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는 시험 기간이면 자리가 없어 못 왔는데 지금은 텅텅 비었어요."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자 도서관을 찾은 충남대 전기공학과 4학년 하모(26)씨가 주변을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대전 지역 대학이 코로나 19로 인해 2학기 수업을 비대면으로 운영하면서,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급격히 줄었다. 대학 근처에 거처를 둔 일부 학생들만 취업 준비와 전공 공부를 목적으로 간간이 도서관에 들릴 뿐이었다. 16일 오전 10시 충남대 도서관. 건물 2층에 위치한 1-3열람실이 텅텅 비어있었다. 각 열람실에 들어선 100여 개의 좌
"빚내서 먹고 살고 있는 판국이여. 손님이 없다니까…."지난 1일 대전 유성구 궁동 한 식당 앞에서 만난 업주 김모(66)씨는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어제는 점심부터 저녁까지 손님을 1팀 밖에 받지 못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만 올해로 26년 째 식당을 운영 중이다. 이날은 문도 열지 않은 채 식당 앞에 의자를 내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옆 건물에 문을 닫은 식당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 식당 정문에는 '임대'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김씨는 "이 식당도 버티다 버티다 4월인가 5월 쯤 식당을 내놨다. 장사를
24일 새벽 대전시 한 공직자로부터 문자메시지 한통을 받았다.지난 18일 대전시 기자실에 방문한 출입기자(216번 확진자)가 오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니, 같은 시간대에 있었던 출입기자도 출근하지 말고 가까운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본보 기자는 해당일 오후에 기자실에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진단 검사 대상자였다. 이날 오전 집 근처인 유성구 보건소를 방문하기 전 예약을 하기 위해 해당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216번 확진자와 접촉해 진단 검사 예약 신청을 원한다고 밝혔다. 보건소에선 아직 216
낮은 땅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에는 볕도 제대로 들지 않았다. 코스모스 꽃 한 송이 만한 3평 남짓 습한 방 시멘트 바닥에다 얇은 장판 한 장 깔고 잔다는 신대호(75) 씨는 13일 "6·25때 피란살이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며 애써 웃어보였다. 신 씨는 지난 7월 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집중호우로 아파트가 잠겨 한순간 이재민 처지가 됐다. 그는 "빗물로 가득 찼던 집안이 제대로 마르려면 앞으로 20일은 더 지나야 할 것 같다"며 쉼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 3대에 번갈아 시선을 던졌다.시간당 최대 100㎜의 폭우가 쏟아져 저층가구
"공주보가 있어 큰 피해 막았지…보(洑) 해체하면 안돼""4대강인지 뭔지 때문에 피해가 적은 거래?…글쎄 난 모르겠네"4대강 수중보 중 하나로 충남의 젖줄이라 불리는 금강 '공주보' 인근 주민들의 이야기다.사상 유례 없는 집중호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전국에 수해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 정치권은 때 아닌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놓고 공방 중이다.미래통합당은 이번 집중호우를 겪으며 4대강 사업에 포함된 지역의 피해가 적었다는 점을 들어 "꼭 필요한 사업을 현 정부가 망쳐 놨다"고 공세에 나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나요." 2일 오후 12시 30분쯤 찾은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분주함을 보였다.주민 A씨는 "물이 차오르며 정신없이 집을 빠져나왔다"며 "임시 대피소에서 잠시 나와 집에 왔을 때는 허망함만이 가득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지난달 30일 시간당 80㎜에 육박하는 비가 불러온 수마는 코스모스아파트를 집어삼키며 D동과 E동 1층 28세대가 침수됐다.이에 아파트 단지 입구와 지하층 곳곳은 폭우로 가득
"그냥 정신 없이 몸만 나왔던 거죠. 아파트가 물에 잠길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고요." 31일 오전 8시쯤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한 입주민 A 씨는 43㎡(13평) 남짓한 집안에서 신발을 신은 채 방바닥에 쌓인 진흙더미를 걷어내고 있었다. 빗물에 잠겼던 방 두 칸과 주방, 화장실 등 구석구석에 깨끗한 물을 뿌리고 어디서 떠내려 온 지 모를 나무판자를 쓰레받기 삼아 밖으로 빼냈다. A 씨는 "20년 넘게 여기서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한다"며 "어젯밤 임시대피소에서 머물다 새벽에 나왔다"고 황망해했다.5층짜리 이 아
