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종교와 관계없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산타클로스'다.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산타클로스라 하면 선물이 떠오를 것이고, 머리맡의 양말과 함께 굴뚝이 연상될 것이다. 굴뚝은 산타클로스가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집으로 들어오는 통로이지만 지금은 대부분 굴뚝 없는 집에 살고 있기에 생경하다. 과연 산타클로스는 굴뚝을 통해 어떻게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우리나라처럼 온돌을 주된 난방 방식으로 쓰는 굴뚝은 매
날카로운 기계음을 내며 3D프린터의 프린팅 베드가 레일 위에서 앞뒤로 움직인다. 섭씨 200도가 넘게 달궈진 히팅블록은 동그랗게 감겨있는 플라스틱 필라멘트를 천천히 빨아들이며 좌우로 바쁘게 움직인다. 안정적인 출력을 위해 섭씨 60도로 유지시키고 있는 프린팅 베드 위엔, 필라멘트가 좁은 노즐로 녹아 빠져나오며 등고선을 그리듯 한층 한층 쌓인다. 출력을 시작한 지 약 96시간.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출력물은 고비사막에서 발굴해 3D스캔한 실물 크기의 공룡 머리뼈다!지질박물관 중앙홀에 들어서면 거대한 두 마리의 공룡이 달려 나올 듯 서
어느덧 겨울이 다가와 나무마다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을 보여 산등성이의 윤곽이 드러나는 계절이 되었다. 겨울철 3개월을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서는 '폐장(閉藏)'이라 하고 있다. 이 말은 겨울이 세상 모든 만물의 생기가 숨어 체내로 저장되는 계절이므로, 특히 마음가짐을 감추고 숨겨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남모를 뜻을 품거나 귀한 것을 얻은 사람처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일상에서는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에서 지내고, 땀을 통해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을 어기면 신장이 상하고,
캐롤을 자주 듣게 되는 계절이 왔다. 안토니 가우디가 건축을 시작한 에스파냐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탑 꼭대기에는 며칠 전 5.5t 무게의 대형 '별'이 달렸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맨 위에는 주로 별을 달고, 성탄절 연극에는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박사가 자주 등장한다. 동방박사가 봤다는 별은 실제 우주에 존재했던 별 중 하나였을까 또는 자연에 없는 기적과 같은 현상이었을까?이 질문은 서력 기원, 즉 서기가 시작된 이후 수없이 제기됐다. 둘 이상의 행성들이 하늘에서 가까이 모임으로써 밝게 보이는 현상인 합(合, conj
Iran, Iraq를 발음하면 아마 대부분은 이란, 이라크라고 할 것이다. 10여 년 전에 미국에서 유명 독성학자 'Klaassen'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던 때이다. 이분은 알파벳 'I' 발음이 독특했는데, 예로 이란을 '아이란'이라고 하고 이라크를 '아이라크'라고 했다. 문제는 10여 분 뒤에 발생했다. 카드뮴 중독증으로 대표되는 '이타이이타이병'을 설명할 때였다. 이 분의 발음 습관상 'Itaiitai disease'의 발음을 '아이타이아이타이'로 한 것이다. 이어 청중들 중 일본 연구자들은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했다. 그 이유
2013년 8월 22일, 동고비 사막에서 열흘간의 공룡탐사를 마치고 전 날 저녁에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 돌아온 탐사대원들은 문명세계로 돌아온 아침을 맞자마자 몽골 정부청사의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청사 정면 대좌에 앉아 근엄한 표정으로 광장을 내려다보는 몽골의 상징 칭기즈칸의 동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광장의 끝에 처음 보는 임시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한 쪽 외벽엔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입을 벌린 공룡의 두상이 걸려 있고, 그 위엔 키릴문자로 'Т. БАТАА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타르보사우루
11월 7일, 입동인 주말에 제법 차가운 비가 내렸다. 빗방울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20도를 넘나들던 기온이 갑자기 하강하고, 아침저녁으로 찬 날씨가 이어져 자기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되면서 괜스레 쓸쓸한 감정이 든다. "아! 쌀쌀하니까 쓸쓸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쓸쓸하다'의 어원은 큰 거문고 슬(瑟)을 두 개 붙인 '슬슬(瑟瑟)하다'라고 한다. '쓰윽-쓱'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거문고나 비파 같은 악기의 소리가 낙엽을 밟는 서걱서걱한 소리와도 비슷하다. 입추에서 입동까지의 가을바람은 슬픈 바람, '비풍
2009년 오만원권 지폐 발행 전까지는 1만 원 권 지폐가 최고액권이었다. 만 원권 지폐의 앞면에는 세종대왕, 일월오봉도, 용비어천가, 뒷면에는 태종 때 온 하늘의 천문도를 돌에 새긴 천상열차분야지도, 천문관측기기인 혼천의와 함께 영천 보현산천문대 1.8m 망원경이 있다. 고액권 지폐에 그 나라 과학의 상징과 한반도 최대의 망원경이 있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에게 큰 자랑거리이고 자부심이다.하지만 1만 원 신권이 등장한 2007년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세계 최대인 8-10m 망원경을 사용하는 중이고, 10년 후에는 25m 이상 망원경
