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A씨가 사는 오피스텔에 단전 예고장이 붙었다. 수도도 끊긴다고 했다. A씨 집 문 앞에는 '보증금 미반환 전세사기 정보 공유'라고 쓰여진 A4용지 한 장이 꽂혀있었다. 종이에는 오픈채팅방 QR코드가 새겨져 있었다. 간담이 서늘했다. 채팅방에 들어가니 이미 세입자 십수명이 오피스텔 임대관리업체에게 수천만원 씩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A씨는 무료법률상담 변호사를 찾아갔다. "보증금 3000만원 없으면 죽어요?" 변호사의 첫 마디였다. 이런 종류의 사건을 많이 맡아 왔으며 조직적·계획적인 범죄
우리 민족은 오래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여겨 왔으며 넓게 퍼지는 특성이 있어 그늘이 많아 정자 근처에 많이 심었다.노거수(老居樹)들이 대부분 느티나무로 수백 년 길게는 천년이 넘도록 오랜 세월 수많은 풍파를 겪으면서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을 간직한 역사 문화적 유산으로 선조들의 숨결과 삶의 흔적이 배어 있는 나무다.느티나무는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성황당으로 어린이놀이터로, 더위쉼터로, 정보센터 등으로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살아왔으며 선조들의 삶 속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마을의 역사적 전설이나 문
홀로 사는 1인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1인가구 급증은 경제와 사회 구조의 변화와 밀접하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을 미루거나 단칸방에 홀로 사는 사람도 있고, 아예 결혼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학교나 직장 때문에 혼자 거주하는 젊은이도 많다. 평균 연령이 길어지면서 배우자를 잃고 혼자 사는 노인도 늘어나고 있다.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에 달했다. 3집에 1집 넘게 1인가구인 셈이다. 2015년 27.2%에서 7년만에 7.3% 포인트나 늘었다. 매년 1% 포인트 가량
우리나라에서 도교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4세기 무렵 백제의 막고해가 노자의 도덕경 구절을 언급한 것이 전한다. 고구려에서도 영류왕이 당나라의 도사를 받아들여 노자를 가르치게 했고, 보장왕 시절에는 연개소문이 도사 8명을 사찰에 머무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려에서는 보다 공식적이고 광범위하게 도교가 퍼졌다. 왕실에서 구요당, 복원궁, 신격전, 대청관 등의 도관(道觀)을 설치하고, 왕이 직접 제사를 지냈다. 도관은 도교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신도들에게 강의도 하는 사원을 말한다. 전국 여러 명산에 도관이 있었다고 한다.유
2023년 계묘년이 저물어가고 있다.진부한 표현이지만 올 한 해 역시 많은 일이 있었고, 그만큼 어려운 시간이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다난(多難)함은 현재 진행형이다.고물가·고환율·고금리는 여전히 우리 경제를 휩쓸고 있으며, 수시로 터지는 대규모 전세사기는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둘러업은 채 병원을 찾아 헤매고, 마약사범은 사상 최고를 기록 중이다. 경제성장률, 출산율, 자살율, 노인빈곤률 등 대부분의 경제·사회지표는 이른바 '역대급'이다.지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지방소멸' 우려가 내재
요즘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면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 당을 끌어가고 있는 리더가 보이지 않고, 그러니 책임져야 할 사람도 없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인요한 혁신위의 조기해산까지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다들 위기라고 떠들면서 제대로 된 처방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은 21대 총선에서 얻은 103석보다 더 못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83-
언덕 위 하얀 집. 정신병원을 지칭하는 말이다.대개 병원은 접근성을 위해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에 있지만, 유독 정신병원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외곽에 자리 잡아 생긴 말이다. 정신질환은 감기처럼 누구나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질환이지만, 자·타인을 해칠 수도 있는 병이다. 그래서인지 정신질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자신의 병을 숨기고, 아픈 걸 버틴다.최근 정신질환자들의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범죄에 불안해하고,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는 모습이다.바로 이게
연말을 맞아 정부가 물가 잡기에 부심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12월까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하여 정부가 올 한해 경제를 잘했나 못했나 판별할 것이다.지난달부터 기재부가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부처별로 소관 품목을 점검, 대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와 대파 계란 고추 빵 우유 가격을, 산업자원부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해양수산부는 천일염과 오징어 등의 값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각 부처의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하여 관리에 나선 것이다.정부가 이처럼 강
최근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의사 수를 늘려 지역의 필수의료 개선에 힘 쓰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의사협회가 반발에 나서며, 차디찬 신경전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의사협회는 필수 의료 붕괴의 근본적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의료 수가 등에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그럼에도 정부가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자, 의사 측에선 '총파업' 카드까지 내걸었다.이견을 좁히기 위해 이달 6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재논의를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대, 지역별 인력 편차를 근거로 의대 증원을 주장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내륙인 충북은 타 시도에 비해 그동안 많은 괄시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다수의 댐 건설과 국립공원 지정 등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내륙 깊은 곳에 위치한 까닭에 국가의 각종 개발정책에서 철저히 소외당했다. 여기에 이중삼중의 각종 규제와 열악한 교통 접근성 등 각종 불이익으로 저발전·낙후 지역으로 전락해 인구소멸 위기지역이 즐비하다. 다행히 지난 8일 중부내륙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위안이 되고 있다. 법안은 그동안 국가개발 정책에서 소외되고 각종