"행정수도 이전 발언 후 매물 아예 없어. 간혹 나와도 프리미엄 너무 붙어 엄두도 못 내"정치권에서 쏘아올린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세종시 부동산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정부의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 중복지정에 이번 7.10 대책까지 연이은 고강도 대책에도 세종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26일 오전10시 30분쯤. 세종시 보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 유리 벽면에는 간혹 붙어있던 '아파트 매매'홍보 알림판마저 사라졌다.비단 이곳만의 현상이 아니다.인구 밀집도가 높아 공인중개업소가 즐비한 도담동, 아름동, 새롬동에서도
"형님, 거 코로나 때문에 담배피면 안돼…"25일 오전 11시 30분쯤 대전 중구 중촌동의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에 때아닌 노인들이 곳곳에 서 있었다.시간이 지나면서 노인들은 하나 둘씩 서로 간 "식사는 했냐"며 안부를 묻거나 해외로 간 자녀들 이야기를 나눴다.놀이터 지근거리에 복지관과 경로당이 위치해 있지만,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탓에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것.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자 노인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고, 남아있는 두 명이 눈에 띄었다.이곳에서 만난 김모(82)씨는 "마누라 죽고 나서 뭐 혼
10일 오후 찾아간 중구 대흥동 소극장 거리는 적막이 감돌았다. 예년 이맘 때쯤이면 대흥동 문화예술의거리와 소극장에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지만, 올해는 길어지는 코로나 여파로 관객 감소와 공연 취소 등 연극계가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이곳에는 소극장이 다수 몰려 있어 대전 지역 연극인들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방문했던 소극장 4곳 모두 당장 공연이 없는 터라 불이 꺼진 상태였다. 그중 한 곳은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8일 공연을 끝으로 4년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코로나로 인한 폐관은 아니었지
"보문산은 그야말로 대전의 얼굴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요."대전 중구 보문산공원로 인근에서 지난 30년간 음식점을 운영해온 70대 후반의 A 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가게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광객이 없으니 장사가 안 되고 이제 더는 희망이 없을 것 같아 정든 이곳을 떠날 고민을 하고 있다. A 씨는 "과거 1990년대에는 어린이날 행사가 있는 날은 전날 음식을 미리 준비해도 전부 동이 났다. 좋은 시절도 잠시 사계절 시민들에게 사랑받던 명소가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2
27일 오전 8시 40분 대전 중구 문화초. 책가방을 멘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학부모 손을 잡고 교문 앞에 섰다. 학생, 학부모는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손짓으로 인사를 나눴다. 학교로 들어서는 자녀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는 학부모들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지모씨는 "아이도 학교에 가서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집에서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막상 혼자 보내려 하니 얘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발길이 안 떨어진다"고 말했다. 자녀가 정문까지 들어가는 것
20일 오전 7시 40분 대전 유성구 전민고. 등교를 시작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모두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교문에 들어서고 있었다. 교문부터 학교 정문까지 10m 마다 1명씩 서 있던 교사들은 학생들과 인사를 주고 받으며 연신 간격을 띄워달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건물에 들어서기 전, 정문 앞에 설치된 '코로나 19 체온 측정 부스'에서 열화상카메라로 발열체크를 받았다. 일렬로, 학생 간 간격은 1m씩, 차례로 검사에 임했다. 다행히 의심증상을 보인 학생은 없었다. 만일, 체온이 37.5℃ 보다 높다면 바로 옆 '일시적관찰
"야구팬 여러분, 시원한 맥주와 함께하세요."8일 오전 11시 45분 대전 한밭야구장(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앞. 이맘때 쯤이면 개막시즌 열기로 페트(PET)맥주와 각종 먹거리를 사러 온 관객들로 북적였을 편의점 대문에는 야구팬을 반기는 현수막만 속절없이 나부끼고 있다. 치킨 주문 폭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닭강정 전문점 대문에는 전기점검 부재중 딱지가 붙었다. 어두컴컴한 매장 안 바닥에는 때지난 우편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영업시간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인 이 지점은 야구 시즌마다 관중석에 들고 갈 매콤한 치
