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케케묵은 초고(初稿) 공책이 생각나 책장을 뒤지다가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보물 '너랑 나랑'을 발견했다.'너랑 나랑'은 43년 전에 담임했던 아이들 61명이 보내준 글 묶음이다. 그해 필자는 대전의 G학교에서 6학년 4반을 담임했었다. 두어 달 후면 졸업인데 생뚱맞게 신설학교인 큰길 건너 B학교로 옮기게 되어 아이들과 생이별을 하였다. 도시계획에 따라 구획정리는 되어 있었지만 허허벌판에 3층 건물만 덩그러니 서있는 학교라서 희망하는 선생님이 없으셨다. 궁여지책으로 추첨을 해서 정했는데 필자도 당첨이 된 것이다.가을비가 부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7월 "오랫동안 부러움을 받아온 유럽인들이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왜 유럽은 가난해지고 있을까? 국제통화기금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의 GDP는 2008년에 비해 82% 성장한 26조 8600억 달러, 유럽은 6% 밖에 성장하지 못한 15조 7000억 달러다. 유럽경제가 15년 동안 미국의 반토막으로 전락했다.주목할 점은 유럽과 미국의 이민 정책이다. 노동력 확보를 위한 단기적 유럽 이민 정책의 실패와 달리 미국은 전문인력, 창업비자를 통한 기업육성정책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다. 대만 국적의 엔디
인류는 인터넷 혁명으로 발생한 정보화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살고 있다. 그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기존의 방식으로는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살아남기가 어려운 세상이다.특히 일자리의 원천인 기업의 경영환경은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 갈수록 커지는 VUCA(Volatile,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 상황에 직면해 있다.얼마 전 미국의 오픈 AI사에서 개발한 CHAT GPT는 대형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대량의 언어 데이터 학습을 통해 사용자가 질문한 내용에
국민의힘이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추천 신청 접수를 9일 까지 연장했다고 한다. 7일 마감시한이었으나 더 많은 신청자들에게 접수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벌어주기 위해 종료 일자를 미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덩달아 여당 비례대표 문을 두드리는 신청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모양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저명 인물이나 전문가, 정치권 인사들이 비례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이런 가운데 충청 충신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 듯하다. 최종 접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대체로 관망세이거나 분위기
4·10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충청권 28개 선거구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속속 확정되면서 대진표 작성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충청권에서는 민주당이 28석 중 20석을 차지했던 21대 총선과는 다른 결과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거대 양당의 백중세 속에 대전과 청주 등 도시권에서는 오차범위 내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충청권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적지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야가 수도권 못지않게 충청권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살색 크레파스를 기억한다. 많은 한국 여성이 사용하는 파운데이션과 비슷한 색이었다. 파운데이션은 얼굴색을 깨끗하고 화사하게 표현하기 위한 색조 화장품이다. 언젠가 초등학생 아이의 교구를 챙기던 중 살색 크레파스가 '살구색'으로 색이름이 바뀐 것을 봤다.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종에 대한 차별의 소지가 있어, 수정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라 한다. 살색 크레파스와 내 피부색이 다르면 나는 이상한건가? 외국인 피부색은 그럼 '살'이 아닌 무슨 색으로 칠해야 하나? 하는 차별적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애초에 피부색의 표준으로 설정
우리나라 국민이 가리지 않고, 선호하는 식품의 첫 자리는 단연 커피일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커피 소비국이 됐고, 길가에는 수많은 종류의 커피 매장이 즐비하다.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필자는 한 커피 매장에서 일행들 중 대표로 단체주문을 하게 됐다. 일행들의 주문을 메모장에 적은 후, 카운터로 다가가 자신 있게 주문을 했다. 잠시 후 커피가 모두 나오고 일행들에게 주문한 커피를 모두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자신이 주문한 것과 맞지 않다고 했다.확인해 보니, 그 친구의 말을 받아적은 메모장에는 '카모1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설렘과 걱정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요즘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훨씬 더 큰 듯하다.지난해 교육계에는 참 많은 이슈가 있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사건, 서이초 교사 사망으로 촉발된 교육활동 침해사건, 주호민 작가와 특수교사의 법적 분쟁에서 불거진 '몰래 녹음'과 아동학대 문제는 여전히 논란 속에 진행되고 있다.뉴스에 비친 학교의 모습은 혼돈 그 자체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고, 교사는 더 이상 부담을 감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2007년 미국 영화다.범상치 않은 영화 제목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를 인용했다고 한다. 여기서 노인은 보통의 늙은 노인이 아닌, 지혜롭고 현명한 생각의 노인(지성인)을 의미한다. 낯설고 무섭게 변하는 세상에 노인들이 예측하며 살 수 없는 사회를 시사하는 것이다.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중심에 노인들이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 출생)가 노인층
최근 근무하고 있는 직장의 신규 직원 교육으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금융 고객들의 안내자가 되어야 하는 이들에게 자산관리사로 일했던 필자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 경기의 사계절이었다. 우리가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듯 금융상품도 마찬가지이다.현재 우리의 경제환경이 어떤 계절에 있는지에 따라 그 계절 따른 적정자산이라는 것이 있다. 그 위치는 경기와 물가에 따른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위치 즉 사계절로 표현할 수 있다.물가, 금리를 중심축
