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때 산업화의 중심세대로 긍지를 갖고 일했지만 요즘 나라상황을 보면서 젊은 세대에게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대학캠퍼스는 해마다 이맘때면 새내기들의 희망찬 발걸음으로 활기 넘친다. 경제난과 청년실업의 현실걱정보다는 서로 한 교실의 친구가 된 순간 왁자지껄하고 밝은 그들의 웃음 속에 대학생활의 밝은 미래가 보여서 다행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 시대이건 쉬운 시절은 한 번도 없었지만 특히 요즘 우리 사회 가치관의 붕괴와 패권정치가 국가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불안정한 사회는 제도보다는 항상 사람의 문제에서 비롯
'나는 정치에 관심 없다!'란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고된 일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서민들이야 먹고 살기 힘드니 세상 변화나 정치 따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관심이 없어 그리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짐짓 외면하려 한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래선 안 된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정치를 잘한다면 몰라도 이는 매우 소극적이고 책임감 없는 생각이다. 국가구조의 기본 핵이 국민이니, 국민 개개인이 나라살림과 운용에 관심 없거나 일부러 회피한다면, 직무유기며 구성원의 자격을
언어는 자아가 무수한 타자들과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같은 언어권에서 살아간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를 공유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역설적으로 다른 사회를 이해하려면 그 문화권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학습해야 한다. 말과 글로 표현하는 언어는 소통의 수단인 동시에 각자의 삶의 양태를 결정하는 요인인 셈이다.우리 사는 세상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다. 글은 잘 쓰는데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고, 말은 청산유수인데 자신의 말을 글로는 정작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전문가
요즘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중소기업인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모두다 체감한다.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소비재 생산업체는 얼어붙은 경기를 더더욱 체감한다. 올 한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신시장을 개척 하든, 신제품을 개발 하든 우선 필요한 것이 자금이다.주변의 A 업체는 정부기관으로부터 많은 수주를 해 생산 및 시설공사를 해야 되는데 순간적인 운전 자금이 부족해 CEO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계약을 완료해 제품생산부터 현장 설치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있어 자금이 절대 부족 하다.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한국정치가 혼란에 빠지면서 요즘 정치공학이란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경영공학, 사회공학, 금융공학, 의료공학처럼 경제, 사회, 금융, 의료 등 여러 분야에 공학적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합리성, 효율성, 경제성, 실효성 등을 제고시키기 위한 새로운 학문 간의 융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공학(political technology)이란 정치 분야의 정책, 제도, 사업, 선거에 이르기까지 공학적 방법을 활용, 정치의 합리성과 실효성을 제고해 권력통치행위와 조화시키는 현실적 학문영역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어
사물, 인간, 나라 등 세상요소들은 제 나름의 가치를 품고 있다. 개별로 갖고 있는 각각의 내외적 값어치를 '격' 혹은 '품격'이라 하겠다. 사람에게도 이런 격이 있어, 이를 '인격' 혹은 '인품'이라 말한다. 사물에는 돈으로 환산되는 '가격'이 있으며, 나라에는 '국격(國格)'이 있다. 인격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거나 살 수 없듯이 국격 또한 그렇다. 유·무형의 수많은 요소들이 오랜 기간 어우러져 한 사람 혹은 나라의 품격을 높여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내부의 꽉 찬 실질이 외부의 아름다움에 더해 조화로 이뤄진다. 이는
이번 생에서는 다시 맞을 수 없는 한 해가 시작되었다. 계획한 일들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렇지만 경험이 주는 교훈은 삶이 의지대로만은 흘러가지 않는다는 슬픈 자각이다. 생각해보면 우여곡절 없는 삶도 지상엔 없다. 한 시절 오르막이 있었다면 머지않아 내리막이 있을 거라는 것도 예감만이 아닌 현실이었다. 이런저런 사회적인 이유들로 어수선했던 연말을 새해와는 떼어놓고 싶지만 달력만 바뀌었을 뿐 세상은 달라진 게 조금도 없어 보인다. 지리적인 위치가 그러하니 해마다 맞는 새해의 시작이 추운 한겨울이라는 사실도
