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물에 잠긴 차도에는 버스와 많은 차량이 밀려 들어갔고, 불과 몇 분 사이에 사람도 차량도 모두 물에 둥둥 떠다니며 고통의 시간을 지냈습니다"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일어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의 생존자가 한 말이다. 단 몇 마디만 들었을 뿐인데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감이 안 잡힌다. 현장 대응 문제점과 부실한 재난대응시스템을 지적받은 이 사건은 14명 사망자, 16명 부상자가 발생한 비극의 결과를 초래했다.하지만 비극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진상
하루 종일 대화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온라인으로 먹거리와 생수, 화장지 따위를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집앞에 놓인다. 핸드폰으로 치킨이나 자장면, 피자, 떡볶이 등의 음식도 시켜먹을 수 있다. 음식점에 가서도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로봇이 식탁까지 날라다 준다. 찌개는 무인점포에서 밀키트를 사다 끓여 먹으면 된다.무인화(無人化)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건설업계에 단순노동은 많은 부분이 로봇으로 교체됐다. 인간이 꺼려하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업은 물론 난이도가 제법 높은 일까지
우연한 일상 속 장면이 사회의 단면을 아주 정확하게 설명해줄 때가 있다.지난해 연말이었다. 천안 두정동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탓에 택시가 잡기가 어려웠다. 마침 승객들이 내리는 택시를 발견했다. 놓칠 새라 달려가자 한 승객이 "타세요"라며 미소와 함께 택시 문을 잡아주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청년처럼 보였다. 그 청년의 자연스러운 우리말 발음과 여유는 내가 다문화 도시에 살고 있음과 이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임을 단번에 느끼게 했다.천안과 아산은 외국인 밀집도가 높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산시의 외국인(동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특히 설 차례상의 단골인 사과와 배, 감 등 과일이 '금값'이 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8%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8%)의 3배에 가깝다.무엇보다 과일물가 상승률은 28.1%로 전체 평균의 10배가 넘었다. 사과가 56.8%, 배 41.2%, 귤 39.7% 등으로 치솟았다. 과일 가격 급등은 지난해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빴던 탓이
인감증명은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다. 대한민국을 강점한 일제는 1914년 '인감증명규칙'을 도입했다. 모든 서류에 인장(도장)을 찍어 본인임을 증명하게 함으로써 일본인들의 경제활동을 보호하고 조선인을 통제하는 게 목적이었다. 조선인의 인감도장이 찍힌 서류와 행정을 통하여 조선을 일제의 강압체제에 묶어두려 한 것이다.일제는 '인판업취체규칙'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취체는 단속 또는 통제라는 뜻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 도장을 제작, 판매하는 인장업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는 도장이란 게 별로 쓰이지 않았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당선인들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유권자들을 대신해 그들의 뜻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이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정책이나 제도, 입법 등의 활동을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임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들은 개인이 아니란 얘기다.때문에 시·구의원,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거는 비교 불가의 중요성을 가진다.특히 올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특별한 중요성을 띈다. 임기 내 국가의 미래를
제2의 조수미를 꿈꾼 적이 있다.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릴 때의 일이지만, 무대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정신이 혼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환호를 듣고 싶었다.어른들은 예술을 하면 배고프다며 꿈을 반대했다. 점점 위축된 아이는 제2의 조수미는커녕 예술인이라는 꿈을 접었다.물론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꿈을 포기한 거였지만, 어른들에게 들은 그 말은 아직도 마음 한 켠에 응어리져 있다.그럼에도 무대를 보는 게 좋아서 꾸준히 뮤지컬을 즐겼다. 그게 시작이었나, 전체적인 문화예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좋아
전기자동차의 역사는 꽤 길다. 1824년 헝가리의 아니오스 예들리크가 소형 전기차 모형을 내놓았고,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가 충전식 전기차를 개발했다. 1899년에는 벨기에 발명가가 시속 100km가 넘는 전기차를 내놓았다.그러나 초기 전기차는 충전시간이 느리고 배터리의 중량이 무거운 데다 주행거리도 짧았다. 1886년 카를 벤츠가 휘발유 자동차를 개발하고 1908년부터 포드에서 내연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면서 전기차는 자취를 감춘다. 원유가 많이 나와 기름 값이 싸지고 내연차의 가격도 크게 낮아졌던 것이다.전기차가
집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공간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적절한 주거지에 거주할 권리인 거주권은 인간에게 주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우리나라 주거기본법에서 정한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은 14㎡로 4평 남짓한 크기다.우리나라는 지금 주거권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청년들이 늘고 있으며 유일하게 주거 빈곤율이 높아지고 있는 세대다.사회로 나가기 전에도 마찬가지다.대학가에서도 월세 부담에 대학생들의 등골이 휘고 있다.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10개 대학가 월세(보증금 1000만원,
대학교 캠퍼스에는 낭만과 청춘만 있지 않다.넓은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일렬로 세워 얼차려를 시키고,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단속하는 모습. 군대에서 볼 법한 이런 장면들은 대학 내에서도 일명 '군기 문화'로 자리 잡아 왔다.이후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구시대적·후진적 문화가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군기 문화는 독버섯처럼 유지되고 있었다. 선·후배 간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이유로 괴롭힘의 수위는 더욱 가혹해졌다.충청권도 예외는 아니었다.충남 천안 소재의 한 대학교에서 최근 일단의 선배들이 후배들을 상습 폭행한 사실이
