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시금치는 과일처럼 단 음식인 줄 알았다. 적절한 짠맛에 고소한 참기름 향이 가득. 간단한 양념 외에는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시금치 무침은 과장을 조금 보태 디저트로 먹어도 될 정도로 달큰한 반찬이었다. 대학 진학 후 하숙집에서 첫 끼를 받았을 때 가장 놀랬던 것이 바로 이 시금치 무침이다. 질퍽한 식감에 맹물처럼 싱거운 시금치 맛이라니. 함께 넣은 마늘이나 파 향이 더욱 강해 시금치 대신에 다른 나물을 넣어도 별 차이가 없을 듯했다. 겨울 방학이 되고 고향에 다시 내려와서야 알았다. 지금껏 내가 먹어온 시금치는 다른 곳
피조개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주로 분포하지만 진해만산이 품질이 가장 우수해 진해 특산물로 꼽힌다.피조개는 크기가 12㎝ 정도로 꼬막조개류 가운데 가장 크며 수심 5 ∼50m의 고운 모래펄에서 서식한다. 12월 찬바람이 불면 피조개 수확이 본격 시작된다. 피조개는 혈색소가 다른 패류와 달리 헤모시아닌이 아닌 헤모글로빈이다. 이로 인해 살이 붉게 보이기 때문에 피조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피조개는 다른 조개에 비해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은데다 빈혈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철분과 헤모글로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임산부의 영양 섭취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지역'은 신선한 문화가 됐다.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져 지역 고유의 특색을 보여 주는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MZ세대의 관심에 힘입어 기존 소비층인 노년층부터 주 소비층인 MZ세대까지 모든 세대를 겨냥할 수 있는 지역 기반 '로코노미 마케팅'까지 등장했다.로컬과 이코노미의 합성어인 '로코노미'는 지역 고유의 희소성과 특색을 담은 이색적이고 특별한 상품·콘텐츠를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 반경이 좁아지면서 국내·지역·동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랑받고 있다.전북
'늦동이, 순동이, 신동이, 짱돌이, 쌈돌이, 꽃돌이, 자람이, 자랑이, 알싸미, 매코미…….'특성을 그대로 담은 것 같은 이 애칭들은 모두 여수시가 자체 개발한 돌산갓 품종들의 이름이다.갓의 종주 도시 여수는 지난 2001년부터 우리 돌산갓 품종을 육성해왔다.지금까지 개발된 자체 품종은 모두 10종이다.여수돌산갓 1호인 '늦동이'는 다른 품종에 비해 한 달 정도 늦게 나오기에 이같이 이름 붙여졌다.매운맛이 덜한 쌈용 '순동이'(2호), 김장용 '신동이'(3호), 잎이 두꺼운 '짱돌이'(4호), 관상용 꽃으로도 쓰이는 '꽃돌이'(6
'곶감의 고장' 논산시 양촌면 감 덕장에는 주홍빛 곶감이 달콤·쫀득하게 익어가고 있다.곶감은 생감을 익기전에 따서 껍질을 얇게 벗긴 후 타래에 꿰어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매달아 건조시켜 만든다.충남 논산시 양촌면은 전국 3대 곶감생산지로 유명하다. 지금 양촌에는 자그마치 14만 그루의 감나무에서 수확한 감이 마을 곳곳에서 곶감으로 익어가고 있다. 천혜의 햇볕이 풍성하게 찾아들어 가을이 계절을 넘길 즈음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들며, 통풍이 잘되고 높은 일교차와 많은 안개가 있어 양촌곶감의 쫀득쫀득한 맛의 비밀을 느낄 수
장(醬)은 간장, 고추장, 된장 등 발효된 짠 조미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며 옛부터 우리 고유의 전통 음식 문화의 형성에 크게 이바지했다. 우리는 흔히 전통 발효 식품, 조미 식품으로서의 근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곡식으로 만든 곡장(穀醬)과 생선으로 만든 어장(魚醬), 고기로 만든 육장(肉醬), 채소로 만든 초장(草醬) 등이 있다. ■장(醬)의 역사=삼국사기에서는 통일 신라 시대 초기에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사용했으며 1018년 고려사에 백성을 위해 옷감과 장(醬)을 공급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 명종 때 편찬된 구황촬요에는
맹종죽은 가장 굵은 대나무의 한 종류다. 높이 10~20m, 지름 20cm까지 자란다. 원뿔 모양으로 솟아난 죽순은 직경이 15cm 정도로 다른 종에 비해 크고 굵다. 딱딱한 밑동을 잘라낸 뒤 껍질을 벗기면 흔히 볼 수 있는 계단 모양의 깨끗한 속만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제시 하청면에서 처음 재배됐다.맹종죽은 중국 강남에서 많이 자란다 하여 '강남죽(江南竹)', 죽순을 먹기 위해 재배한다고 해서 '죽순대'라고도 불린다.'맹종죽'이라는 이름은 중국 고사 맹종읍죽(孟宗泣竹)에서 비롯된 이름이다.맹종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사람이다.