요즘처럼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언제였나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많은 것은 왜일까? 제조업을 경영하는 본인 뿐만 아니라 둘러 보면 다른 이들이 체감하는 현실의 어려움도 대동소이하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전부 다 힘들다고 난리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한탄부터 나온다. 세계 경기가 안 좋아서, 저유가 시대라, 강대국들 경제 전쟁에서 샌드위치가 된 한국경제 상황 등을 운운하며 애써 외부 요인에서 위안을 찾으려 하지만 마음 한 켠이 허무한 것은 본인만이 아니다.어려움의 그늘이 깊을수록 더욱더 간절한 단어가 하나 있다. '
다양한 범죄를 접하는 곳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가해자도 사람이었고 피해자도 사람이었다. 때로는 범죄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곳에서 그 경계선을 살아가는 아슬아슬한 사람들도 종종 만난다. 범죄를 연구하는 나에게는 아찔한 순간들이지만 정작 그 순간을 살아가는 그들은 평안했다.사람들은 이제와서야 안전을 이야기한다. 경제발전이라는 화두에게 많은 우선권을 내주었는데, 이제는 안전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다행이다. 사회속의 범죄에 사람들이 관여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과거와 달리 형사사법체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안전한 사
2015년 1월 어느 날이다. 한 시사주간지의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을 소개하고 난데없이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중 누구와 닮았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당시 세월 호 사건 이후 아직 여론이 안정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필자는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었는데 거듭되는 기자의 독촉에 박대통령과 리더십 스타일이 많이 닮은 대통령을 한 명 꼽았다. 바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다. 닉슨의 리더십 스타일은 한 마디로 독선적이었다. 그의 성장과정과 정치역정 속에서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 심지어 가장 가까운
호기심 많은 다섯 살 꼬마는 '팔각성냥통'이 신기했다. 울타리와 돼지우리 사이는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마른 짚이 깔려 있었다. 옆집 한 살 어린 동생과 성냥을 가지고 놀기에는 제격이었다. 결국 불은 깔려있던 짚을 태우며 돼지우리에 옮겨 붙었다. 꼬마들은 엉금엉금 기어 나왔고, 돼지는 '꽥 꽥'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날뛰었다. 소방차가 출동하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오십여 년이 흘렀지만, 필자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놀란 기억이다.지각된 자극이나 학습되어진 인상들을 저장 유지하고 재생하는 정신기능을 '기억'이라 한다. 이것
"외래갈 때 병원은 가야하지, 택시는 없지, 진짜 눈물 나더라고요. 혼자 갈 기운은 없고. 또 택시에서 뭔 일 생길까봐 겁나고, 옆에 누구 있으면 택시에서 기절을 하건 뭘 하건 병원엔 데려다 줄 거 아니에요. 정 힘들 때 SOS 칠 데가 있었으면…." 말기암을 진단 받고 가정에서 홀로 지내던 40대 여성의 하소연이다. 말기 상태에서도 통증 조절을 위해 주기적으로 마약성 진통제 등을 처방받아야 했지만, 친정 가족들도 다들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 대신 약을 타다 줄 형편이 되지 않았다. 홀로 장애아를 키우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온 그녀에
출산 장려금을 주면서 아이를 낳으라는 정부, 그러나 어제 오늘 또 신문에서는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한 기사들이 나온다. 아이러니 하게 아이를 죽인 모정을 비난하는 나라이기도 하고 낙태 시술을 하는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에 강한 비난이 쏟아지는 나라이기도 하다.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범죄로 인식되는 영아살해, 그 규정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6·25 전쟁으로 인한 극도의 곤궁상태, 그리고 전쟁 중의 강간은 부녀자들의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졌고 사회는 영아유기와 영아살해라는 사회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195
