한 코막힘으로 얼마나 고생하는지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달고 산다. 그때마다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다른 방법을 권유해보지만 당장의 답답함을 빠르게 해소해주는 스프레이 사용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흔히 코 스프레이 제품군은 비충혈제거제와 보습제, 스테로이드 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스테로이드 성분은 증상이 약 4주간 호전 없이 지속되는 경우 사용 권고되며 병원 처방전이 필수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