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교의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교직에 있을 때 내내 짝사랑만 하다 왔다'. 20여년의 교직 생활을 최근에 정리하고 대학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신 교수님의 회고는 저에게도 묵직한 가르침으로 남아 있다. 그 말의 의미를 전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 말이 결국 밟아나가야 할 저의 미래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이들과 잊지 못할 인생의 한 때를 수놓을 수 있음에 벅차다. 2014년 처음 교직을 시작하여 이제 6년차에 접어든 필자에게 교직에서의 매년은 나름의 설렘과 충만이 있었다. 그
"아픈 것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요, 아프지 않은 것은 통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의학자인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글이다. 사람 몸 안에 있는 모든 기관들의 세포가 과하거나 부족해서 서로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막힘 없이 순조롭게 서로 통한다면 아프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한 개인의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음과 몸이 서로 통해야 하고 몸의 각 기관들도 서로 통해야 한다. 이러한 '통함'의 이치는 한 개인의 삶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
특수교사인 나는 학교에 출근하면 통합학급을 돌아보며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얘들아. 일기장 냈어?""성진아, 아침부터 자면 안 돼. 1교시 수업 준비하자""희정아, 말에서 씨는 빼고, 복도에서 100m 달리기 하지 말고. 알겠지?"(이 친구는 말끝마다 욕이다. "아이*" 등 그래서 그 말을 할 때 마다 말해준다. 말에서 씨는 빼라고^^)"승용아, 어른들께는 인사도 바르게 하고 반말도 하지 말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거야."모든 학생들은 그 나름의 개성이 강하다. 그런데 특수학급 친구들은 그 개성이 정말 강하고 다양하다. 각자 가
여름방학을 앞둔 선생님께삼복더위 값을 하려는 듯 무더위가 한창입니다. 오락가락 내리는 장마 비와 높은 습도로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더위를 견디느라 체력은 떨어져 모두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배움이 이루어지는 교실도 예외는 아니어서 몸과 마음이 지친 학생과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마음의 건반에서 설렘의 소리가 나지 않는다/자꾸 거센 소리만 내는 건반 마음이 아프다/누가 이 마음을 조율해다오/그에게 가서 노래가 되고 싶다. 언제인가 경찰 한 분으로부터 경찰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마음이 아스팔트처럼 딱딱해
"오늘은 의랑교육공동체가 모두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멋진 행사 준비하시느라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이런 행복한 기억들이 쌓여 아이들이 오래도록 꺼내 쓰는 에너지 은행이 될 거에요!"이 글들은 지난달 의랑초의 모든 교육가족들이 함께한 '책 읽는 의랑 별빛도서관축제' 후 학부모들의 감사와 응원 글들이다. '책 읽는 의랑 별빛도서관축제'는 책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자 구상했던 활동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독서원작 영화를 보여주고자 계획 했지만 행사준비 회의를 거듭하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즐기며 독서의 소중함을 알게 할까
평상시 전화도 없던 미국에 사는 여동생이 전화가 왔다.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해 조카들과 한국에 3개월간 방문을 한다는 것이다. 방문 목적을 물었다. 아들이 내신 성적은 최고인데 학교가 시골학교이다 보니 문학 등 교육과정상 없는 과목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소위 족집게 과외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걸 생각하니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다. 만약 최고의 교육을 하는 최고의 학교가 있다면 어떤 형태의 학교일까? '최고의 교육'과 '최고의 학교'라는 서적이 눈에 들어온다.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으세요?""글쎄다…. 