우리나라 시장의 역사는 매우 길다. 기록에 등장하는 최초의 시장은 신라 소지왕 12년(490년)에 개설된 '경시(京市)'이다. 그러나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재물을 교환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처음에는 물물교환 형태로 시장이 형성됐고, 곡물이나 비단, 베 같은 것을 매개로 거래가 이뤄졌으며, 나중에는 화폐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시장은 단순하게 상품을 사고 파는데 그치지 않았다. 이웃과 친지를 만나 정보와 소식을 주고받는 소통과 교류의 공간이었으며 곡예(서커스)와 씨름 등이 펼쳐지는 유희와 축제의 장이었다.전통시장이 사양길
22대 총선 비례제 방식을 두고 민주당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과 병립형 회귀 사이에서 줄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재봐야 할 변수들이 많다는 얘기다.민주당의 비례제 선택지는 두 개다. 준연동형과 병립형인데 그 하나를 고르면 그만이다. 병립형을 수용한다면 그것으로 상황종료다. 여당이 요구하는 방안이라 선거법을 고치는 데 걸림돌이 없다. 대신 민주당은 명분을 잃을지 모른다. 진보 진영의 정파들도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병립형으로 회귀하고 싶어도 최종 결심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21대 총선 직전에 준연동
"꿈이 좌절됐습니다"음악인들에게는 더 넓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이, 운동선수들에게는 큰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각각의 꿈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꿈은 자신의 기량 부족으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거나 또는, 타인에 의해 좌절되기도 한다.대전지역의 실업팀(직장운동경기부)은 8개 기관과 단체의 20개 종목, 28개 팀이 있다. 이 중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것은 유성구 여자레슬링팀이 유일하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성적을 가진 운동선수들이 고향에 남고 싶어도 머무를 수 있는 팀이 없어 외부로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빚어지는 곳이 학교 현장이다. 학령인구가 줄고 신입생이 감소하면서 학교가 존폐 위기에 몰리는 것이다. 학생수 감소→교육의 질 저하→도시 유출(전학)→학생수 감소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입학철을 앞두고 지역 교육계의 시름이 깊다. 취학대상자가 계속 줄어 폐교 대상 학교와 소규모학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충청권 초등학교 취학대상자 수가 크게 줄었다. 1명도 없는 학교가 충남은 9곳, 충북도 6곳이나 됐고, 대전도 10명 미만인 학교가 8곳이라고 한다.학생 수가 너무 적어 교육의 질
최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북 김천의료원에서 지역 의료 기관장들과 만나 "올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공공병원 경영혁신 지원 사업이 지방의료원 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복지부는 올해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41곳의 경영혁신을 위한 한시 지원 예산 약 1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도에 따르면 공공병원 경영혁신 지원 사업을 통해 충남 지역에 있는 천안·홍성·서산·공주 등 4개 의료원은 평균 25억 원, 약 100억 원의 예산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4개 의료원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303억 원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기존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상징이었다.광복 이후 이승만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는 대통령이 공무를 수행하는 대통령궁(大統領宮)이자, 행정기구 대통령부(大統領府)로서 국가의 중심을 관통해 왔다.윤석열 대통령은 20대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청와대를 떠난 뒤, 이곳은 5월 10일 0시를 기해 미술관이자 박물관 같은 존재로 전 국민에게 개방됐다.이후 '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예멘의 후티 반군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예멘 서쪽 홍해에서 세계 각국의 선박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홍해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길목이다. 후티 반군은 20여 차례 미국과 그리스 등의 배를 공격하고 나포했다. 미국이 항모를 배치하고 지상기지를 폭격했지만, 후티측은 보복을 천명하는 등 그만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이고 정치세력이다. 1990년대부터 후세인 알후티를 중심으로 종교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온건하게
충청은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예부터 중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야할 중원, 충청도가 언제부턴가 변방으로 밀려났다.영호남에 밀려, 마치 영호남의 아류처럼 취급받기도 해 충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그 배경에는 정치적인 요인도 크다. 영호남이 정권을 잡으면서 정치세력이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보수와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충청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충청인들이 생존을 위해 때로는 영남편에, 때로는 호남편에 편승하기도 해 충청인의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인식되기고 했다.선거때마다 여론조사와 실
제3지대 신당이 4·10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에서 이낙연 신당,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 '원칙과 상식' 신당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 정치사상 총선을 앞두고 이토록 많은 신당이 등장한 적은 없다. 그만큼 국민의힘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닌 제3의 지대를 찾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얘기다.제3지대 정당이 난립하는 이유는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이후 양당은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에만 몰두해 왔다. 정치 퇴행의 1차적인 책임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화
'티스푼 공사'라는 말이 있다.공사가 마치 찻숟가락으로 땅을 파는 것처럼 하염없이 느리다는 의미의 신조어다.본래 사업 지연이 허다한 철도 건설에만 국한됐지만, 최근엔 도로와 건물 등 각종 공사에서도 사용된다.비슷한 말로는 '모종삽 공사', '이쑤시개 공사'도 있으며, 말로만 공사한다는 이른바 '입방정 공사'라는 용어도 종종 언급된다.이같은 티스푼 공사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고 있지만, 느긋한 충청도식 정서와 맞닿아서 그런지 대전시는 유독 티스푼 공사와 깊은 연관을 지닌다.대표적으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있다.대전 도시철