제주는 예로부터 말을 사육하는 목마장으로 유명한 '말(馬)의 고장'이다.속담에도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한라산 중턱의 드넓은 초원에서 말들이 떼를 지어 여유롭게 풀을 뜯는 '고수목마(古藪牧馬)'의 목가적 풍경이 영주십경(瀛州十景·제주의 아름다운 경관 10곳)의 하나로 꼽힌다.제주가 대표적인 말의 고장으로 자리 잡은 것은 고려시대부터다.원(元)나라는 삼별초의 난을 진압한 후 충렬왕 3년(1277) 제주에 목마장(牧馬場)을 설치하고 목호(牧胡·말 키우는 몽골인)을 파견해 말을 기르게
고택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문종이를 새로 바른다. 이 때 사용되는 한지는 빛과 공기는 통과시키지만 바람을 막아 준다. 햇살이 한지 창호지를 뚫고 방안 가득 쏟아져도 한겨울 삭풍을 막아내는 신비의 종이다.'한지'(韓紙), 천년을 간다는 세계 최고의 종이다. 조선 후기 문신 신위는 '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紙一千年 絹五百)는 말을 남겼다.그만큼 한지는 제작 방법의 특성상 보존성과 내구성이 우수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신라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해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대방
'사과하면 대구·경북'이란 말이 점차 옛말이 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상상치도 못한 대관령에서조차 사과가 재배되는 시대가 오자 사과 명산지의 판도도 뒤바뀌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포천이 대한민국 사과 명산지의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포천 사과'라는 이름이 이제 귀에 익을 정도로 최근 들어 그 위세가 대단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시장과 백화점, 대형 할인점은 물론 동네 편의점에서도 포천 사과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추석 대목에는 전국적으로 사과값이 치솟아 '금값'이라 불렸지만, 포천 사과는 추석 선물로 포천의 명물
마이산의 고장 전북 진안군. 진안지역은 고원지대다. 지질학적으로 남한에서 유일하게 '고원'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 지역이다. 평균해발 500m인 이곳은 고원지역의 기후적 특성이 나타난다. 일교차가 아주 심한 것이 그것. 이 때문에 진안에서 자란 인삼은 육질이 치밀하고 단단하다. 홍삼 제조 시 수율이 높은 이유가 된다.면역력의 제왕식품 홍삼. 홍삼은 인삼을 수확한 후 쪄서 말린 가공품을 말한다. 색깔이 담황갈색 또는 담적갈색을 띠어서 '붉을 홍(紅)'자가 들어간 홍삼(紅蔘)이란 이름이 붙었다. 홍삼을 만드는 데는 전통적으로 6년근 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포슬포슬한 고구마가 생각나는 계절이다.구황 작물의 하나로 꼽히는 고구마는 지금 와서도 '밥 대신' 즐길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하다.옛것에 대한 그리움이 복고를 유행시키면서 고구마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와 간식도 쏟아지고 있다.영암 고구마는 풍부한 일조량과 붉은 황토가 키워낸 '명품'으로 불린다.명산 월출산의 기(氣)를 품고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은 덕분에 영암 고구마만 찾는 단골도 수두룩하다. 영산강 유역에 넓게 펼쳐진 기름진 황토 고구마밭은 보기만 해도 풍요로운 인상을 준다.영암지역 황토에는 다량의
◇'대하'의 본고장 남당항전국 어느 곳의 누구에게 물어봐도 '대하'하면 홍성 남당리를 떠올린다. 그 이유는 한 번이라도 홍성 남당리를 찾아 대하의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담백한 맛과 구수한 향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남당항은 광활하게 펼쳐진 천수만과 어우러진 수산물의 보고로 대하, 우럭, 새조개, 꽃게, 새우 등 사시사철 싱싱한 수산물이 있고, 주변에는 많은 횟집이 산재해 있어 홍성은 몰라도 남당항이 있는 남당리는 알 정도로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남당리가 품고 있는 천수만은 홍성군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서산시, 남쪽으로 보령시가
강원산 한우의 품질은 축복이다. 비결은 그다지 축복받지 못한 자연환경에 있다. 인간이 살기 버거운 높은 산 청정수와 맑은 공기로 키워냈다. 숙성 역시 높은 해발고도에서 이뤄지니 육질이 남다르다.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30만 원까지 오르며 강원한우를 찾는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강원지역 농·축협들은 앞다퉈 최고 품질의 한우 명절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횡성한우횡성은 예로부터 소와 인연이 깊다. 조선시대 한양 도성 사대문 밖에서 가장 큰 우시장이 횡성에 있어 유명세를 탔다.중부 내륙인 횡성은 일교차가 크고, 섬강 발원