너희 들이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서 나를 생각했을 때, 내 이름은 잊었어도 '그래도 그 선생님은 우리편 이었는데'라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2010년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 학기초 어느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한 질문에 그 때 당시의 생각을 정말 솔직히 이야기 해 보았다. 2006년에 처음 발령을 받고 교과전담을 하다가 군대를 다녀온 후 2009년에도 교과전담을 맡은 나는 정말 '내 아이들'이 있었으면 했고 처음으로 '내 아이들'이 된 2010년의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12월의 퇴근 시간은 몸도 마음도 바쁘다. 해가 짧아서도 그렇지만 오늘처럼 눈이 오려고 하는 날엔 더욱 그렇다. 바쁘게 들려오는 휴대폰 벨소리엔 끈끈한 정이 묻어나온다."오랜만입니다. 오늘 저녁 함께 합시다""감사합니다. 먼저 연락 드렸어야 했는데…"죄송스럽고 설레는 마음으로 난, 어느새 20여 년 전 어설픈 걸음마를 배우는 교사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교직 생활의 고비 때마다 챙겨주시는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이신 분. 그 분과의 인연은, 시골학교 담임교사로, 두 아이의 엄마로, 1인 4역의 버거움에 파김치가 되어있을 때 시작됐다. 삶
도서관 업무를 맡게 된지 10년째이다. 처음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생기기도 전이니 정말 까마득한 옛날 일인 것 같다. 대전시에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이 생기면서 맡은 이 일은 처음 맡았을 당시 대구로 선진학교 견학을 갔던 일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때 대구 어느 학교는 정말 여느 까페처럼 꾸며놓아서 매우 부러워했었다. 그 이후 3번째 학교인데 가는 학교마다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하게 된 것이 묘한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중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몇 있다. 독서축제때 같이 호러까페를 만들었던 아이들. 책장을
유치원 교사인 나에게 아침 시간의 여유는 차 안에서 계절마다 변하는 안면도의 풍경을 즐기며 출근할 때다. 유치원에 들어서면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아이들이 마실 보리차도 끓여 놓고, 수업할 자료를 챙겨놓으면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우리 아이들이 등원을 한다. 그렇게 우리의 하루가 시작된다.어느 날은 아침에 배가 너무 아파 아이들이 모두 등원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유치원 안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아이가 쪼르르 화장실 문 앞까지 따라와서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책을 왜 써야 돼요?"올해 처음으로 만든 학생 책쓰기 동아리에서 한 학생이 던진 질문이다. 책은 그저 '읽는 것'으로만 생각하던 아이들이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의문이고, 함께 책을 만들면서 서로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포부로 동아리를 만든 나조차도 '우리 아이들이 과연 책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2, 3학년 학생들 16명으로 구성된 책쓰기 동아리 '마음이 자라는 자작(自作)나무반'은 이렇게 확신도 없이 불안함 속에서 시작되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소극적이고 조용한
신규라는 딱지도 떼지 않은 나의 첫 발령지는 논산에 위치한 광석중학교다. 전교생 98명의 작은 학교에서 내가 담임을 맡은 학년은 중학교 2학년 33명(지금은 34명)의 학생들이었다. '열심히 공부하자!'라는 마음가짐 보다는 '놀자!'라는 마음이 컸던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볼 수 없는 활기차고 아름다운 광경을 쉬는 시간과 청소시간, 점심시간에 보여주었다. 때론 시키지 않아도 서로의 인생에 대한 토의를 끊임없이 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을 매일 만나면서 울고, 웃고를 반복하고 있다.'울고'의 추억은 이렇다.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
'생각하는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이 글은 과학실에 있는 작은 과학 도서관을 알리는 슬로건이다. 과학 도서관을 만들게 된 것은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나의 작은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수업시간에 항상 독서의 중요성에 관해서 이야기하는데, 아마 많은 선생님께서 추천 도서를 이야기하고 학습에서 독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됐으며, 대학에서도 독서를 권장하고 입시에 반영하는 것을 보면 독서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책을 좋아