요소수 때문에 산업계가 시끄럽다. 기업과 정부가 뛰고 있지만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이 고비를 넘긴다 하더라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인 중국이 2년 만에 또 수출을 막아 '요소수 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해관(세관)이 한국행 요소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2021년에도 중국의 수출 통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요소는 석탄 원석에서 불순물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채취하는 것으로, 중국산이 그중 싼 편이다. 요소는 비료·차량·산업용으로 두루 쓰인다. 요소에 물을 탄
차박캠핑, 농촌살기, 주말농장, 농막……자연과 농어촌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이나 휴일 도시를 훌쩍 떠나 농어촌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주중에는 직장과 일 때문에 도시에서 머물 수밖에 없지만 쉬는 날에는 한적한 곳에서 가족과 휴식도 취하고 재충전도 하는 것이다.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등장한 것이 '5도(都)2촌(村)'이다. 5일은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고 2일은 시골에서 보낸다는 뜻이다. 요즘 30-40대에도 주말 2일을 시골에서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농막을 짓거나 오래된 농가를 수리하여 주말마다 도시와 시골
충남 아산에 멋진 공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는 고 이어령 선생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이 그것이다. 이름은 그의 정신을 반영한 '창조관(創造官)'으로 우선 정했다. 이어령 선생은 1933년 아산시 좌부동에서 태어났다. 온양초, 신창중, 아산전자기계고(구 둔포고)의 교가가 선생의 작품이다.올해 7월 아산시는 지난해 2월 영면한 선생을 기리기 위한 '이어령 창조관' 건립을 본격 진행하기 시작했다.시에 따르면 박경귀 아산시장은 같은 달 14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선생의 부인인 강인숙 여사(전 건국
도시 곳곳에 빈집이 늘고 있다. 고령화로 집주인이 사망해 자식들의 재산문제 등으로 철거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소유주조차 찾을 수 없는 빈집까지 다양하다.최근 발생하는 빈집은 인구감소, 도심공동화 등과 큰 관련이 있다. 신도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도심공동화가 진행돼 버려지는 집이 발생한다. 또 신도심에 시민들이 모여 살게 되며 원도심 인구소멸이 가속화돼 빈집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대전시의 경우 지난해 3264호였던 빈집은 올해 3867호로 1년 사이에 18.47%가 증가했다. 동구가 1082채로 가장 많고, 유성구 921채와 중구
얼마 전 일본 언론이 '피크 코리아'를 제기해 관심을 모았다. 머니1이란 경제지가 한국경제는 이미 피크(정점, 꼭대기)를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며, G9에 진입할 수도 없고 2050년에는 15위 이하로 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언론은 수치를 조목조목 들이대며 대한민국의 아픈 부분을 지적했다.이러한 전망의 논거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를 손꼽았다. 한때 대한민국의 연간 GDP 성장률이 13%(73년 14.9%, 76년 13.2%, 83년 13.4%)를 넘겼지만 이제 1%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경제는 80년대
지난 10월 20일 서산에서 첫 발병했던 소 럼피스킨병이 날씨가 추워지며 어느새 안정기로 접어 들었다. 매일 발병 의심 신고와 확진 결과가 쏟아지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조용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과연 이대로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최근 인수 공통 질병이나 외국 야생 동물로부터 기인했다고 의심받는 질병을 나열해 본다면 대중들이 많이 들어 봤음 직한 이름이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바이러스(Monkeypox virus), 럼피스킨
선거의 계절이 도래하면 도매금으로 평가절하되는 종이 있다. '철새'다. 뚜렷한 원칙이나 철학도 없이 오로지 본인 유·불리에 따라 이당 저당 기웃하는 이를 '철새 정치인'이라 부른다. 철새로서는 억울한 노릇이다. 철새야 본능에 각인된 생존 경로를 정직하게 오갈 뿐인데, 줏대도 염치도 없이 행동하는 정치인들을 자신들에 비유하니. 그러나 철새여, 노여워 말기를! 당신이 품고 있는 이동의 위대한 능력이야말로 오늘날 인류를 생존하게 한 거대한 원동력이니. 인간도 철새와 같은 '이동하는 종'이다."다른 어떤 포유류도 우리처럼 돌아다니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공간, 한국전쟁 시기의 사진이나 영상을 구경하다 보면 확연하게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나무가 거의 없는 황폐한 민둥산이다.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 도시 주변은 물론 전국의 산들이 대부분 그러했다. 연탄이나 기름, 가스가 없던 시절 밥을 짓고 온돌을 데우기 위해 나무를 베어다 땠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온 산이 푸르고 울창한 숲이 된 것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해방 직후 사방사업 10개년 계획을 수립했으나 6.25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뒤 1961년 산림법을 제정하여 홍수를 막기 위한 수방사업을
요즘 국제행사가 참 많아졌다.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포럼이나 학술회의, 전시회, 공연 등이 줄을 잇고 스포츠대회도 끊이지 않는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뿐 아니라 대학이나 기관, 단체, 기업 등에서도 국제행사를 개최한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국력이 커지고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엊그제 2030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부산에서 이 행사를 개최하려 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완패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의 투표에서 사우디 리야드가 119표를 얻은 데 비해, 부산은 29표에 그쳤다.대한민국은 국제행사를 많이 치른 나라이다. 1
선거 때마다 늘 그렇듯, 최근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주도권은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선거제 개편안을 둘러싼 민주당 내 열기가 뜨겁다.민주당은 30일 의원 총회를 열고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현재의 '준연동형'으로 유지할지, '병립형'으로 회귀할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준연동형은 정당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고, 지역구 의석수가 이를 초과하지 않을 경우 비례 의석수의 50%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군소정당이 비례 의석수를 차지할 수 있는, 다당제 실현의 기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