고양특례시 들녘에서는 해마다 풍요로운 결실을 맺는다. 한강 유역의 기름진 평야는 예로부터 벼농사로 명성이 높았고, 한반도 벼농사의 기원을 잇는 가와지쌀도 추수를 앞두고 알알이 여물고 있다. 가와지쌀은 고양시 고유 쌀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는 '가와지1호' 벼 품종을 말한다. 가와지볍씨에서 이름을 따온 가와지쌀은 우수한 품질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맛 좋은 가공식품으로 재탄생해 영역을 넓혀 나간다. 이동환 시장은 "고양시 특화 농산물인 가와지쌀은 전국 어느 쌀과 비교해도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며 "가와지쌀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제주의 맛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에서 돼지고기, 감귤, 고사리, 버섯, 보리, 메밀, 꿀 등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재료다.청정 제주의 자연을 담은 '제주 특산물'을 맛보고, 즐기는 자리가 마련된다.제주일보는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제주시민복지타운 광장 일원에서 '2023 청정 제주 1차산품 및 특산물 대전'을 개최한다.재료 본연의 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제주의 음식, 그리고 청정 제주산 원료를 활용한 가공·유통 제품 등 제주산 특산물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다. 우선 다양한 재료를 담아낸 제주만의 향토음식을 만나본
'청도반시'. 경북 청도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씨없는 감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청도반시는 감말랭이, 반건시, 곶감, 아이스 홍시, 감와인, 감식초, 감초콜릿, 감화장품, 감잎차 등 다양한 가공품으로 재탄생, 지역 주요 특산품 역할을 하고 있다.청도군에는 현재 6천186가구의 감농가에서 매년 3만2천963톤(t)의 감을 생산해 낸다. 이 가운데 39.9%인 1만3천185t의 감을 감말랭이 등으로 가공, 연간 1천543억원의 소득을 올려 지역을 먹여 살리는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전국 유일 씨 없는 감. 지형과
돈 전(錢)자에 물고기 어(魚)자를 써는 어원과 '맛이 좋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돈 주고 사고 본다'해서 전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유래에서 보듯 그 맛과 풍미가 미식가의 입을 잡는 어종이다.'집나간 며느리가 전어냄새 맡고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 전어의 명성은 높다. 과거엔 흔한 생선으로 격이 낮았지만 지금은 서해안부터 남해안 지자체 곳곳에서 축제를 열면서 귀한 몸이 됐다.4∼6월에 산란을 마치고 여름 동안 영양분과 지방을 많이 축적하는 만큼 가을이 되면 지방량이 봄에 비해 세 배가 되고 고소한 맛이 최고조에 이른
채소나 해초를 손질해 찹쌀 풀이나 밀가루를 묻혀서 말린 다음 필요할 때 기름에 튀겨내는 부각. 고소한 맛과 식감으로 사랑받는 부각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다. 특히 남원부각은 밀가루나 달걀을 입히지 않고 마른 재료에 찹쌀 풀을 발라서 그대로 튀겨내는 남원 대표음식이다. 남원산 찹쌀만을 사용해 생산되는 특성 때문에 남원부각은 부각 본연의 고소한 풍미가 진하고 씹는 맛이 우수한데다, 영양면에서도 빠지지 않아 반찬으로도 좋고, 술안주, 아이들 간식으로도 최고의 식품으로 꼽히고 있어 전국적으
장성은 전남 최대 사과 생산지이다.'명품 사과'를 재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햇볕'이다.이 때문에 농민들은 사과색이 잘 들도록 열매를 이리저리 돌려주고, 열매에 그늘이 지지 않도록 잎과 가지치기를 한다.장성은 일교차가 크고 햇볕이 잘 드는 덕분에 과즙이 풍부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사과의 명품'으로 꼽히는 장성 사과는 저장성이 우수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장성을 '탑푸르트 사과 재배단지'로 선정하며 우수성을 인정했다. 장성군 농협연합사업단 소속 품질 관리사의 깐깐한 감독 아래 엄격한 선별·상품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