그녀가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한 발 다가선다. 3년차 새내기 교사. 열정과 다정함, 교직에 대한 자부심으로 언제나 학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교사다. 그녀가 담임을 하는 학급엔 항상 무언가 새로운 활기가 넘치곤 했다. 퇴직을 고민하는 나에겐 그녀의 수업, 그녀의 소통이 부럽기도 했다. 젊은 예비교사들이 2년 3년 기약 없는 내일을 꿈꾸는 현실을 생각하면 내 자리를 그들에게 내어주는 게 옳은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없지 않지만 분명 나는 삼십대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의미 있다.열일곱. 이제 막 고교생이 된 미영이(가명)는 아
"사랑합니다." 교실로 들어서는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아이들의 달콤한 사랑 고백이다. 나는 작년부터 아이들과의 새학기 첫 만남 인사를 '선생님은 달인이다' 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내가 달인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교육의 전문가인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 작아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 말을 학생들 앞에서 하는 순간 달인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는 이전과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우리학교는 전국적으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 사업이 시작되던 첫 해, 사업 추진 초등학교 세
인생을 살면서 내게는 촛불과 같은 스승님이 두 분 계시다. 한 분은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영어 선생님이시고, 다른 한 분은 대학교 때 수학을 강의하셨던 스승님이시다. 영어 선생님은 항상 밝은 미소와 사랑으로 우리들을 대해주셨으며,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쳐 주셨다. 한 마음이 된다는 것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반은 한 마음이 되어 무엇이든 즐겁게 열심히 했다. 그 전에는 관심 밖이었던 영어가 그 때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됐고, 나도 선생님처럼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지금의 나를 만
17년 전 선배 선생님들의 모든 행동이 위대해 보이고 퇴근할 땐 지도서를 한아름 끌어안고 와 내일 어떻게 가르칠까 펼쳐보다 잠이 들었다. 17년 후 선배 선생님이 너무 부럽다는 내게 "신규 교사일 때가 제일 좋은거야!"라는 말 뜻을 이해하게 되었고, 5년 단위로 온다는 교직 슬럼프도 겪고 이겨냈다. 처음 가르친 제자는 석사 과정에 들어가며 상장을 전해 오고 훌쩍 큰 모습으로 가끔 얼굴을 보여 준다. 열심히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20대의 제자들 소식이 가끔 들리고, 안타까운 사고로 먼저 하늘 나라로 간 부회장의 슬픈 소식도
여섯 살, 여덟 살을 나고 있는 아이를 키우며 부부교사인 아내와 나는 자녀교육에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선 아내는 글씨를 정성들여 쓰게 하고, 발달 단계에 맞는 학습 과제로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는 바른 습관을 강조한다. 이에 비해 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통해 호기심이나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자극을 주고자 노력한다.나는 문득 교사 역할을 누구에게서, 어떻게 배웠는가 돌아보게 됐다. 아마도 나를 가르친 8할은 첫 부임학교가 아닐까 싶다. 여학교의 총각 선생님으로 매사에 조심스러웠을 때
"김 선생님, 6학년 처음 맡아보지요? 표정관리 잘 하고 6학년은 예전의 초딩이 아니야. 마음 단단히 먹어요!"새로운 설렘으로 가득할 3월! 그러나 6학년을 맡은 내 모습은 마치 전투를 앞둔 장군마냥 긴장감이 가득했다. 기 싸움에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일념하에 엄숙한 선생님 되기 전략은 이렇게 시작됐고, 애석하게도 얼마지나지 않아 수업 중 황망한 아이들의 표정과 무기력함은 오히려 기(氣)가 없는 교실처럼 보였다. 더불어 매일 늘어나는 잔소리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미묘한 갈등은 나의 심신도 지치게 까지 했다.이렇게 매일 학급에 대한
봄 녘, 아무것도 몰라 엄벙덤벙 지내 온 어리숙한 신규교사는 이제 가을 녘에 서 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돌이켜보면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막막하던 두꺼운 교무수첩도 이젠 반은 아이들과 나의 복작거리는 이야기로 빼곡하다. 고작 걸음마를 시작하는 풋내기이지만 교무수첩을 열어보면 좌충우돌이 참으로 많다. 아마 그 중의 상당 부분은 '그 아이'와 나의 이야기이다. 그 아이와 만남은 처음부터 강렬했다. 창백한 얼굴에 강마른 체구의 아이는 제법 싸늘한 날씨에도 하계 교복을 입고 교실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아이와 함께할 일 년이 순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