"얘들아, 선생님 말 잘 듣고 있니?"지난 1일 오전 8시 대전 중구 대전 대성고의 한 교실, 수학 교사 김보균 씨는 노트북 화면에 비친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네"하며 대답했다. 1교시 시간이 임박하자 학생 80여 명이 원격 수업 방에 접속했다. 학생들의 ID는 학번과 이름순이었다. 접속한 학생의 학번, 이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출석체크가 수월했다. 교사들은 대부분 노트북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했는데 노트북 화면 왼쪽에는 프레젠테이션과 동영상 수업자료가 띄워져 있었다. 오른쪽 화면
"손님들 체온도 재야하는지 몰랐네. 따로 들은 게 없는데…."25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의 한 코인노래방. 업주인 이모(53)씨에게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세운 필수방역지침에 대해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지침상 출입구에서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업주는 지침 내용 숙지는 커녕 도리어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교육당국이 학교 안팎에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하게 추진중이지만, 청소년들의 이용이 잦은 PC방, 노래방 등은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양새다. 방역지침을
9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유성구 궁동. 따듯한 봄 날씨와는 달리 거리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검은색 마스크와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여학생 1-2명만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평소라면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녔을 거리다. 점심 준비로 한창이었을 식당 대부분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불 꺼진 식당 문 앞에는 '코로나 여파로 잠정 휴업 합니다', '코로나로 홀 영업을 중단합니다'라는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골목 한 편에서 홀로 문 을 연 한 식당에 들어섰다. 업주 김영석(65)씨는 코로나 19에 따른 개강 연기로 학생들의 발걸음이 뜸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출동이 밀려들지만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큽니다."5일 오후 3시 29분쯤 대전동부소방서 구급대 사무실에 구급출동을 요하는 무전기 소리가 울렸다. 40대 남성이 아파트 건물 2층에서 추락했다는 신고였다.무전이 울린지 20초만에 구급대원들은 모든 장비를 챙겨 출동에 나섰다.119구급차에 3명의 대원들이 탑승했지만 내부가 매우 비좁아 보였다. 모든 구급대원들이 좁은 차 안에서 방역복을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보자가 입을 경우 착용에만 20분이 넘게 소요된다는 방역복을 구급대원들은 단 3-5분 만에
"토익시험도 취소되고, 알바도 안구해지고…. 자취방에서 삼시세끼 떼우면서 개강만 기다리고 있어요."3일 오전 배재대학교가 있는 대전 서구 도마동 원룸촌. 이날 편의점에 점심거리를 사러 자취방에서 나온 대학생 강모(21)씨는 몇 개 남지 않은 도시락을 뒤적이며 투덜거렸다.코로나 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매년 이맘때면 새내기 학생들로 왁자지껄하던 대학가가 고요하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개강을 2주일 연기한데다, 온라인강의로 대체한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강 씨는 "자취방은 미리 구해놔야 해서 2월 말부터 살고 있는데 개강이 미뤄져 난감하
"누구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여기 줄 서있어요? 한 사람 당 3장밖에 못 사는 마스크인데 내 앞에서 끊기면 어떡하려고 자리를 맡아줘요?"26일 오후 1시 30분 홈플러스 유성점 생필품 코너 주변에 대기줄이 생겼다. 이날 오후 3시에 마스크가 매대에 진열된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일찌감치 줄을 선 것이다.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대기인원은 50명 가량으로 늘어나 북새통을 이뤘고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고객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긴 기다림 끝에 홈플러스 마스크 구매 담당자가 공지한 이날 마스크 입고 수량은 어른용 KF94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