음력 1월 1일 설날,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 음력 2월 1일 중화절, 옛 조상들께서 챙기던 세시이다. 중화절은 현재는 잊힌 세시 풍속이지만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일꾼들을 위한 날이다. 주인이 일꾼들에게 논농사 밭농사 준비로 힘들고 바빠지기 전에 미리 한 해 농사를 잘 부탁한다는 격려로 푸짐하게 상을 차려 대접하는 날이 중화절이다.1849년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중화절에 대한 기록이 있다. "정월대보름날 세워 두었던 볏단에서 벼 이삭을 내려다가 흰떡을 만든다. 크게는 손바닥만 하게, 작게는 계란만 하게 만드
충청권 시민사회단체들이 6일 지역 발전을 위한 10대 의제를 총선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 10대 총선 의제가 무엇보다 시급하고 최소한의 요구인 만큼 각 정당과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정당에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시민단체의 제안은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10개 현안만 간추렸지만 내용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들이 제시한 10대 과제는 충청권 메가시티
국민의힘 성일종(서산·태안) 의원의 '이토 히로부미 인재'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나왔다. 인재육성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예로 든 것이 화근이 됨 셈이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성 의원 지역구에서 총선 라이벌 관계에 있는 민주당 조한기 예비후보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 침략과 강점의 원흉을 추켜세우는 성 의원은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냐"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분명한 해명과 석고대죄 없이 선거에
명분보다는 실리를 따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명분에 얽매여 실리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의명분을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려면 치열한 담론과 고심에도 명분을 따를 수 없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의명분을 경시하여 쉽게 이익을 추구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선거는 국민에게 보이는 과정이 아름다워야 결과도 빛난다. 정당에는 항상 계파나 신구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더라도 이를 국민에게 이전투구 양상으로 적나라하게 비춰서는 안 된다. 국민이라는 명분에는 별 안중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
중국이 지난 2021년 놀랄만한 사교육 금지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학원에서 학교 교과 과목을 가르치지 못하게 하고, 영리 행위도 하지 못하게 했다.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도 막고 상장기업들의 사교육 분야 투자도 차단했다.중국정부가 사교육을 전면 금지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저출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중에서도 '저출산'이 사교육 금지의 핵심적 이유로 작용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엄청난 사교육비 때문에 출산을 기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대한민국은 여
사람에게 DNA에서 비롯된 지문과 손금이 있듯이, 도시는 저마다 고유한 무늬를 지닌다. 도로를 연결하는 선형, 블록을 구성하고 그 내부의 필지를 구획하는 방식, 자연을 포용하는 태도들이 모여 일정한 도시의 패턴을 만들고, 이는 특정한 도시를 상징하는 문장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지도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곳이나 원한다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도시의 무늬는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도시의 무늬는 단지 흥미로운 패턴을 지닌 추상화를
며칠 전, 행사 초대장을 한 장 받았다. 보훈부장관이 보낸 제64주년 3·8민주의거 기념식장에 초대한다는 내용이다. 카드에 적힌 '정의의 들꽃으로 빛나리라'를 보는 순간 교복을 입은 대전의 고등학생들이 독재정권에 맞서 자유와 민주와 정의를 외치던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감개무량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몇 년 전만 해도 지방행사에 불과했는데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거국적인 행사를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대전에서 자유당 독재정권에 맞서 일어난 학생시위로써 대구의 2·28
대전시는 도시디자인 적용에 따른 아트파크 마스터플랜 기획 국제지명공모로 '음악전용공연장과 제2시립미술관'사업을 추진 중이다.도시 가치를 높이는 문화시설의 완성은 정주인과 생활인 모두에게 삶의 품격을 고양한다. 공립미술관·박물관·도서관·체육관·식물원 등 공공시설은 주민에게 무한한 유익을 제공한다. 랜드마크적 문화예술 베뉴의 성공경영을 위해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기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총괄하는 광역지자체는 지역 특화발전을 견인하는 기초자치구별 문화인프라 안배에 불편부당한 지혜를 발휘해야 할 책무가 따른다.먼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일처리 속도(시간)와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조급함과 압박감에 휩싸여 살고 다른 것에 보조를 맞추는 일이나 기다림을 경시한다. 개인 또는 집단에 따라 각자의 속도와 시간표, 계획이 다를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빨리빨리 문화를 넘어 안타깝게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베스트셀러 '신경끄기의 기술' 저자인 마크 맨슨이 꼭 찍었다.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 등 장점은 사라지고, 유교 문화의 나쁜 점과 극단적 물질주의 등 자본주의의 단점이 극대화한 결과라는 것이다. 딱히 반박하기도 어렵다.
대전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다. 대전시가 한국토지공사(LH)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지도 7년 가까이 됐는데 아직 그린벨트조차 해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단지만 조성되면 입주할 방산기업이 많은데도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행정 절차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너무 까다롭게 굴고 있는지 아니면 대전시의 행정이 소극적이었는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안산 산단은 그린벨트 장벽에 막혀 일단 멈춤 상태다. 대전시가 지난 2022년 11월 국토부에 그린벨트 해제를 신청한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