노년을 맞아 엄청난 재산의 98.8%를 미국 전역의 도서관 건립과 사회를 위해 기부한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했다. "회장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습니까?" 이 질문에 카네기는 대답했다. "돈을 번 것은 내가 아니라 나보다 현명한 우리 직원들이었습니다. 나는 그저 그들이 돈을 잘 벌도록 도와주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카네기는 유년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몹시도 가난했던 어머니는 가계에 보탬이 될까 하고 나에게 토끼 암수 한 쌍을 사주셨고 예쁜 새끼들을 낳았습니다. 토끼새끼가 너무나 귀여워서 동네
암울하고 분노에 찬 지난 20일이었다. 표출할 수 없는 화는 쌓여 응어리졌으며 허탈감과 자괴감 수치심으로 가득 찼다. 이에 천지 세상에 부패한 악취가 진동하여 불수의적으로 토악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만천하에 수치스럽고 미래가 없는 참담함으로 마치 지옥 같았다.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죄다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희망까지 잃어버리진 않았다. 2016년 11월 12일은 한 가닥 희미한 불빛이 창대하게 타오를 미래를 본 역사적인 날이었다. 좌절과 분노에 치를 떨면서도 100만 민중은 국기문란 범죄자들에
젊은 아버지는 물 좋은 논 세 마지기가 '평생소원'이라 하셨다. 내가 고등학생이 될 무렵 비록 천수답이었으나 아버지께 논 세 마지기가 생겼다. '세 마지기'에 감격한 나는 그 논만 보면 괜히 마음이 일렁거렸다. 어느 날 앞산 자락에 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되었고 아버지의 논 '세 마지기'는 '두 마지기'가 되었다. 나도 수용된 땅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건 알 만한 나이였다. 고속도로는 영호남 지역감정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제 우리 고향도 발전할 거라고 했다. 고속도로 개통식이 다가오자 학생들은 수업 대신 모내기
이른바 삼례 3인조 강도사건의 관련자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려 17년만이다. 이들은 지난 1999년 2월 6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귀금속을 훔치다 주인 유모 할머니(당시 76세)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각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삼례 3인조 강도사건은 TV 프로그램의 소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주목하게 되었지만 이들보다 더욱 억울한 무죄판결은 사실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그 수치는 계속 증가해왔다. 201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방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인구는 2013년
1861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한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핵심 목표는 '노예해방'이 아니라 '연방유지'였다. 이를 위해 링컨은 대통령 취임사의 대부분을 연방유지의 당위성에 대해 할애했다. 그러나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필두로 남부세력은 연방을 탈퇴하고 이른바 남부동맹을 형성했다. 링컨에게 전쟁은 어떻게 하더라도 피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연방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연방이 승리하여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 기대했지만 초기 전투에서 남부동맹이 연전연승하여 전쟁의 양상은 장기전이 되어 갔다. 전쟁이
두 살 난 어린아이가 교통사고로 다쳐 병원을 전전하고 뒤늦게 수술했지만 사망했다. 슬픈 일이다. 연관된 병원들 중에는 가장 조직적이며 제대로 갖춰진 권역응급센터가 있었다. 이런 권역외상센터 몇 곳에 진료를 의뢰했음에도 중증외상환자를 적절히 치료하지 못해 사망했다면 일반인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린 중증외상환자의 사망은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지만, 그 결과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모순과 저수가의 부작용이 자리 잡고 있다. 권역응급센터는 지역별로 의료인력 및 시설이 요건대로 잘 갖추어진 곳이다. 하지만 손상환자에서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쟁이 연명의료 결정에까지 번지는 뜻밖의 상황에 접하여 오래 전 공포를 다시 떠올린다. 중환자실에서 목격한 숱한 환자들의 죽음 앞에서 '이대로라면 나도 저런 마지막을 맞겠구나!' '특별한 운이 따르지 않으면 내 마지막에 가족의 고통조차 피하기 어렵겠다.'하던 공포. 나의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자, 회복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에게 이루어지는 연명의료는 치료행위 보다 고문에 가깝게 느껴졌고,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지식과 상상을 총동원해 피할 방법을 궁리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