혹시라도 미국 드라마나 뉴스를 보다가 'Drinking the Kool-aid' 라는 관용구를 들어본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쿨에이드를 마시다' 라는 뜻이다.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된 쿨에이드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음료 분말이다. 음료 분말은 적당한 양으로 물에 타서 먹는다. 포도, 오렌지, 체리맛과 같은 다양한 맛이 구비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워낙 오래되고 유명한 브랜드여서 인지도도 매우 높다. 마치 우리가 휴대용 가스버너나 콘 아이스크림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상품
한국으로부터 약 1800㎞ 떨어진 몽골의 동고비사막. 하루종일 발굴작업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베이스캠프에는 다음 날이면 울란바타르로 돌아가 귀국길에 오를 '고비 공룡탐사 지원단(Gobi Dinosaur Supporters: 2013-2016년 시행된 지질박물관의 일반인 참여 공룡탐사 체험프로그램)' 참가자 환송만찬으로 왁자지껄하다. 하루의 피로도 가시기 전 이융남 박사(당시 지질박물관 관장, 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네이처(Nature) 편집자로부터 도착한 메일을 위성인터넷으로 어렵사리 접속해 확인할 수 있었다. '
얼마 전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다. 가족 중 연로하신 부모님과 의료진인 동생은 먼저 맞았지만, 손이 느린 나는 잔여 백신을 늘 놓치곤 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대학생 시절 수강신청 전쟁을 다시 치르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1, 2차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었다. 2차까지 접종을 하고 나니 일단은 심리적으로 크게 안심이 된다. 안전 문자에서도 확진자 수가 완만하게 줄어드는 것이 보이니 안도감이 더해졌다. 오는 28일 대전시민의 70%가 백신 예방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고,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 완만하게 구부러지는 과학로 가로수길을 돌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발을 들인다. 이곳은 기원 100년이 넘은 국내 최장 역사의 지질과학과 지질자원 분야 전문연구기관이다. 붉은 벽돌의 성곽 같은 본관을 멀리 바라보며 들어서는 입구. 과속방지턱의 가벼운 충격을 넘어 차단기를 지나자, 바로 오른편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디자인의 '지질박물관'. 쥐라기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처럼 솟은 화강암 벽은 건물을 관통하듯 비스듬히 서 있다. 필자가 15년 이상 몸담아왔고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는 지질박물관은 대전의 대표적인 과학문화
어릴 적 내 꿈은 우주비행사였다. 스타워즈 영화나 로보트 태권 브이 같은 만화영화를 보며 내 꿈을 키웠다. 내 손으로 조종하는 우주선을 타고 자유로이 우주를 날아다니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찼고 마냥 좋았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국인으로서 미 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중학교 때 꿈을 전투기 조종사로 바꿨고 등하교길 내내 푸른 하늘만 보고 다녔다. 그때 외운 공군사관학교 교훈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다. 시력이 나빠지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다시 장
라듐걸스, 새로 등장한 걸그룹이 아니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 미국의 야광시계, 계기판 제작회사에서 일하던 중 라듐에 노출되어 암, 턱괴사, 재생불량성 빈혈과 같은 중병을 얻은 소녀들을 말한다. 라듐은 1898년 마리 퀴리(Marie Sklodowska Curie, 1867-1934)와 남편 피에르 퀴리(Pierre Curie, 1859-1906)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x-선과 더불어 굉장한 발견으로 여겨지며 질병 치료, 특히 암치료에 사용됐고 방사성 치료의 새 시대를 열었다. 또한 라듐은 신비한 빛을 내는 물체로 많은 사람들
한증막 같은 열대야에 에어컨이 고장 났다.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몇 차례 전원을 껐다 켜보아도, 덥고 습한 공기만 되돌려 토해낼 뿐이다. 실내온도 30도. 급히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해보지만, 예약 가능한 일정은 7-8일이나 지난 후라니… 정신이 아득하다.2008년 8월의 한 가운데, 나는 여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뜨겁고 외딴 곳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다. 짙푸른 하늘 너머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햇빛은 바싹 마른 황무지의 누런 흙바닥을 달궈 복사열을 뿜어낸다. 돌풍에 실려 온 모래는 얼굴을 때려 따끔거린다. 입 안에선 모래가 씹힌다.
이달 말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가 개관하며 생길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제2엑스포교가 이달 18일 개통됐다. 근처에 다른 다리는 어디 있나 생각해보니 야경이 아름다운 엑스포다리와 카이스트교가 떠올랐다.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 당시 엑스포 상징물의 하나로 깊은 인상을 준 엑스포다리는 2009년에 현재의 야경 조명으로 단장했지만, 차량이 다니지 않아 '대교'라고 불리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카이스트교는 교량명을 지정하기 위해 '카이스트'를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고유명사로 인정받고 난 뒤 2016년 개통됐다.
안성지방에서 생산되는 놋그릇은 품질도 좋지만 의뢰자의 마음에 꼭 드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거기에서 유래한 말이 안성맞춤이다. 몇 년 전 스타트업 열풍 속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끈 '펄핏'이라는 기업이 있다. 펄핏이 보유한 아이템은 'perfitt' 으로 발과 신발 내부 사이즈 간의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꼭 맞는 신발을 구입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Perfitt' 은 영어단어 perfect와 fit을 합성하여 만든 단어로 우리 말로 의역하면 안성맞춤이라고 볼 수도 있다.신발을 온라인으로 구입 할 경우 사이즈에
경남 창녕군 영산면 죽사리 933번지, 한적한 왕복 2차로 도로변 비탈에 나지막한 돌담으로 둘러쳐진 작은 사당이 있다. 삐걱대는 솟을대문 너머 들여다본 내부엔 칙칙하고 울퉁불퉁한 돌바닥 뿐, 아무 것도 눈에 띠지를 않는다. 사당 옆에 머쓱하니 서 있는 갈색 표지판, '문호장 발자국'이란 굵은 글씨만이 이 사당의 정체를 알릴 뿐이다. "발자국이라고?" 다시 고갤 돌려 돌바닥을 살펴보니, 그제야 번갈아 찍힌 영락없는 '사람 발자국'이 눈에 들어온다.수백 년간 전해지는 설화에서, '문호장(文戶長)'은 백성의 원망과 한을 풀어주는 도인이자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겨울은 예년에 비해 춥지 않았고, 기상청의 기후 평년 값을 봐도 각각 가을(69일)은 1일, 겨울(87일)은 7일이 짧아졌다. 그에 반해 봄(91일)과 여름(118일)은 이전보다 각각 4일씩 길어졌다. 올해의 여름은 2년째 지속된 코로나로 더 덥게 느껴진다. 중복의 삼복 더위를 피해 삼계탕이나 복숭아, 수박, 참외로 손실된 영양과 수분을 보충하고, 대서의 세시풍속에 따라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으로 찾아가고 싶은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 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태양보다 질량이 8배쯤이거나 더 무거운 별들은 수소를 다 쓰고 죽어갈 때 꽤 요란하다. 별의 내부에 여러 층이 있는데 가장 안쪽의 핵이 먼저 붕괴해서 주저앉는다. 그러면 바깥층은 초신성 폭발로 엄청나게 밝아지고 안쪽에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남는다. 블랙홀은 1970년대에 엑스(X)선 우주망원경이 가동되면서 발견이 시작됐고, 그보다 관측이 조금 더 쉬운 중성자별은 1967년에 천문학자 조셀린 벨에 의해 발견됐다.천문학에서의 발견은 우연히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ㄱ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